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사람의 삶도 계절의 변화와 똑 같다.
태어나면 성장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늙어 스러지지만 자연은 스러짐을 슬퍼하지 않는다.
![]() |
| ▲ 이현주(이현주한의원, 한의학 박사) |
생명의 시작인 봄은 오히려 꽃샘추위와 같은 시련을 안겨주고, 하늘은 또 차갑고 냉정한 느낌의 햇볕을 내리쬐어 줍니다. ‘네 비록 따뜻함으로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지만 삶은 마냥 따뜻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보여주듯 문득 추위와 바람 같은 시련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내 지금의 빛과 같이 냉엄한 것이 현실이니라’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가을은 어떨까요. 가을이 깊어지면 온 산을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화려하게 치장해줍니다. 그 단풍들을 비추는 햇볕은 포근하고 따뜻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을은 본디 땅위의 만물을 죽이는 숙살지기(肅殺之氣)를 가지고 있는 냉엄한 계절입니다.
차가운 쇳덩이에 서슬 퍼렇게 날이 선 칼보다 더 차가운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가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보이는 혹은 느낄 수 있는 가을은 차디찬 것이 아니라 꽃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단풍과, 벽난로 속에서 타오르는 작은 모닥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햇볕과, 어머니 품속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색감을 간직한 공기로 다가옵니다. 죽임의 계절에 우리는 수확의 기쁨을 맛봅니다. 하나의 죽음은 다른 곳에서는 풍성한 수확을 의미하는 것이란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자연은 그 스러짐을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따뜻한 빛과, 화려한 색과, 포근함으로 그 죽음을 아름답게 치장해주고 위로해주며 살아 있는 동안 이룩해놓은 과실과 열매들을 또 아낌없이 나누어주어 다가올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아 새로운 생명으로 등장할 모든 것들을 축복해줍니다.
사람의 삶도 계절의 변화와 똑 같습니다. 태어나면 성장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늙어 스러집니다. 이 세상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숙명의 고리입니다. 오래 살고 혹은 일찍 죽는 것은 천명입니다. 하늘에 달린 것입니다. 건강관리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70을 넘기기 힘든 사람도 있고, 특별한 관리를 한 것도 아닌데 10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가 100세를 넘길 수는 없습니다. 오래 사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100년전만 해도 일반 대중에게 삶은 고달픔이었습니다. 그래도 자식을 낳고 길러서 손자를 볼 때쯤이면 ‘내 할일은 다했구나’ 하는 마음으로 지금 기준으로는 젊은 나이에 죽는다고 해도 삶에 그렇게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된 오늘에 와서 그 상실을 아쉬워하고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부여잡고 아쉬워합니다.
눈가의 주름은 삶의 흔적이요 아름다운 늙음의 표상입니다. 흰 머리카락은 단풍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이루어 놓은 것이 풍요로움이라면 부여잡고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자들이 편하게 누릴 수 있게 남겨주는 것이 의무가 아닐까요.
이현주 yongy63@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외협력관, 6년 전 논란을 다시 꺼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