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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사랑방] 추억으로의 여행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21.03.31 18:30|(220호)

김종훈

명리학자 / 한국역리학회 중앙학술위원

나는 여행을 참으로 많이 하는 편이다. 특정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늘 새로운 곳이나 아니면 몇 번을 다녀온 곳이라도 항상 설레이고 새롭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일상의 단조로움을 못 견뎌 하는 나의 성격 탓이리라.

여행하면 떠오르는 것이 오래전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시절 수학여행이 아닌가 싶다. 그시절 학교가 산간벽지에 위치한 탓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버스를 처음 타보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것도 대상 학생 모두가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전교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학생들만이 특혜를 누릴 수 있었던 정말로 가난했던 시절의 경험이었다.

필자도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편이라 6년간 모아왔던 학생 통장을 해약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는 돈은 몇 날 며칠에 걸쳐 부모님을 졸라 간신히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새벽밥을 먹고 도시락으로 주먹밥을 준비해서 대절해 놓은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부산“

생전 처음으로 대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는 호기심으로 버스 안은 떠들썩하니 들떠있었다. 그것도 잠시 대부분의 이이들이 난생 처음으로 버스를 타보는 탓에 여기저기 멀미로 고통을 호소한다. 버스 또한 지금처럼 세련된 관광버스가 아닌 시골길을 오가는 완행버스를 대절한 탓에 고장은 왜 그렇게 잦은지 그렇게 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 끝에 간신히 해 질 무렵이나 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모두가 녹초가 되어 사색이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과는 달리 도로의 절반 이상이 포장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더더욱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가끔 오가며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면 미소가 머금어진다.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를 하루종일 걸려서 그것도 고생 고생해 가며 경험했던 나의 첫 여행이었다.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누구나 생각해 보면 아름답거나 아니면 고통스런 추억이 몇 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며칠 전 먼 친척 중에 조카뻘 되는 사람으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내삶이 유랑자 같은 삶이기에 유독 친인척들 하고는 인연이 별로 없는 가운데 유일하게 이따금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다.

서울에서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다짜고짜 고통을 호소한다. 전화 너머 목소리에 심각성이 느껴져 아무 말 말고 술이나 한잔하자며 내려오라고 했다. 그동안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던 그였기에 지금은 정말로 상황이 심각한 모양이었다. 얘기를 들어본즉 요즘에 다수가 격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는 인과 관계가 별로 없어 보였다.

급격하게 변천하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인 것 같아 지금이라도 사업의 방향을 바꿔보는 건 어떻겠냐는 물음에는 머리를 휘젓는다. 아마도 과거 호황의 단맛을 본 경험으로 쉽게 포기가 안 되나 보다. 그나마 유년시절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 잠시나마 당장 시름은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옛날에 지게를 팔아 돈을 벌었다고 지금도 지게를 팔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사태전환을 시도해 보라고 강하게 주장하며 보냈다.

이처럼 나는 다른 사람들의 무용담이나 아름다웠던 과거사를 들어 주기보다는 지금의 고통스런 상황이나 과거 한스러운 회환들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못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감하며 때로는 감정이입이 되어 나 스스로가 힘들어질 때도 많다. 그래서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여행이다.

언제나처럼 나에게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설레게 하고 동시에 먼 훗날 오늘을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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