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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와 사람의 삶이현주한의사의 세상살이진맥
이현주 | 승인 2013.11.11|(0호)

 

 

봄, 여름, 가을, 겨울…사람의 삶도 계절의 변화와 똑 같다.
태어나면 성장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늙어 스러지지만 자연은 스러짐을 슬퍼하지 않는다.

 

 

 

▲ 이현주(이현주한의원, 한의학 박사)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가져다주는 삶의 생동감과 생명력.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아래 무성하게 자라는 성장의 기쁨. 수확의 기쁨과 함께 그 무성했던 한 여름의 초목들이 하나도 예외 없이 낙엽을 떨어뜨리며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 비록 매서운 칼바람에 모두가 죽어 잠들어 있는 듯 하지만 땅속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겨울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변화는 자연이 담고 있는 생로병사의 필연을 참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생명의 시작인 봄은 오히려 꽃샘추위와 같은 시련을 안겨주고, 하늘은 또 차갑고 냉정한 느낌의 햇볕을 내리쬐어 줍니다. ‘네 비록 따뜻함으로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지만 삶은 마냥 따뜻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보여주듯 문득 추위와 바람 같은 시련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내 지금의 빛과 같이 냉엄한 것이 현실이니라’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가을은 어떨까요. 가을이 깊어지면 온 산을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화려하게 치장해줍니다. 그 단풍들을 비추는 햇볕은 포근하고 따뜻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을은 본디 땅위의 만물을 죽이는 숙살지기(肅殺之氣)를 가지고 있는 냉엄한 계절입니다. 

차가운 쇳덩이에 서슬 퍼렇게 날이 선 칼보다 더 차가운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가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보이는 혹은 느낄 수 있는 가을은 차디찬 것이 아니라 꽃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단풍과, 벽난로 속에서 타오르는 작은 모닥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햇볕과, 어머니 품속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색감을 간직한 공기로 다가옵니다. 죽임의 계절에 우리는 수확의 기쁨을 맛봅니다. 하나의 죽음은 다른 곳에서는 풍성한 수확을 의미하는 것이란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자연은 그 스러짐을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따뜻한 빛과, 화려한 색과, 포근함으로 그 죽음을 아름답게 치장해주고 위로해주며 살아 있는 동안 이룩해놓은 과실과 열매들을 또 아낌없이 나누어주어 다가올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아 새로운 생명으로 등장할 모든 것들을 축복해줍니다. 

사람의 삶도 계절의 변화와 똑 같습니다. 태어나면 성장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늙어 스러집니다. 이 세상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숙명의 고리입니다. 오래 살고 혹은 일찍 죽는 것은 천명입니다. 하늘에 달린 것입니다. 건강관리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70을 넘기기 힘든 사람도 있고, 특별한 관리를 한 것도 아닌데 10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가 100세를 넘길 수는 없습니다. 오래 사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100년전만 해도 일반 대중에게 삶은 고달픔이었습니다. 그래도 자식을 낳고 길러서 손자를 볼 때쯤이면 ‘내 할일은 다했구나’ 하는 마음으로 지금 기준으로는 젊은 나이에 죽는다고 해도 삶에 그렇게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된 오늘에 와서 그 상실을 아쉬워하고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부여잡고 아쉬워합니다.

눈가의 주름은 삶의 흔적이요 아름다운 늙음의 표상입니다. 흰 머리카락은 단풍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이루어 놓은 것이 풍요로움이라면 부여잡고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자들이 편하게 누릴 수 있게 남겨주는 것이 의무가 아닐까요.

 

이현주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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