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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은 복용하지 마세요?<이현주한의사의 세상살이진맥>
이현주 | 승인 2013.12.09|(0호)
쌀, 잡곡, 채소, 물 등 우리 주변의 모든 먹을 것들이
한약에 포함되는 것들 임에도 “한약은 복용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무지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일 뿐

 

 

▲ 이현주(평화당한의원, 한의학박사)
소위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 분들의 공통된 말입니다. 그런데 무척 궁금합니다. 한약이 어떤 것이 있고, 어떤 약리작용을 하고, 개별 약재의 효능은 물론이고 한 개 이상의 약물로 처방을 구성하면 또 어떤 약리작용을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한약의 복용을 금하는 것인지 말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한약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밥의 주재료인 쌀은 갱미라고 하며 그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고 쓰며 독이 없는 것으로. 위장의 기를 고르게 하고 살찌게 하는 등의 효능이 있는 약재이며, 묵은 쌀은 갱미, 찹쌀은 나미로 모두 약재로 씁니다. 
 
콩, 팥, 녹두, 보리, 밀, 수수, 옥수수, 기장, 좁쌀과 같은 잡곡류도 모두 한약재이며, 무우, 배추, 시금치, 근대, 당근 등의 채소류도 모두 한약재로 유용하게 쓰고 있고, 꿩, 닭과 같은 날짐승, 돼지, 소, 말, 양과 같은 들짐승들은 물론, 심지어 물조차도 정화수, 한천수, 국화수, 납설수, 추로수 등 33가지로 구분하여 질병에 따라 치료의 목적으로 즉, 한약재로 사용합니다. 
 
이렇듯 우리 주변의 모든 먹을 것들이 한약에 포함되는 것들 임에도, 단지 “한약은 복용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무지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일 뿐입니다. 적어도 인삼이면 인삼, 사삼이면 사삼과 같이 개별적인 약재를 특정해서 “지금의 질병은 이러한 약재들로 인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금합니다”라는 정도는 해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 것인데, 한의사도 미처 다 알지 못하는 수만 수백만 어쩌면 수 억 가지의 한약처방을 모두 복용하지 말라고 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약의 효능, 혹은 약의 작용을 기미론을 바탕으로 설명합니다. 계피와 같은 약재들은 성질이 따뜻하여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하고, 황백과 같은 약재들은 성질이 차가워서 염증성질환 등으로 인해 생기는 열을 없애주는 작용을 하고, 박하나 인삼같이 독특한 향이 특징인 약재들은 기분에 작용하며, 숙지황처럼 달여 놓으면 향보다는 걸쭉한 맛을 내는 것들은 혈분에 주로 작용하는 약으로  보는 것이 기미론입니다.

처방의 구성도 당연히 그러한 기미론에 의거하여 정밀하게 구성하게 됩니다. 아무리 맛있고 향이 좋은 참기름이라도 아무데나 넣지 않고, 간을 하는 것도 고추장, 간장, 된장, 소금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각각의 식재료에 맞춰 잘 어우러져야 음식이 제 맛을 내는 것처럼, 한약의 처방도 개별약물의 맛과, 성질을 고려해서 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채 ‘산에서 채취한 특효약’이라고 하면서 함부로 환이나 탕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 혹은 ‘내 몸은 내가 잘 알아’라고 하면서 몸에 좋다고 하는 것은 무엇이든 먹어봐야 하는 사람들의 ‘그러한 것’은 한약일 수 없습니다. 그러한 것들로 인한 폐해는 한의사 혹은 한약의 잘못이 아닙니다.  
 
한의사라면 자기가 환자에게 투여하려고 하는 약재들의 작용기전과, 그러한 약재들의 복합체인 처방의 약리작용은 물론 혹 발생할 수도 있는 부작용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의 진단을 통해 복용하게 되는 한약은 질병을 치료할 수는 있을지언정 환자의 몸을 망치는 역할은 하지 않습니다. 한약! 한의사를 믿고 복용하시면 됩니다.

 

이현주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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