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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명수의 無用之用] 개소리에 대하여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21.09.22|(230호)

나명수
국문학 전공, 동화 작가,
씽쌩이의 강물여행(단행본)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편집)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을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개소리에 대하여」 중 / 해리 G. 프랭크퍼트

세상에는 개소리가 너무나도 많다. 개소리쟁이가 아니라면 개소리가 기꺼울 리 없으니, 개소리쟁이가 아닌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남자들의 소소한 군대 이야기나 자기소개서부터 TV나 인터넷 쇼핑몰의 광고 영상, 정치인들의 합리화, 이런저런 근거를 핑계로 서로 다른 여론조사 등등. 이런 개소리에 차이가 있다면 어설픈 개소리와 세련된 개소리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다. 근자에 겪은 독특하고 어설픈 개소리 두 건을 소개한다. 미흡하지만 소주에 어울리는 안줏거리라도 되었으면 한다.

초면의 A씨와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전공이 뭐냐고 묻기에 국문학이라 했다. 그는 자신도 서울의 명문 사립대 국문학 전공이라며 반색하였다. 그렇거니 여기는데 열린 입에서 개소리의 화려한 마술이 펼쳐진다. 그는 국문학과를 졸업하여 OO자동차 생산라인 노동자와 연구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노동자의 권리 신장을 위한 노동운동으로 온몸을 불태워 전선에서 투쟁했단다. 그러다가 뜻한 바 있어 고향의 부모님께 효도하고자 귀향하였다. 친환경의 영농과 자연보호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고 한다. 난해한 A씨의 도무지 닫힐 줄 모르는 입은 하늘의 뜬구름처럼 가볍게 오락가락했다. 납득 곤란한 국문학과 자동차 생산직과 연구원의 조합이었다.

며칠 후 다른 분과 차 한 잔 나누다가 지나는 말로 물었다.

“A씨가 OO대 국문학과 나왔어요?”

“뭔 개소리야. 공고 나왔구먼!”

A씨와는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처지였다. 그럴 때마다 그의 허세와 과장과 거짓으로 빛나는 개소리를 마주했다. 자연을 사랑한다는 그의 말은 자아 최면의 주술인 것일까, 그의 집에는 흉물스럽게 삭아가는 자동차 삼형제가 울고 있었다. 안중근 의사는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 했으나 A씨는 하루라도 독서 대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입 속에 혓바늘이 돋는 듯 싶다.(一日不僞言 口中生荊棘)

역시 불참하기 곤란했던 모임이었다. 시간만 가기를 학수고대하는데 모 단체장 B씨가 무대에 서더니 격려사를 한단다. 자신의 소개와 짧은 격려에 이어 자화자찬의 일인극이 펼쳐진다. 배움의 가방끈에 자격지심이 있었을까? 모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단다. 뒷배가 절실히 필요했을까? B씨에 의해 서너 명의 장관이 방문했다며 한껏 배를 내민다. 업적이 필요했을까? 자신의 능력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이뤘다며 감탄한다. 타인의 존중이 필요했을까? 수많은 행사에 초빙되어 수천의 사람들에게 강의했으며 박수와 환호가 끊이질 않았단다. 과시가 필요했을까? 지금 그 자리도 굳이 맡아 달라 떠맡겨서 앉은 것이란다. 그 중의 백미는 말토막 사이사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멘트였다.

“나는 공치사를 싫어해요. 절대 내 자랑을 하지 않아요.”

공치사를 싫어하는 B씨는 자화자찬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무려 2시간 40분의 무대를 소화했다. 대한민국의 국화 무궁화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인지라 스스로 힘써 부단히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는데, B씨는 입술의 근육과 어설픈 개소리에만 자강불식인 것 같아 씁쓸하였다. 참 지루한 어느 날의 오후였다.

필자도 개소리를 한다. 조심하여도 부지불식간에 약간의 허세와 과장이 표출되기도 하거니와 가급적 말을 삼가는 것 외의 다른 방법이 없을 듯한데……, 섬강을 산책하던 견공(犬公)께서 ‘너 또한 개소리’라고 짱짱하게 꾸짖는다. 멋쩍은 쓴웃음으로 답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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