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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 칼럼] 의료 개혁을 향해
태준호 기자 | 승인 2024.06.11 16:38|(295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올바른 의료 개혁으로 가기 위해서는 소모적인 대치를 멈추고 붕괴 상태의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바꾸기 위한 사회적인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5월 16일 서울고등법원은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정책을 중단하라고 법원에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각하 및 기각을 결정했다. 신청인 중 의대생에 대한 학습권 보장을 고려하면서도 결국 의대 증원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것이 골자이다. 사실 정부가 내세운 2천 명 증원의 근거는 부실했다. 증원의 근거로 제출한 연구보고서의 저자들조차 이 보고서가 2천 명 증원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대학별 정원을 배분하는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도 비밀이었고, 대학별 실태조사 역시 부실하기 그지없는 상태에서 강행되었기 때문에 법원이 집행정지를 결정하면 올해 의대생 증원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큰 상태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문제보다 공공의 복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단으로 의료계가 그나마 기대했던 법원의 결정이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결함이 없음을 확인한 이상 2025년 의대생 증원정책은 차질 없이 정부의 안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도 탄력을 받은 듯 연일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명분 없는 투쟁을 접고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압박하고 있다.

현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의 주요 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의료 개혁을 향한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진정한 의료 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대 정원 확대 없이는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2022년 기준 인구 1천 명당 2.68명으로 OECD 국가 중 31위이다. 1위인 오스트리아의 5.48명의 절반도 되지 못하고, 대한민국보다 낮은 국가는 멕시코나 브라질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인력 확대는 필수적이었다. 이에 이전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추진하려 했지만, 의료계의 집단행동 등으로 매번 좌절되었었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가 그 빈약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추진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의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정부의 강한 의지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의료계 내부의 불협화음도 작용했다. 이번 파업의 주력은 전공의들인데, 2020년 증원정책에 대한 반발로 파업할 당시 의사협회는 제 잇속만 챙기고 전공의들의 조건 개선은 외면했었다. 전공의들은 파업에 나서면서도 의사협회를 비판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한편 의사협회는 중소병원 개업의들이 주도한다. 매우 강경한 발언을 쏟아 내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이익이 우선이기에 실제로 응집할 힘이 부족하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병원 경영진의 일부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로 운용할 수 있는 전공의의 증원은 그들에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교수 사직 선언’을 했지만,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 창구를 좀 더 세분화하여야 할 이유이다.

어쨌든 개혁을 향한 교두보는 확보했지만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도 전공의들이 판결에 승복해 복귀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가 외국 의료인력의 활용 등 몇몇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현재 대학병원의 진료 공백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고작 한다는 것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본인 부담을 올리고 일차의료기관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하는 절차를 까다롭게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중증 환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정상으로 보이도록 착시효과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전공의들을 굴복의 대상으로 위협할 것이 아니라 처우 개선 등을 포함한 당근 등을 병행하고 의료 개혁의 동반자로 삼는 등의 방법으로 이들의 복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대생 증원이 곧바로 의료 개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의사 수가 많아졌다고 해서 이들이 기피 하는 분야인 소아과나 산부인과 등으로 가지 않을 것이고,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방으로 내려가지도 않을 것이다. 의사협회의 말대로 의사들의 경쟁만 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올바른 의료 개혁으로 가기 위해서는 붕괴 상태의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바꾸기 위한 사회적인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법원 판결로 의대생 증원 문제는 일단락되었다고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 개혁은 국민의 대다수가 지지하는 사안이고, 향후 복지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늦출 수 없는 필수 요소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소모적인 대치 상태를 이어가지 말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올바른 의료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모두 노력해야 할 때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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