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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믿어야 성공할 터인데, 얼마만큼 믿을 수 있을까■ 또 한 권의 추천 도서 ■
송승철 | 승인 2013.12.30|(0호)
▲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스테파노 자마니, 베라 자마니 지음. 송성호 옮김(북돋움)

협동조합이 대 유행이다. <강원도민일보> 보도에 의하면, 지난 1년간 강원도 내에서만 99개가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개점휴업이란다. 시작은 미약해도 끝이 창대해야 할 터인데, 시작만 창대했고 끝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비판할 것 만은 아니다. 시작은 이렇게 유행처럼 타오르고 곧 거품이 빠지지만, 거품이 빠진 후에도 남는 것들이 있다면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법이다.

사이버교육이 그런 과정을 밟았다. 미국과 영국 대학가에서 2000년 전후로 사이버교육이 황금알을 낳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양질의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 유명대학들이 너도나도 뛰어 들었다. 그들이 염두에 둔 시장은 돈 많은 아시아권 졸부들의 자녀였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현지유학을 하지 않고도 학위취득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가 팔릴 줄 알았다.
 
결과는 파국이었다. 사이버교육은 생각보다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들었고, 아시아권 학생들은 값싼 사이버 학위를 원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사이버교육이 이런 실패과정을 통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교육과 결합했고 현재 교육의 대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될까. 협동조합이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협동조합을 다룬 책을 추천받고 5권을 읽었고, 서평의 대상으로 자마니 부부가 저술한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를 골랐다. 다른 저작들은 협동조합 설립의 실무적 해설서에 가까운 바도 있고, 또는 몬드라곤 같은 특정 사례에 대한 보고서 같아 일반독자에게 소개하기는 무리였다.

어쩌면 독자의 입맛에 맞는 개설서가 흔치 않다는 점이 현재 협동조합 열풍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마니 부부의 저작은 (영어 번역본으로는) 쪽수가 128면에 불과한 입문서인데, 우리말 번역본은 여기에 원저에 없는 협동조합의 원칙, 협동조합기본법 해설, 표준정관 예시 등을 추가했고, 그 결과 배와 배꼽의 분량이 엇비슷한 두툼한 책이 되었다.

저작의 원제는 이다. 그대로 번역하면 “세계화의 도전에 직면한 협동조합”인데, 역자가 이를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로 바꾸었다. 이렇게 바꾸니, 역자의 의도가 더욱 선명해졌는데, 대신 저자의 의도는 약화되었다. 우선, 번역된 제목에 ‘기업’이 들어간 것이 다행이다.

이 저작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협동조합은 복지기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업’이라는 점이다. 다만, 일반기업이 ‘효율성’이란 기치 아래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협동조합은 효율보다 참여자 모두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다르다. 거칠게 말하면, 이 두 가지가 이 저작의 핵심 메시지이다. 
 
자마니 교수의 역점 가운데 하나는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 자본주의사회에서 우세종이 된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에 비해 결코 경쟁력이 덜 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역사를 기술하는 2장에서 로버트 오원의 사회주의적 협동조합 기획이 실패한 이유도 기업적 원리를 망각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동시에, 저자들은 협동조합이 가진 개방성, 민주성, 지역성이 자본주의 기업과 대항할 수 있는 경영원리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이런 가치들, 그리고 이를 통한 ‘호혜적 교환’의 원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협동조합의 번성을 설명할 수 없을 따름이라고 말한다.
 
자마니 부부가 강조하는 또 하나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협동조합의 의의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호신뢰, 공평성, 민주주의 같은 가치가 필수적이며, 그런 의미에서 협동조합을 자본주의 기업의 적대자가 아니라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마니 부부의 이런 의도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은 공동선과 전체선을 구분하는 부분이다. 전체선은 개인 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의 크기를 따지지만, 공동선은 한 사람이라도 소홀히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삼성이 잘 나가면 한국의 전체선은 커지지만, 공동선을 크게 만들지는 못한다. 소득곡선을 악화시키는 경우에는 오히려 공동선은 줄어들 것이다. 
 

 

 

▲ 송승철(한림대 영문학과 교수)
전반적으로 이 저작은 협동조합의 가치, 역사, 원리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담보하는 장치라는 주장인데, 세상이 워낙 각박하니 믿고 싶고, 또 믿어야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을 터인데, 읽고 나서도 여전히 이런 저런 의문이 남는다.

우선, 원제 그대로 세계화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데, 협동조합의 원리가 어떻게 세계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 설명하는 부분이 없다. 또한, 책 전체를 통해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주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균형추, 즉 대안이라는 주장에 머물러 있다. 보통 믿음은 ‘간증’처럼 자가발전의 형식으로 굳어지는 법인데, 간증 형식 말고 이론적 기획으로 믿음을 보강해 줄 책이 어디 없을까.

 

 

 

송승철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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