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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견 청취’ 수준에 불과…실질적인 예산 심의·편성 장치 필요기획 | 지난해 횡성군의 살림살이는? - ③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이창조 기자 | 승인 2013.11.11|(0호)


  ‘주민참여예산제’란 지방정부의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예산운영의 투명성과 효과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2011년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예산 편성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 시행”(제39조)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의무가 됐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공청회나 간담회, 설문조사 또는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예산편성에 주민참여를 보장해야 하는데, 횡성군은 2011년 10월 <횡성군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한 후,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한 해 횡성에서의 주민참여예산제는 어떤 결과를 남겼을까. 횡성군은 지난해 주민의견 수렴절차(설문조사와 지역인사 초청간담회)를 거쳐 올해 예산편성에 반영한 금액이 총 64억7800여만 원이라고 밝혔다. 2012년의 주민참여예산 반영액 47억5600여만 원에 비해 35%이상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는 주민참여예산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주민참여예산제에 따라 1억원 이상의 예산이 반영된 올해 주요사업은 크게, 주민생활지원분야와 농정분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주민생활지원분야에서는 청일면 다목적 종합복지센터 건립(총사업비 11억200만원), 노인양로원 신축(3억8450만원), 안흥복지회관 증축(3억8000만원), 경로당신축(3억4760만원) 등의 사업에 22억여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농정분야에서는 유기질비료지원사업(21억5800만원), 벼육묘용상토지원(4억5000만원), 비닐하우스 현대화(2억6000만원), 맞춤형 비료지원(2억7450만원), 팽연왕겨시설 설치지원(1억1000만원), 다목적 농산물건조기 지원(1억원), 관리기 지원사업(1억원) 등에 예산이 배정됐다. 그밖에 야생동물피해예방사업 예산으로 책정된 액수가 3억6120만원이다.
 
사업 선정기준 불분명 … 타 지자체 사례 참조할 필요 있어

그런데 이상의 사업들이 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구분되며, 어떤 기준에 따라 사업이 선정됐고, 왜 우선순위를 부여받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명목상 ‘주민참여예산 반영액’으로 구분될 뿐, 그것이 어떠한 절차와 이유에 따른 것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횡성군의 주민참여예산제가 ‘주민의견을 들어보는’ 수준에 그친 탓이기도 하다. 즉, 주민들이 실제로 예산편성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이야기다. 

관련해서, 서울시 은평구의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은평구는 시민들의 예산참여와 예산편성권을 실질화하기 위해 각종 장치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2011년 제정된 ‘은평구 주민참여위원회 운영조례’에 따르면, 주민참여위원회 아래 설치된 ‘참여예산시민위원회’(참여예산위원회)가 구청이 벌이는 사업에 대해 사전 심의하고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참여예산위원회는 각 동별로 의무적으로 ‘참여예산 지역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을 편성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구청의 예산요구액을 삭감하기도 했고,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사업들에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자칫 부풀려진 사업계획으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는 것도 또 하나의 효과였다. 

최근 경기도 시흥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통해 31억원 규모의 39개 사업을 2014년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확정했는데, 전체 공모접수 138건 중에서 주민투표(50%)와 위원회 평가(50%)의 2단계 평가점수를 통해 우선사업을 확정한 바 있다. 수차례의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전체회의와 각 분과별 회의, 주민참여예산학교 운영, 시민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했던 것이 그 배경이다.

시흥시가 이렇게 2014년도 주민참여예산사업에 대한 홍보활동까지 진행하는데 반해, 횡성군은 2014년도에 어떤 주민참여예산사업을 시행하게 되는지 그 내용조차 밝히기 어려운 형편이다.

주민관심 끌어올리고 전문성 강화하는 것이 행정당국의 역할

주민참여예산제의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 이를 활성화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참여의 부족과 전문성 부족, 대표성 등의 문제다. 횡성군의 담당 공무원도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의식이 충분치 않아, ‘공적’ 이익보다도 지역이나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를 반영한 ‘민원’성 요구들이 주로 제기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민들의 관심부족으로 인해 위원회 구성조차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처음 설치할 때도, 지원자가 없어 각 지역과 직능별 유력인사들을 위촉하는 형태로 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난관을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것이 행정당국의 역할이다.

은평구의 경우, 매년 주민을 대상으로 ‘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산학교를 수료한 자에 한하여 예산위원회 위원의 자격을 부여한다.

2014년도에는 제2기 횡성군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하는 만큼, ‘이름뿐인’ 위원회를 ‘일하는’ 위원회로 만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주민참여예산제>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에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그동안 행정부가 독점적으로 시행해왔던 예산 편성에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이뤄지는 효과적인 예산 사용과 예산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에 목적을 두고 있다.

주민이 직접 해당 지역의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참여민주주의 또는 직접민주주의의 이념을 구현한다는 의의를 가지기도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는 1989년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시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되었으며 그 후 UN에서 뽑은 세계 40대 모범 시민제도 중 하나로 발표되면서 재정 민주주의 실현과 예산운영의 투명성 제고, 주민 권리의식 신장 등 제도의 순기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주민참여예산제는 남미지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고 2004년 3월에는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운영조례’를 제정하여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이는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과 시민단체의 예산감시운동,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05년부터 2011년 9월까지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참여예산제의 도입과 실시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11년 3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 실시가 의무화되었다.

 ※ 출처: 김아란(인하대), ‘주민참여예산제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http://cafe.daum.net/edudoctorkim/.인천자치문화연구소장 김경언박사 행정학 까페)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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