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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⓻ 일본 몬베츠 하(下)직면한 지방 소멸 ‘지정 기부’ 통해 해결책 찾는다.
연합취재단 | 승인 2023.11.26 14:09|(282호)

연합취재 - 고향사랑기부제, 일본은 어떻게 성공했나? ⓻ 일본 몬베츠 하(下)

2023년 1월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 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내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사랑상품권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이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원조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앞서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했고,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2020년 고향납세 기부액이 7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7회에 걸쳐 국내 지자체들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현황과 일본 고향납세 제도를 취재, 보도함으로써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몬베츠시 전경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등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보다 일찍 맞이했다. 홋카이도 최북단에 위치한 소도시가 전국적인 흐름을 피해갈 방법은 없었다. 광업이 발달하며 어느 곳을 가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과거의 영광은 급속도로 빛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몬베츠 시에게 고향납세제는 한줄기 희망이었다.

몬베츠 시청

고향납세제가 시행된 2008년, 몬베츠 시의 기부실적은 5085만 원에 불과했다. 몬베츠 시는 기부금을 늘리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으로 지역민들과 답례품을 개발하고 대도심권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 결과 2012년 1억 원을 돌파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15년 10억 원, 2017년 100억 원, 2021년 1300억 원을 넘어섰다.

기부금이 증가와 함께 재정자립도가 좋아지자 지역 소멸 문제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기부금 활용 정책을 만들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전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 개발에 힘을 쏟은 결과 2023년 기부금 1943억 중 △의료, 복지, 육아지원분야 17만 건, 257억 △인구감소대책분야 3만 8천 건, 60억 원 등의 지정 기부금이 모금됐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3세 미만 보육료 무상화

몬베츠 시에서 홍보용으로 제작해 유튜브로 송출중인 웹드라마 (제공=몬베츠 시청 공식 유튜브 갈무리)

몬베츠 시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사업은 단연코 육아 분야다. ‘육아 응원 기부금’ 항목으로 지정 기부 받아 기금으로 적립한다. 조성된 기금은 병원 운영, 어린이 의료 급여, 출산 지원금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지역민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사업은 지난해 처음 시행한 3세 미만 보육료 무상화 사업이다.

3세 이상은 일본 전역에서 무료로 보육원을 다니고 있지만 3세 미만까지 전면 무료를 결정한 지자체는 몬베츠 시가 유일했다. 아이를 키우는 세대의 경제 부담을 경감시키기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몬베츠 시에 주소를 가지고 공인 어린이집이나 보육원 등에 아이가 다니고 있으면 소득이나 재산 등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맞벌이가 아니라면 지원이 제한된다.

정책이 시행되자 몬베츠 시민뿐 아니라 인근 도시에서도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몬베츠 시가 “아이를 키우기 좋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관심을 갖는 지자체도 많아졌다. 실제로 키스키 시, 후카야 시 등 몇몇 중소도시에서 올해부터 보육료 전면 무상화를 실시하기로 한데 이어 오사카나 도쿄 등 대 도시에서도 둘째아이에 한해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폭넓은 전입 정책 발굴로 이사, 취업, 거주까지 지원

어선이 정박돼있는 몬베츠 항. 고향납세제로 인해 수산가공업이 활성화되자 어선도 덩달아 늘었다.

여러 이유로 도시를 떠나기로 한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몬베츠 시는 전략적인 전입 정책을 수립했다. 명확한 타겟층과 목표를 설정해 홍보한 후 사람들이 전입을 희망할 경우 각종 전입 지원책을 마련했다.

몬베츠 시는 단순히 시민 숫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일자리 자체를 증가시켜 생산 가능 인구가 전입해 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전입PR동영상, 웹 드라마 등을 제작해 젊은 층과 대도심 거주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업로드 하고 ‘U턴 정보센터’를 신설해 고향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다.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바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연계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지역 내 기업과 협약을 맺고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매칭해 직업을 알선한다. 만약 별다른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면 시에서 별도로 기술 교육이나 직업 훈련 등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기업과 청년세대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되자 해당 시스템을 활용해 몬베츠시에 정착해 일자리를 얻은 청년만 최근 5년간 137명에 달한다.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어있는 상가를 활용할 수 있다. 개·보수비용 및 부대 설치 정비 비용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장이 중심 상점가에 위치해 있다면 3년간 일부 월세를 보조해주기도 한다.

아울러 이들이 살 집을 쉽게 마련하기 위해 월세 지원, 빈집 정비 후 임대 등 다양한 주거 정책도 시행한다. 시에서 인증한 주택을 구입한다면 리모델링 비용도 1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전입 청년이 학자금 대출을 납부하고 있다면 시 자체적으로 보조해주기도 하고 이사 비용이 부담되는 세대를 위해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최북단 작은 도시 점차 활력 띄기 시작해

사이토 마사토 몬베츠 시 고향납세제팀 계장

지정 기부를 통해 자체적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이 늘면서 각종 정책들이 생겨나자 몬베츠 시는 점차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 답례품 생산을 위해 일손이 필요했던 기업들은 노동력을 얻었고, 일자리를 찾은 젊은 세대는 보다 부담 없이 아이를 낳고 양육할 수 있게 됐다. 자연 환경이 좋은데다 농·어업 지원이 늘어나자 도시를 떠나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지역 내 생산성이 향상되자 고향납세제가 더욱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고향납세제는 몬베츠 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모금액으로 부족한 지방의료를 메꾸기 위해 병원이나 의사를 지원하고, 마을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이 자율적인 공동체를 만든다. 단순히 기부금을 늘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지정 기부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몬베츠 시청에서 만난 사이토 마사토 고향납세제팀 계장은 “아직 몬베츠 시의 고향납세제는 정착되지 않았다”며 “기부금 상한선인 8000억 원까지 기부를 받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국, 연이은 법률 개정안 ...지정기부 도입 여부 ‘관심’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한 해가 지나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지자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부 상한선도 정해진데다 홍보 수단, 기부 방식, 법인 기부제한 등 중앙정부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전 예상 모금액으로 576억 원에서 865억 원을 추측했지만 실제 모금액은 7월말 기준 133억 원에 그쳤다.

민간 플랫폼 위기브(wegive)에서 지자체와 협업해 진행 중인 지정기부 (제공=위기브 홈페이지 갈무리)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자 지난 7월 광주 동구는 민간기부 플랫폼 ‘위기브(wegive)’를 활용해 발달장애 청소년 동아리 ‘E·T 야구단’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 상영관 ‘광구극장’을 지원하는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게시된 지 한 달여 만에 모금액 3000만 원이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지만 행정안전부는 “절차를 벗어난 기부 방법”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를 두고 ‘지정기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자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지난 14일 국회부의장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충북 청주상당)은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지자체는 사업을 계획해 필요 경비를 모금할 수 있고 기부자는 사업과 목적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선 지난달 23일에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서구갑)이 민간 플랫폼을 허용을 골자로 하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농·수협 등 공신력 있는 신용기관이 기부금 창구를 운영해 접수창구를 다변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지자체의 역량이 중요해진다. 특산물이 없어 답례품이 마땅치 않거나 출향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지자체들이 ‘아이디어’만으로 모금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 민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기부금 사용 내역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기부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정 기부방식은 원하는 사업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는 만큼 기부 문화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사랑기부제의 시행 취지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지정기부방식이 당초 목적에 부합하다”며 “일본의 선진 사례를 참고해 다양한 민간플랫폼과 연계한 지자체만의 기발한 사업을 발굴한다면 고향사랑기부제가 보다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취재단>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국내 7개 지역신문(청양신문·당진시대·뉴스사천·고성신문·광양신문·무주신문·주간함양)이 연합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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