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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최복례 씨는 심은 옥수수의 교잡현상으로 뜻하지 않게 노란색의 쥐이빨 옥수수를 얻게 됐다. 몇 년에 걸쳐 일반 옥수수의 종자특성을 걸러내면서 노란색 토종 쥐이빨 옥수수를 얻을 생각이다. 사진 오른쪽이 올해 얻어진 노란쥐이빨옥수수 |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처음 보는 씨앗을 보면 호기심에 한번이라도 만져보고 싶고, “이거 저 주시면 안돼요. ”하고 욕심을 부리게 된다. 강원도에 시집와서 어느 집이든 처마 밑이나 대들보에 못을 박아 옥수수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시골마을로 토종보유 현황조사를 다니다 보면 이런 정경을 자주 보게 된다.
알곡들이 무리지은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욕심이 생겨도 너무 예뻐서 차마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던 옥수수가 바로 ‘쥐이빨옥수수’다. 먹기보다는 관상용으로 보기만 해도 좋을 이 옥수수는 여느 옥수수랑 다르게 알이 잘고 까끌하다. 알이 작아서 쥐이빨일까. 쥐이빨처럼 생겼으니 쥐이빨옥수수겠다.
쥐이빨옥수수로 팝콘을 튀기려면 낱알을 털어야하는데 알이 까끌까끌해서 잘못하면 손가락과 손바닥 껍질이 다 까지기 일쑤여서 조심조심 다뤄야한다. 팝콘옥수수로 알려지고 있는 이 옥수수를 요즘에는 여성농민들도 많이 심고 있다.
내 주변에서 주로 심는 쥐이빨옥수수는 붉은색이다. 쥐이빨옥수수 수확을 가장 많이 하는 최복례(51세)씨는 ‘언니네텃밭 제철꾸러미’를 시작하면서 도곡리의 송순예 씨에게 얻어서 심게 되었다고 했다. 제천 단양이 친정인데 아주 어렸을 때 노란색 쥐이빨옥수수를 먹어보았다고 한다. 알을 따서 양은냄비에 넣고 식용유를 조금 넣은 후 뚜껑을 덮어놓으면 폭폭 터져서 팝콘이 됐었다. 시집와서는 거의 심지 않던 품종이라서 쥐이빨옥수수가 더욱 반가웠는데 분양받은 씨앗이 붉은색이라 옛날 노란색이 그립기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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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복례(51세, 공근면 어둔리)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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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색 토종 쥐이빨옥수수(사진 위 작은 것들) |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팝콘이 거의 노란색이지만 예전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최복례씨는 올해 아주 소중한 경험을 했다. 쪄먹는 옥수수를 아주 일찍 심었더니 짐승들이 와서 따 먹지 않아 고스란히 잘 팔았다. 하지만 뒤에 심은 뻥튀기 하는 황옥(노란옥수수)과 쥐이빨옥수수는 짐승들이 맛을 알고 다 따먹었다.
밭을 둘러보기 싫을 정도로 다 헤쳐 놔서 속상한데 그나마 쥐이빨옥수수는 한그루에서 두서너 통이 달리다 보니, 큰 거는 따먹고 작은 것들은 조금씩 남겨놔서 수확을 했다. 하지만 씨앗 교잡이 일어나서 붉은색 쥐이빨옥수수가 노란 쥐이빨옥수수로 변신을 했다고 한다. 흰 찰옥수수도 몇 알씩 들어가고, 붉은색도 들어가고, 알갱이도 까칠하지 않고 맨질맨질한 것도 들어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붉은색 쥐이빨옥수수가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까칠하기도 한 것이 나타났다고 했다. 사진에서 보는 아주 작은 게 바로 그것이다. 내년에는 이것을 심어서 다시 노란색 쥐이빨옥수수가 나타난다면 이 옥수수를 계속 심을 계획이다. 또 웃자람을 방지하기 위해 거름도 적게 넣고 비닐도 씌우지 않을 생각이다. 토종씨앗 심는 것을 넘어, 풀뽑기가 어렵고 힘든데, 좋은 씨앗을 구하려고 전통 방식을 선택하는 것을 보니 여전사 같았다.
이번 노란색 쥐이빨옥수수는 첫해 여러 가지 품종을 심었을 때, 꽃가루의 영향으로 겉표면이 변했을 거고, 내년에 심으면 여러 가지 종류가 나올 수 있다. 그중에서 노란색 쥐이빨옥수수만 몇 번이고 골라서 심고 심으면, 원래 노란색 쥐이빨옥수수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최복례씨가 민간 육종가처럼 대단해 보였다.
어렸을 때 먹어봤던 노란색 쥐이빨옥수수에 대한 추억을 놓지 않고 계속 씨앗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최복례씨. 이런 작은 실천을 하는 여성농민들이 우리씨앗을 지켜나가는 원동력일 것이다. 달달한 팝콘에 익숙한 사람들이 재래종씨앗 쥐이빨옥수수로 튀긴 고소한 팝콘을 보고 “최고다, 맛있다”고 할 때마다 ‘내년에 더 잘 지어야지’ 하는 맘이 생기신단다. 이런 최복례 씨가 자랑스러웠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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