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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송전탑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21.05.24 16:37|(222호)

잘못된 전력 정책으로 인한 기후 위기의 피해는

전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몫이 된다

 

며칠 전 한 TV의 뉴스에서 많은 수의 횃불로 마치 연등회를 연상시키는 프랑스의 이름난 포도 산지인 보르도 지방이 나온 적이 있었다. 모르고 봤다면 장관이라고 여겼겠지만 이는 냉해로부터 포도의 새순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의 농민들이 나무 사이에 횃불을 지핀 것이었다.

이 지역은 원래 겨울에도 영하의 기온을 보기 힘든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5월에도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질 만큼 기후의 변화를 가늠하기 힘들게 되면서 포도 생산이 30% 이상 줄어들 것을 예상하는 등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의 최전선에 있다. 굳이 외국의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지난 6일 대관령에 눈이 내려 23년만의 5월 눈을 경험했고,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냉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 모든 것은 기후 위기의 징후가 우리의 삶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에너지 소비국중 하나인 미국도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트럼프 시절 완화된 환경 관련 규제 100여 개를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의 기후 특사인 존 케리가 기후 위기 대응을 민간 기업이 주도해야 하고 정부는 보조적 구실만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친기업적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기후 위기 자체를 부정한 트럼프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도 ‘그린 뉴딜’이라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녹색 친화적인 국민의 일상생활 환경을 변화시키겠다고 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정부는 2034년까지 전기 공급 계획이 담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지난 12월말 발표했었다.

이 계획이 중요한 이유는 전력 생산이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많이 발생한다.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온실가스를 대대적으로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계획대로라면 2034년에도 34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돌아가며 전체 전력의 20% 이상을 석탄을 통한 발전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건설중인 석탄발전소도 7기나 된다. 천연가스 발전소를 늘리는 것도 문제다. 천연가스에서도 온실가스는 석탄 못지않은 많은 양이 배출되는데 단지 석탄에 비해 매연이 적다는 이유로 옹호 되고 있다.

정부에게 ‘탄소 중립’한다면서 석탄 발전소를 왜 계속 짓도록 놔두느냐는 질문에는 “사업주 자발적 의사”를 침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이윤을 얻을 자유를 심각한 기후 변화를 막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한 걸음 나아가 발전소의 전기를 서울로 끌어가기 위한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세금으로 건설하려 하고 있다.

횡성과 홍천에서 반대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는 500kV HVDC 동해안-신 가평 송전선로가 그것이다. 송전선로 계획이 없었다면 기업들이 삼척과 강릉에 발전소를 건설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을 2011년부터 추진했었다. 그 결과 때문인지 전국적으로 에너지 소비는 2011년 2억5백만toe(석유환산톤)에서 2019년 2억 3천1백만toe로 증가했으나 서울은 1천5백5십만toe에서 같은 기간 1천4백2십만 toe로 감소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대한민국이 세계 7∼8위의 전력 소비국가 임을 감안한다면 발전소를 늘리는 방향이 아닌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정부도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과 에너지 생산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의 정책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다시 횡성으로 돌아와 보자. 송전탑 대책위원회가 새롭게 출발하면서 송전탑 반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대부분의 문구는 우리지역에 송전탑은 안 된다는 것이다.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의 예에서 보듯이 송전선로 문제는 원천무효화가 매우 어려운 투쟁이다. 국가 시책이라며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내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고립적인 투쟁으로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연대가 중요한 이유이다.그 연대의 이유는 내 지역을망치는 송전탑 한기 한기가 아니라 화력발전소는 기후위기의 주범 중 하나이며 잘못된 전력 정책으로 인해 기후 위기는 더욱더 심해질 것이라는데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의 피해는 전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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