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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사랑방] 상선약수(上善若水)
김종훈 | 승인 2020.11.20 12:28|(211호)
김종훈명리학자. 한국역리학회 중앙학술위원

어릴 적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께서 늘 해주셨던 얘기가 ‘물처럼 살라’고 하셨다. 세상살이를 물처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살으라고 하셨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무모하고 도발적인 나의 성격을 이미 파악하신 듯 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 말의 어원이 노자 도덕경의 상선약수 편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매일 곱씹어 생각하며 살고 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항상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르며 형상을 만들지 않고 온갖 더러운 것을 몸소 씻으며 묵묵히 흐른다는 내용이다. 도덕경에서는 하느님보다 앞서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 시절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세상을 구할 듯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삶의 쓴맛을 진하게 맛보고서야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요즘에 더더욱 와닿는 구절이다. 나 또한 젊어서 무조건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업이란 걸 했다가 처절하게 무너진 후에 산골 마을로 도피처 삼아 무료하게 시간만 낭비하던 시절 접하게 된 노자의 도덕경!

그 시절 나한테는 메시아로 다가오는 듯 했다. 어찌 보면 요즘 세상과는 전혀 맞지 않은 논리 같지만 어쨌든 그 시절 길을 잃은 내 입장에서 삶의 희망이 되었고 한 줄기 빛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상담을 하러 오는 손님들에게 많은 부분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아무 행위도 하지 말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라고.

이게 무슨 상담이냐고 하겠지만 어떤 이에겐 서두르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여름 장마철에 한줄기 장대비가 내리면 흙탕물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이치이다. 물이 변한 게 아니라 환경의 변화로 인해 물이 흐려진 걸 인력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맑은 물에서 한가로이 노닐던 피라미로선 재앙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땐 큰 바위 밑이나 어디 안전한 곳으로 피해서 물이 맑아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만용을 부려 거센 물살로 나아갔다가는 어느 메기 아가리로 빨려 들어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흙탕물이 내려칠 때는 메기의 세상이다. 이렇듯 같은 물고기이지만 피라미와 메기의 운명은 다른 것이다. 메기가 활개를 친다고 덩달아 피라미도 설치다가는 결국은 메기의 밥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반대로 흙탕물이 걷히고 맑은 물에서는 피라미가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물이 맑아 천적인 메기가 눈에 잘 보일 뿐 아니라 몸놀림이 빠른 피라미로서는 재빨리 피할 수가 있는 것이다. 메기로서는 이때가 재앙일 것이다.

이렇듯 같은 물에 사는 물고기들도 서로 운명이 다르듯 사람도 각자 처한 운명이 다르다는 것을 많은 상담의 사례들에서 엿볼 수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흙탕물 속 피라미처럼 천지 주변이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만용을 부린다면 반듯이 낭패를 맛볼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행동을 부추긴다. 좋은 자동차와 휴대폰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나타나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발동시키고 현혹하고 텔레비전에서는 하루 종일 미스터 트롯 가수들이 온 국민의 시선을 마비시킨다. 물론 때로는 여유로운 여가생활과 쾌락도 필요한 법이다. 참으로 이상한 세상이 된 것 같아 필자로서는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이곳저곳 다녀보면 가는 곳마다 아파트공사 현장인데 뉴스에선 매일 집값이 올라간다고 난리이다. 통계적으로 전체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20%나 많다는데 왜 이렇게 집값은 오르는지 참으로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쯤에서 우리 모두가 욕망을 자제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풍선을 터질 때까지 계속 불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깨닫고 멈추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종훈  dadamcly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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