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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만회 | 승인 2024.04.24 18:32|(292호)
조만회 횡성희망신문 대표

유권자의 시간은 갔다. 국민을 향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강요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며 총선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지난 한 달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치열한 총선 레이스가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 175석을 획득했고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도합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후보만 낸 조국혁신당은 12석을 획득해 원내 제3당이 됐다. 야당의 대승, 여당의 참패, 조국혁신당의 약진으로 요약되는 선거였다.

이번 선거는 ‘심판’ 선거였다. 여당은 이조 심판을 중심으로 한 야당 심판을,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유권자의 표심에 호소했다.

정책 대결 아닌 서로를 심판해 달라는 선거이다 보니 서로에게 심판의 프레임을 씌우는 프레임 선거가 되고 말았다. 선거가 프레임 씌우기 대결로 가면서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이 자주 입길에 오르내렸다.

이 말은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유래된 것으로 그는 코끼리를 지속적으로 언급할수록 되레 코끼리를 떠올리게 만든다는고 지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선거 과정에서 야당을 향해 지속적으로 범죄자 연대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게 범죄자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

야당은 윤석열 정권을 검사 독재 정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권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민생 경제 안정에 실패한 무능함을 드러내려 했다.

유권자들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이런 정치인들의 외침에 도리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여당의 야당을 향한 범죄자 프레임 공세에 대해 ‘그럼 여당은 과연 공정하고 깨끗한’가를 반문하게 했다. 야당의 여당을 향한 국정 파탄의 책임을 묻는 공세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과연 지금의 야당은 국정 파탄의 책임이 없는가, 또 자신들이 그렇게 비판하는 윤석열 정권 탄생에 일조한 것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중 압권은 대파 논란이었다. 고물가로 서민 경제에 주름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대파 한 단에 875원이 합리적’이라는 언급은 대통령이 민생 경제에 대한 무관심과 무능함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이런 실언(?)을 방어하기 위해 대통령의 말은 한 단이 아닌 한 뿌리 가격을 말한 것이라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오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도리어 코끼리만 자꾸 생각나게 만든 꼴이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번 총선은 ‘대파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대파가 선거를 지배하는 이상한 선거가 된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모두의 불행이다. 정치가 주권자인 국민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정치인들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이런 행태가 힘들게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모두 후퇴시키고 있으니 불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가지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도리어 주권자인 국민을 향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이런 정치는 더 이상 지속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먼저 깨어나야 한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은 갔다. 유권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던 정치인의 머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국민을 향해 다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그런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일들이 무한 반복되어야 하는지 총선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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