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상 군정이 민선 9기 출범 이후 내놓은 여러 사업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선거 때 제시했던 공약을 실행하려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사업의 구체적인 재원과 실행계획, 우선순위는 뒤늦게 따라가는 모습이다.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는 없다. 지방정부의 예산과 행정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외협력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민선 7기 당시 운영했던 제도를 다시 추진하면서 조직 내부의 우려가 제기됐다. 그렇다면 행정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과거 제도의 성과와 문제점을 평가하고,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조직이나 직위를 만드는 일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존 조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업무인지, 투입되는 예산과 행정력이 그만한 성과로 돌아올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농어촌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선거 당시 월 20만원을 제시했던 계획이 이번 공모에서는 15만원으로 조정됐다. 정책 여건에 따라 계획이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금액이 달라졌다면 그만큼 재원 마련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농어촌기본소득이 정부 정책의 확대와 함께 장기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는다면 지방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당장의 공모 선정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향후 횡성군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지까지 계산해야 한다.
파크골프와 참전용사 수당 역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 사업의 타당성은 별개의 문제다. 사업 규모와 비용, 운영 주체,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사업을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다.
여기에 민생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금 등 각종 지원정책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과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결국 지금 장신상 군정에 필요한 것은 공약을 하나라도 더 꺼내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모든 공약을 한꺼번에 추진하려 한다면 어느 사업도 충분한 준비를 갖추기 어렵다. 반대로 군정의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재정과 행정력을 집중한다면 일부 사업은 늦어지더라도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군수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선택과 결정이다. 무엇을 추진할 것인지뿐 아니라 무엇을 뒤로 미룰 것인지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지방정부의 리더십이다.
장신상 군정은 이제 공약집을 다시 펼쳐볼 필요가 있다. 약속의 숫자를 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공약에 필요한 재원과 행정력, 기대효과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리고 주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왜 이 사업을 먼저 하는지, 왜 어떤 사업은 늦어지는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예상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말이다.
공약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리해서 모두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분명히 선택하고, 선택한 약속에는 행정력을 집중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민선 9기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하겠다’는 말보다 ‘무엇을 선택했고 무엇을 만들어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장신상 군정이 지금이라도 공약과 사업을 우선순위에 따라 다시 정리하기를 바란다.
횡성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공약의 숫자가 아니다. 선택할 줄 아는 군정, 그리고 선택한 일에 끝까지 책임지는 행정이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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