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횡성군과 제8전투비행단이 군용기 소음 피해 저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블랙이글스 기지별 순환 이동 훈련, 군용기 이·착륙과 장주비행 경로의 주기적 재검토, 이륙 상승각 조정 등 주민 피해 방지와 소음 저감 대책을 8비가 마련하고 횡성군이 소음 저감 대책 협조 및 주민 홍보를 진행하며 소음 저감을 위한 민·관·군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것이 협약의 주요 골자다.

횡성군용기소음피해대책위원회는 8비가 블랙이글스 해체라는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저감방안이 시행된다면 국방의 필요성을 인정해 전투기 비행소음 피해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위의 요구가 적절한 지는 의문이다. 국방부는 군소음보상법 시행에 따른 ‘제1차 소음대책지역 소음 방지 및 소음피해 보상에 관한 기본계획’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군 전력 재배치, ‘군공항 이전 특별법’ 등과 연계한 군용비행장 통폐합을 비행소음피해 해결방안의 하나로 보고 있다. 적용대상은 원주를 포함한 16곳 전술항공작전기지이다. 그렇다고 이들 16개 군공항이 모두 블랙이글을 운용하는 것도 아니다. 블랙이글이 없어도 전술항공작전기지의 경우 전투기 소음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국방부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책위는 국방부조차 군공항이전을 비행소음피해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있는 데 국방의 필요성을 인정해 공항이전은 요구하지 않고 전투기 소음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음저감 대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국방부 스스로 막대한 예산과 시간, 노력이 필요한 공항이전 대상에 블랙이글도 없는 공항까지 포함시켰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블랙이글은 안되고 전투기는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대책위의 주장이 혹여 비행소음에 대한 이해부족이나 강한 폭력에 빈번하게 노출된 피해자가 정도가 약한 폭력에 안심하는 것처럼 소음이라는 폭력에 둔감해졌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근본대책이라고 할 수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편 곡예비행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블랙이글이 국방에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횡성주민들은 국방기술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국방의 이유를 들어 비행소음을 받아들여 왔다. 국방부가 이런 저런 국방의 이유를 들어 블랙이글의 유지필요성을 주장한다면 이를 반박할 논리는 있는가.

경제성 등 전투기 국산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반논란이 있지만 블랙이글 기종은 불완전하나마 대한민국이 탄생시킨 국산전투기를 모체로 한다. 전투기 국산화의 필요성, 전투기 수입대체 및 수출 효과, 미래 기술 확보, 국방력 과시를 통한 전쟁 억지력효과, 국위선양 등 국방부가 “국방에 필요” 하다고 내세울 명분이 없지 않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도 공항이전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전투기 비행소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데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군용기 소음 피해의 근본적 대책은 군용비행장 이전 요구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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