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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 이강운 박사의 생태이야기] (3) 운명처럼 빠져들어 버린 ‘생태연구의 늪’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5.08.05 17:59|(0호)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나비 날개 짓 소리가 자꾸 말을 걸어왔다. 그곳이 천국이라고. 생태 공부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라고 ’

▲ 진달래에서 흡밀하고 있는 애호랑나비는 가장 애착이 가는 곤충 가운데 하나다. 이른 봄이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이 녀석을 만나러 산으로 달려가곤 한다.

핏빛 같은 진달래가 산을 수놓으면 혹한의 겨울을 잘 넘기고 이른 봄 제일 먼저 세상에 나오는, 호랑무늬가 화려한 애호랑나비를 보고 싶어 산으로 달려가고, 어디선가 은은한 아카시 향이 산들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이면 반딧불이가 심장에 꽂혀 꺼질락말락하는 반딧불이 불빛을 좇아 강가로, 숲 속으로 밤길을 헤맨다. 찬바람 불어 문득 가을인가 싶어 하늘을 보면 수백 마리씩 무리를 이뤄 대열을 맞춰 이동하고 있는 기러기 떼 때문에 안달이 나 엉덩이가 들썩인다. 철 바뀌면 때를 맞추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귀한 손님 철새, 꽃보다 더 아름다운 하늘거리는 날개 짓의 나비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자연과 교감을 위해 어디든, 어떻게든 떠나려 애를 썼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와 나비 날개 짓 소리 요란한 이런 곳이,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면서.

꽉 짜인 일상에 젖어 솜처럼 무겁던 몸과 마음이 자연 속으로 들어오면 꽃 찾은 나비처럼 가벼워지기 때문이었다. 강가나 바다에서 혹은 숲과 꽃에서 만나는 새와 곤충 그리고 식물 등, 작은 인연들과 끊임없이 마음을 나누는 ‘전국 자연생태계 학습탐사’ 단장은 내 생활 전체를 이렇게 바꿔 놓았다.

 
▲ 96년 1월 충청도 태안 천수만에서 가족과 함께 나선 철새 탐조.

내 몸에 꼭 맞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건강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늘 행복했지만 그러나 단순한 호기심만 갖고 ‘전국 자연생태계 학습탐사’를 심도 있게 진행하기에는 실력이 너무 부족했고 ‘단장’이란 이름값도 못하는 것 같았다. 일 년에 두 번 행사만 잘 치루면 그만이었지만 전국의 능력 있는 교사들에게 살아 숨 쉬는 현장 교육을 통해 무너져 가는 자연을 보면서 자연 복원을 위한 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직접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서 보전 마인드로 무장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다시 긍정적으로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결코 가벼이 다룰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제대로 생태 보존의 적극적 역할을 해야겠다는 의무감과 나무, 바람, 새, 나비가 자꾸 말을 걸어 와 제대로 공부 해 보라고 주문하고 있었다. 일로 배운 어색하기만 했던 생물, 환경 공부가 내 마음을 열었고 10년 넘게 내 삶이 되었다. 우연인 듯 다가와 운명처럼 내 인생을 바꿔놓았고, 생물학이 하고 싶은 일이자, 해야 하는 일로 여겨 단숨에 받아들였다.

 
▲ 95년 1월 14일 일본 철새도래지 이즈미에서 원병오 교수(우측)와 함께. 원병오 교수는 나를 생물학 공부의 길로 이끈 스승이었다.

여기에 불을 붙인 이가 경희대 원병오 교수였다. ‘전국 자연생태계 학습탐사’는 매번 공부할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에 맞게 교육부에서 선발 된 15명의 생물교사를 가르치기 위해 지도 교수를 모시는데 조류는 주로 경희대 원병오 교수, 식물은 서울대 이창복 교수, 곤충은 경희대 신유항 교수를 모셨다.

작고하신 이창복 교수님은 따로 뵙지 못하지만 아직도 원병오, 신유항 교수님은 시간 될 때마다 뵙는 사제지간의 정을 이어가고 있다. 조류, 식물, 곤충 분류군의 원로 학자이신 세 분 교수님들이 기꺼이 특별 과외를 시켜주시는 개인 교사로 자처하셨고, 분류군별로 생물학적 지식의 세례를 특별한 애정으로 흠뻑 주신 은사님들이 되셨다.

주제를 선정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도 직접 댁으로 찾아가 자문과 교육을 따로 받기도 하고 학교로 방문해서 별도로 수업을 받기도 했다. 특히 조류의 원병오 교수님은 “주변 사람들을 덩달아 기분 좋게 움직이게 하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그 안에 딱 버티고 쌓인 뚜렷한 소신. 이게 바로 이강운 씨의 매력이다. 그리고 아무도 관심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고,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국민적 성원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 선생이 하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말로만 하는 환경 보전이 아닌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하다”며 “생물학 공부의 뜨거운 열망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라는 칭찬과 격려로 나를 끊임없이 흔들어 놓으셨다.

결과적으로 나를 동아일보에서 나오게 한 장본인이라 내 어머님은 지금도 “그 늙은이 자기 앞 길이나 잘 보지, 오지랖 넓게 내 아들 앞 길 망쳤다”고 정말 싫어하시지만. 나는 원병오 교수님의 칭찬이 진짜인 줄 알았다. 그래서 서서히 생태의 늪으로 빠지고 있었다.

 

횡성희망신문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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