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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요 며칠 봄을 재촉하는지 아니면 봄을 시기하는 건지 눈과 비가 번갈아 내리더니 어느덧 화창해진 봄 햇살을 내보인다. 오랜만에 야외 나들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길을 나섰다가 이끌리듯 내 고향 지리산 자락까지 오고야 말았다.
자동차로 불과 몇 시간의 거리에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남쪽인 탓에 길가에 매화 꽃이며 산수유 꽃들이 봄이 왔음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어릴 적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님들의 사정으로 떠났던 고향이라 누구 하나 반겨줄 리 없는 곳인 줄만 알았다.
무작정 어릴 적 추억만을 더듬어 강변에 차를 세웠다. 예전엔 여기에 물레방앗간도 있었고 학교 갈 때엔 배를 타고 건너던 나룻터도 있었는데... 지금 반세기가 지나 중년의 늙은이로 돌아와 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강변은 말끔하게 정비되어 커다란 다리 위로 자동차가 지나간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토끼봉 등을 만들며 동쪽으로 흘려내려 여기 경호강변에 와서 우뚝 솟은 산 하나가 왕산이다. 어느덧 해가 지리산을 밀쳐내듯 넘어가며 강 건너 왕산이 왕좌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다. 실제로 왕산에는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진 고대 가야국 마지막 왕인 양왕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아마도 김해김씨 후손들이라면 한 번쯤은 다녀갔을 국내 유일의 돌로 쌓아 올린 무덤이다.
금방 어둠이 짙게 깔리며 바로 옆 건물에서 네온사인 빛이 터져 나온다. 바로 브릿지사이드라는 카페의 간판 불빛이다. 정말 이색적이다. 이곳에서 카페를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지금은 세상 어디를 가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카페였지만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마침 커피 한 잔이 생각난 김에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야외벤치에 나와 앉으니 바깥은 벌써 칠흑 같은 어둠 속이고 하늘의 별들은 더욱 빛을 발한다. 참으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하늘의 별 그림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절로 생각나는 풍경이다. 윤동주는 별빛 하늘을 바라보며 저 멀리 북간도에 있을 어머니를 떠올렸지만 나의 어머니는 저 언덕 너머에 고요히 누워계신다.
그렇게 온갖 상념에 빠져 있을 즈음 카페 주인이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넨다. “어디서 오셨습니까?”하고 물어오길래 카페 이름이 참 예쁘다는 말과 주변 환경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말과 함께 얼버무리고 말았다. 아마도 계속 말을 이어갔다가는 그 청년의 부모들과의 연을 따져 물어야 될 것 같아서이다.
그 보다는 그때 나는 어릴 적 추억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별빛은 더욱 가까워져 선명하다. 그 시절 아마도 연인끼리 나란히 앉아 있었더라면 별을 따서 선물로 주는 것도 어렵지 않을 만큼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 같다.
나의 2021년도 신축년은 이제야 시작하련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과 추억과 온갖 기억들을 밑거름 삼아 “새롭게 시작해 보련다!!” 다짐하면서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러면서 또 다른 다짐을 해본다. “이보게 청년! 다음에 내가 이곳에 왔을 때엔 차 한잔 나누면서 조용히 이야기 좀 하세...”
김종훈 dadamcly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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