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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사랑방] 칠보시(七步詩)
김종훈 | 승인 2020.10.23 18:52|(209호)
김종훈명리학자. 한국역리학회 중앙학술위원

칠보시(七步詩)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으니
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디 한 뿌리에서 자랐건만
왜 서로 들볶아야만 하는지.

이 시는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위나라왕 문제의 아우인 조식의 시다. 일곱 걸음 만에 즉석에서 시를 지었다하여 칠보시로 알려진 것이다. 필자는 조식의 천재적 문학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 시가 나오게 된 배경에 더 관심이 있어서 여기에 올려보기로 했다.

형인 조비가 장자로서 왕권은 물려받았지만 항상 삼남인 조식의 뛰어난 학식에 시기와 질투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버지인 조조가 죽자 주변 대신들이 후환을 없게 하려면 학식과 인망이 두터운 조식을 죽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고한다. 조비도 내심 불안하기는 하였지만 차마 친동생을 그냥 죽이기엔 명분도 없어 조식을 불러다 이와 같은 숙제를 준 것이다.

“네가 문장에 소질이 있다하니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지어보아라. 그러면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할 시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그러자 조식이 눈물을 흘리며 일곱 걸음 만에 시를 지었다하여 칠보시로 1800여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 알려져 내려오고 있다.

이 내용은 오래전 중국 땅에서 일어난 혈육 간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알력과 암투에서 나온 얘기지만 우리의 역사에도 이방원이 일으켰던 왕자의 난을 비롯해서 수많은 골육간의 혈투가 일어난 사례들이 있는가 하면. 근래에 와서도 무수한 재벌가의 형제들이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법정 다툼을 벌이는걸 보면 누구나 욕망을 누르고 살기엔 어렵나 보다.

지난 추석을 보내면서 코로나19로 인하여 가족 간의 모임조차도 자제하고 해서인지 예전과는 다른 명절을 보낸 것 같다. 매번 명절이면 각각 떨어져 살던 가족친지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면 그동안 그리웠던 마음과 함께 서운하고 원망스러움이 함께해 사소한 다툼으로 이어지고 가장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 되어야할 명절이 난장판이 되는 몇몇 가정을 봐왔었다.

그러나 이번 추석에는 명절이 지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가족 간 다툼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다행이긴 하지만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여 씁쓸하기만 하다. 필자의 직업상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을 공감해주고 들어주다 보면 매번 명절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번 추석만큼은 조금 달라진 느낌이다.

요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의 달라진 사회 현상을 말하는 것 같은데. 필자가 느끼기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며칠 전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저 추석도 지나고 했으니 밥이라도 같이 먹자는 거였는데 가서보니 추석음식이 한 상 가득이었다. 혼자 계시면서 무슨 음식을 이렇게 많이 장만 했냐고 물었더니 자식들이 오겠다는 걸 오지 말라고 극구 말렸었단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음식을 해놓고 기다렸었던 눈치이다.

덕분에 내가 입호강을 실컷 했지만 식사도중 가끔씩 눈시울이 붉어지는걸 보니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가깝게 알고 지내던 지인들 몇 명이 같이한 식사 자리였지만 자기 자식들과 마주한 밥상만 했겠는가?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밥상만큼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김종훈  dadamcly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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