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공단지 폐수처리 약품, 수년간 특정업체와 수의계약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라는 대로 사준 셈
연 28회 구입 등 쪼개기 계약으로 계약 규정 피해가

횡성군 기업경제과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농공단지의 폐수처리 약품을 구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제과는 폐수처리 약품을 구입해 우천제2농공단지와 공근농공단지, 우천일반산업단지의 폐수처리 전문업체에 제공해오고 있다. 문제는 기업경제과가 구입해온 약품가격이다.

기업경제과는 우천제2농공단지와 공근농공단지의 폐수처리를 위해 횡성의 E 업체에게 2018년에만 총 28회에 걸쳐 가성소다(25%, 액상) 2만9천kg을 구입했다. 구입금액은 총 2927만 2천원. 2019년에는 18회 총 3734만 2천원, 지난해는 7회 구입에 총 4606만 8천원(kg당 1047원)의 가성소다를 E 업체로부터 구입했다. 구입양과 구입금액을 감안하면 2018년 가성소다 구입단가는 kg당 약 1009원, 2019년에는 kg당1037원, 2020년은 kg당 1047원이다.
문제는 기업경제과의 구입단가와 횡성군청정환경소의 구입단가가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표 참조>

횡성군청정환경사업소는 침출수 처리를 위해 횡성군이 구입한 것과 같은 가성소다(25%, 액상)를 2018년 kg당 286원, 2019년에는 kg당 290원에 구입했다. 기업경제과의 가성소다 구입단가의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청정환경사업소의 구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기업경제과는 가성소다를 2018년 829만 4천원(기업경제과 실구입액 2927만 2천원), 2019년은 1044만원(기업경제과 실구입액 3734만 2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가성소다 한 품목에서만 E업체에게 2018년 2097만원, 2019년 2690만원의 초과이익을 제공한 것이다. 2020년은 청정환경사업소의 구입가격과 직접 비교가 어렵다. 청정환경사업소가 침출수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폐산을 외부 업체에 처리를 맡겨 지난해부터 가성소다를 구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E업체가 기업경제과에 납품한 2020년도 가격인상분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기업경제과에서 E업체에게 가성소다 한 품목에서만 약 3280만원의 초과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달청 입찰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8~2019년 당시 전국 지자체들의 가성소다(25%, 액상) 구입단가는 kg당 180원~250원 수준. 육로 수송이 불가능한 제주도의 경우가 kg당 970원 수준으로 높지만 천원을 넘지 않는다. 구입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구입단가에 탱크로리 운반비와 작업비, 공급업체의 이윤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횡성군기업경제과의 구입금액이 터무니 없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성소다 뿐이 아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우천제2농공단지와 공곤농공단지, 우천일반산업단지 모두 사용하는 약품인데 기업경제과는 2018년 kg당 981원, 2019년과 2020년은 kg당 1004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나 기관들의 구입가는 kg당 200원 수준으로 E업체의 납품가격과 5배 가량 차이가 난다. 

포괄 예산 금지 규정 위반, 환경관리과는 약품구입예산 내역 밝혀

기업경제과의 산업단지특별회계 예산 중 농공단지 폐수처리를 위한 약품구입예산 내역. 산출내역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지만 3개소 각 5500만원으로 추정해 1억6500만원의 예산규모만 밝혀놓고 있다.

환경관리과의 수질개선특별회계 중 축산폐수처리장의 폐수처리 약품구입 예산서. 구입할 약품과 각 필요량, 단가가 밝혀져 있다.

횡성군이 우천제2농공단지와 공근농공단지, 우천일반산업단지 3곳의 폐수처리 약품 구입은 횡성군산업단지특별회계 예산이다. 담당부서인 기업경제과에서 약품구입에 사용한 예산은 2018년 7349만원, 2019년 1억3275만원, 지난해는 1억4529만원이었다. 올해 약품구입 당초예산은 1억6500만원.

세부내역없이 포괄예산을 세우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산업단지특별회계 예산서의 올해 약품구입예산은 “5500만원x3개소”로 되어있을 뿐이다. 축산폐수처리장의 축산폐수를 관리하는 환경관리과가 “횡성군수질개선특별회계” 예산서에서 축산폐수처리장처리를 위해 구입할 약품이름과 단가, 구입예정물량을 밝히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기업경제과는 약품을 수년째 1인 수의견적으로 횡성읍의 E 업체에서만 구입해오고 있다. 이유는 “ 해당 약품들을 취급하는 곳이 횡성에 한 곳(E업체)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궁색한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청정환경사업소는 기업경제과와 마찬가지로 1인 수의견적으로 가성소다를 구입했지만 조달청에 가성소다 판매자로 등록한 업체로부터 E업체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구입해왔기 때문이다. 축산폐수처리장 역시 E업체가 아닌 곳에서 구입하다가 2019년부터는 연간 사용량을 추정해 입찰을 통해 단가계약으로 가성소다를 구입해오고 있다. 유독 E업체에서만 해당 약품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횡성군의 다른 부서에서도 같은 약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데다 다른 지자체, 기관들도 폐수처리를 위해 약품을 구입하고 있어 조달청의 입찰정보나 조달물품시스템을 통해 약품가격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업경제과는 E업체와의 구매계약을 모두 1인 견적의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는데 지방계약법은 1인 견적을 할 경우에도 “ 거래실례가격, 통계작성 승인을 받은 기관이 조사·공표한 가격, 감정가격, 유사거래 실례가격 등과 비교 검토하여 가장 경제적인 가격으로 최종계약금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년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약품을 구입해온 것이다. E업체의 견적이 타당한지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경제과의 연간 총 가성소다 구매금액은 매년 연간 2천만원 이상이다. 지난해는 4600만원을 넘게 구입했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인 줄 몰랐다고 해도 총 구매금액을 고려하면 입찰로 구매했어야 했지만 기업경제과는 E업체와 소액으로 자주 계약하면서 이같은 규정을 피해갔다. 기업경제과는 “보관탱크가 작아 필요한 만큼 구입하다보니 구매횟수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가성소다 총 구매량은 늘었는데 구매횟수는 2019년 18회에서 7회로 절반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기업경제과는 “구매횟수는 줄었지만 필요할 때마다 납품을 받아 납품 횟수는 구매횟수보다 많다”고 했다. 예상 물량을 미리 계약해 필요할 때마다 공급받았다는 이야기다. 보관탱크가 작은 것이 잦은 구매의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기업경제과도 인정한 셈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기업경제과에서 E 업체의 이익을 위해 지방계약법을 피해 쪼개기 계약을 진행하고 E 업체가 달라는 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년간 약품을 사주었고 이를 이용해 E 업체에서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횡성군은 올해부터 우천제2농공단지와 공근농공단지, 우천일반산업단지의 폐수처리를 위해 전문업체와 위수탁협약을 맺었다. 위탁기간은 2023년까지 3년으로 폐수처리에 필요한 약품은 기존과 같이 횡성군이 구매해 제공한다. 기업경제과의 지난해 황산알루미늄의 연간 총 구입금액만 4천만원이 넘지만 지난 1월 E업체로부터 황산알루미늄과 알루미늄소다, 폴리머A를 구입했다. 2천만원 미만이어서 수의1인 견적이다. 업무의 전문성과 행정의 효율을 위해 민간위탁협약을 맺어놓고도 수시로 약품을 구매하는 예산낭비와 행정력 낭비,비효율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횡성희망신문이 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 약품 구입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취재를 시작한 이후 기업경제과는 “앞으로 입찰을 통해 연간 단가계약으로 약품을 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용희 기자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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