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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사랑방] 똥통에 빠진 양반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20.10.09 12:57|(208호)

김종훈 명리학자.

한국역리학회 중앙학술위원

어느 고을에 점잖은 양반님네가 한 사람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북곽이었다. 북곽 선생은 어질고 예의 바르며 충성스러움을 가슴에 지녔으며 만물의 이치를 통달했다고 사람들이 칭송하는 선비였다. 나이 사십에 혼자 힘으로 주를 달아 해석한 책이 1만권이나 되었고 여러 경서를 풀이한 것도 수 만권이나 되었다.

이 지조 높은 선비가 사는 동쪽에 젊어서 과부가 된 동리자라는 아름다운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 여자 역시 성품이 어질고 절개가 높은 것으로 소문 나 있었다. 그러나 소문과는 달리 그 여자에게는 성이 다른 아들이 다섯명이나 있었다. 남편이 다섯 이상이라는 말이다.

어느 날 밤 그 과부의 안방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섯 아들은 그 목소리가 지조 높은 선비의 목소리 인 것에 깜짝 놀랐다. 문틈으로 안방을 들여다보니 그 과부가 선비를 불러다 앉혀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전 선생님의 덕을 사모해왔습니다. 오늘밤 선생님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이 말을 듣고 북곽 선생은 옷깃을 여미고 바로 앉으며 시를 읊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본 다섯 아들들은 이렇게 속삭였다. 선비가 과부 집에 드나들다니.... 어찌 이런 일이! 저자가 예의를 잘 아는 어진 선비일리는 만무하고 성문 밖 여우굴에 천년묵은 여우가 있다던데. 그곳에 있는 여우가 선비 모습으로 둔갑한 것이 틀림없어. 여우의 갓을 쓰면 천금을 지니는 부자가 되고 여우의 신발을 신으면 대낮에도 자기 몸을 감출수가 있고 여우의 꼬리를 가지면 아름다워져서 사람들이 줄줄 따른다고 하니 저놈의 여우를 죽여서 나누어 갖도록 하자.

이렇게 의논한 다섯 아들은 방을 둘러싸고 뛰어 들어갔다. 이에 깜짝 놀란 선비는 점잖은 모습과는 달리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을 쳤다. 그는 어두운 밤에 허둥지둥 도망을 치다 그만 들 가운데 있는 똥통에 빠지고 말았다. 똥통에서 겨우 기어 나오니 호랑이가 얼굴을 찌푸리며 호령을 한다. “예끼 선비 녀석이 더럽기도 하구나”

선비는 행여 호랑이가 자기를 해칠까봐 싹싹 빌며 아첨을 했다. 호랑이는 이런 모습을 보며 크게 노하여 꾸짖었다. “이놈 냄새난다. 가까이 오지도 말아라. 선비가 간사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간사할 수가 있단 말이냐? 네가 입버릇처럼 삼강오륜을 떠들어봤자 길거리에 뻔뻔스럽게 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가 글깨나 안다고 하는 양반들이다. 그러나 그 양반 녀석들은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서슴없이 하면서도 도무지 반성할 줄을 모른다.”

호랑이는 양반을 욕한 뒤 다시 사람들을 욕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도적질 이라 하면서도 권리와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밤낮 안가리고 돌아다니며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싸우는 것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녀석들이 바로 너희들이다.”

점잖은 선비는 그저 코를 땅에 대고 싹싹 빌었다. 숨을 죽인 채 가만있는 데 이미 날은 밝아 호랑이는 사라지고 밭에 일하러 나온 농부들이 그 모습을 보았다. “아니, 선생님. 이른 아침에 어디다 대고 이렇게 절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하늘이 높으니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고 땅이 넓으니 구부려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있네. 내 오늘 이것을 실천하여 본 것 뿐 일세 그려.” 똥냄새를 풍기며 선비가 한 말이었다.

이 내용은 연암 박지원선생의 소설에서 일부를 따온 것이다. 18세기를 살아온 실학자의 고뇌를 엿볼 수 있어서 일부만 옮겨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기 기만적 형태는 여전한 것 같다. 이제부터는 제발 염치있고 양식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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