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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은 나무꾼, 선녀는 선녀(1)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9.06.28 11:49|(176호)

지난번 이야기는 ‘오누이의 힘겨루기’였습니다.

기억하시나요? 그런데 과연 누가 이겼지요? 물론 부부는 몸은 하나고 머리가 둘 달린 새와 같기에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다 아시겠지요. 손가락 끝이 아리면, 온몸이 아픈 것처럼 부부는 하나이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하나가 다치든 죽든 부부 모두가 다치거나 죽기 마련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어느 하나가 지면, 둘 다 지는 것이고, 둘 다 이기면 부부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겠지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운명 공동체이겠지요.

하지만 그렇게만 살 수도 없고, 살아지지도 않겠지요. 어떤 날은 ‘너죽고나죽자’는 심정으로 한바탕 해야만 살 수 있는 때도 있겠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짐 싸 들고 나갈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러다 간혼 어떤 경우에는 자칫 부부의 삶에 큰 위기가 닥치는 때도 있겠지요. 부부의 힘겨루기를 넘어 큰 위기가 닥친 경우이겠지요.

그런데 바로 그때,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잠시 멈춰 서서 다시 서로에 대한 마음과 생각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곰곰이 그리고 차분하게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비록 박차고 나왔거나 나갔겠지만, 밑바탕에 짙게 깔려 있는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생각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나무꾼과 선녀’는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 배려, 이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무꾼과 선녀

옛날 옛날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나무꾼이 있었습니다. 나무를 해다 팔며 열심히 살았지만 살림살이는 늘 궁핍했습니다. 그래도 아침이건 저녁이건 밥 냄새를 맡고 부엌으로 쪼르르 달려오는 쥐에게는 늘 밥을 나눠 주었습니다.

그날 하루도 나무를 하러 산으로 갔습니다. 나무꾼은 언제나처럼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사슴이 뛰어오더니 다급하게 나뭇짐들 뒤에 후다닥 숨는 것이었습니다. 나무꾼은 조금 놀랐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 나무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사냥꾼이 빠르게 달려와 물었습니다.

“사슴 못 봤소?”
“….”
“분명 이쪽으로 가는 걸 봤는데….”
“뭐요? 아, 사슴이요? 방금 저쪽으로 뛰어가던 걸요.”

나무꾼은 엉뚱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사냥꾼은 대꾸도 없이 휑하니 달려갔습니다. 사냥꾼이 멀리 가자, 사슴이 나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말했습니다.

“나무꾼님,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뭘? 난 그냥 가만있었을 뿐인데.”
“아닙니다. 제가 뒤에서 다 봤습니다. 저를 위해서 그랬다는 걸요.”
“하하하. 그래도 난 한 게 별로 없는 걸, 뭘.”

사슴은 다시 한번 고맙다며 소원하나를 들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무꾼은 아니라고 하였지만, 사슴은 계속 재촉하였습니다. 나무꾼은 망설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그래 그러면, 나 한 가지 소원이 있어.”
“….”
“그게 말이야. 될지 모르겠지만, 예쁜 색시를 얻어서 어머니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

사슴은 나무꾼의 말을 듣고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았어요. 나를 따라오세요.”

나무꾼은 사슴을 따라 산등성이를 넘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갔습니다. 한참을 들어가니 폭포가 있고, 밑에는 맑은 물이 한가득 넘쳐흐르고 있는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는 곳이에요.”
“아.”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뜰 때마다 내려오는데요. 그때 나무꾼님은 저쯤 숨어 있으면 되요. 그런 다음 선녀들 중 셋째 선녀의 날개옷을 감춰 두면, 그 선녀는 올라가지 못할 거예요.”
“….”
“그때 다가가 나하고 같이 살면 날개옷을 나중에 주겠다고 말하면, 그렇게 할 거예요.”

사슴은 이렇게 꼼꼼히 일러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아이가 넷이 될 때까지는 절대 날개옷을 꺼내 보여 주지도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다짐을 받고나서야 사슴은 깊은 산속으로 달려갔습니다. 나무꾼은 사슴이 달려간 쪽을 향해 큰 소리로 ‘고맙다’고 소리쳤습니다.

그림 송영주

그 후, 나무꾼은 보름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생각만 해도 신났습니다. 드디어 보름날이었습니다. 나무꾼은 목욕을 깨끗이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일 좋아 보이는 옷을 갈아입고 일찍 산으로 올라가 기다렸습니다. 사슴이 알려 준 대로 나무꾼은 숨죽이며 가만히 숨어 있었습니다. 이윽고 보름달이 밝게 떠올랐습니다. 보름달을 보니 더욱 두근거렸습니다.

그때,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선녀들이 하늘하늘 내려왔습니다. 사슴의 말대로였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달빛을 받은 날개옷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너무나 나무꾼을 설레게 했습니다. 나무꾼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선녀들은 내려오자마자 날개옷을 훌훌 벗고, 맑은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담갔습니다. 선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즐겁게 재잘거렸습니다.

“와, 시원하다.” “호호호, 너무 좋다.” “셋째야 빨리 와.” “으응.”
“그래. 어서 와.” “알았어.”

셋째 선녀도 얼른 날개옷을 접어 두고, 물속에 몸을 담갔습니다.

나무꾼은 설레는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고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잠시 후, 선녀들은 모두 즐겁게 떠들며 헤엄도 치고, 장난도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다!’

나무꾼은 셋째 선녀의 날개옷을 재빠르게 감췄습니다. 가슴으로 꽉 안았습니다.

얼마 후, 선녀들이 하나둘 목욕을 다하고,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셋째 선녀의 날개옷은 없었습니다. 셋째 선녀는 당황했습니다.

“어딜 갔지?”
“뭐가?”
“언니, 내 옷이 없어졌어.”
“으응? 잘 찾아봐.”
“어디 있겠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언니들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찾아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언니들도 모두 나서서 찾아봤지만, 셋째의 날개옷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나무꾼은 더욱 숨을 죽이고, 죽은 듯이 지켜봤습니다. 어찌 될지 조마조마했습니다.

한참이 지나자, 선녀들은 다급해졌습니다. 시간이 다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찾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제 언니들은 올라가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를 어쩌나?”
“큰일 났네.”

늦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언니들은 황급히 올라가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홀로 남을 셋째가 걱정이 되었지만, 언니들은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이제 셋째 선녀는 홀로 남았습니다. 홀로 남은 셋째 선녀는 슬프게 울었습니다.

“흑흑흑….”
“.......”
“나 어떡해?”

셋째 선녀는 어찌해야 될지 몰랐습니다.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나무꾼은 침을 꿀떡 간신히 넘겼습니다. 잘 못 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 가슴도 벌렁거렸습니다.

이윽고 나무꾼은 슬그머니 선녀에게 다가갔습니다. 나무꾼은 자신이 날개옷을 감췄다고 말하고, 함께 살자고 했습니다. 같이 살면 나중에 날개옷을 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선녀는 하는 수 없었습니다. 나무꾼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했습니다. 나무꾼은 정말 기뻤습니다.

그렇게 하여 그럭저럭 세월이 흘렀습니다. 나무꾼과 선녀 사이엔 아이 둘이 생겼습니다. 선녀는 아이가 하나 생길 때마다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늘이 그리워서였습니다. 신세가 한탄스러웠던 선녀는 그때마다 나무꾼에게 날개옷을 한 번만 보여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나무꾼은 가슴이 아팠지만 꾹 참았습니다. 모든 것을 잃을까 두려웠습니다.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슴이 아이 넷을 낳기 전에는 절대 보여 주지도 말라고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세월이 흘러 아이를 하나 더 낳았습니다. 나무꾼은 너무 기뻤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선녀는 울며불며 딱 한 번 보여만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나무꾼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더 이상 참기 힘들었습니다.

‘이제 셋이나 되는데….’
‘설마 보여 주는 것쯤이야.’
‘아니야. 하지만 사슴이 절대로. 신신당부했는데….’

나무꾼은 망설였습니다. 그렇지만 선녀가 더욱 매달리며 애원하자, 하는 수 없었습니다. 머뭇거리다가 결국 날개옷을 옷장 깊은 곳에서 꺼내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선녀는 울다가 나무꾼이 날개옷을 보여 주자 확 낚아챘습니다. 낚아채자마자 선녀는 옷을 입었습니다. 갓난아이는 업고, 큰아이 둘은 양팔에 안았습니다. 그러더니 ‘휙’하니 하늘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손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나무꾼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나무꾼은 한참을 멍하니 하늘만 쳐다봤습니다. 갑자기 다리 힘이 탁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마음이 휑하니 뻥 뚫린 듯했습니다. 이내 갑자기 밀려오는 슬픔을 억누를 길 없어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땅을 치며 후회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아무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었습니다. 주저앉아 하늘만 쳐다봤습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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