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연금·돌봄서비스 외에
장애인 관련 정책 변화 없어
인류는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고 난 20세기 중반 이후, 각종 국제인권조약들을 제정해 왔다. 여성, 아동,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되었던 집단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인권조약들이 하나 둘 만들어졌는데, 장애인에 대한 인권조약은 21세기 들어와 뒤늦게 만들어졌다.
그만큼 장애인은 늘 사회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고, “유엔의 수많은 국제인권조약들이 ‘모든 사람’의 권리를 얘기하고 있지만 ‘장애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에서 배제돼왔다”(류은숙, 2006. 8. 29. <인권오름>).
다행히 수년간의 논의 끝에 2006년 12월 유엔총회가 비로소 장애인인권협약을 채택했고, 한국정부는 2008년 이 조약을 비준하면서, ‘장애인 인권보장’이라는 인류의 의무에 동참하기로 했다.
각 나라마다 장애인 관련 정책 혹은 복지제도를 운영해 왔지만, 국제인권조약을 만들고 이를 비준했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즉,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약자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며,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은 ‘사회적 의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장애인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어떨까.
횡성군 100명당 7명이 장애인
2013년 현재 횡성군에 등록된 장애인 숫자는 모두 3558명. 이중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되는 1·2급 장애인은 774명이다. 횡성군 인구 100명당 7~8명이 장애를 갖고 있으며, 대여섯 가구당 한 가구가 ‘장애인 가정’인 셈이다. 이들과 관련된 2014년 예산은 모두 39억4000여만원으로, 올해 횡성군의 사회복지부문 예산 486억9000만원(전체 일반회계 예산 중 18.9%) 가운데 약 8%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횡성군의 장애인 예산은 약 5억원 가까이 늘어났는데, 그 대부분은 장애인연금과 장애인활동지원금(요양보호사 인건비)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대 20만원까지 지급되던 연금액수가 올해는 28만원까지로 늘었고, 1·2급 중증장애인들만 대상으로 했던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올해 7월부터 3급 장애인들로까지 확대되면서 요양보호사 인건비가 늘어날 예정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연금과 활동지원금 증액 즉, 생활비 일부를 보조하고 돌봄서비스를 확대하는 것 외에 장애인 관련 정책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장애인인권협약은 특히 장애인의 ‘자립적 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동참’(제19조)과 ‘근로 및 고용’(27조)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이런 장애인인권협약의 가입국이라는 기준에서 보자면 실망스러운 현실이다.
장애인들의 ‘자립적 생활과 지역사회 참여’를 위해 ‘근로와 고용’은 필수요소이지만, ‘일자리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크지 않다. 올해 횡성군의 장애인 일자리사업 예산은, 경증장애인(10명) 일자리 제공사업 4960만원, 장애인행정도우미(10명) 고용사업 1억4413만원, 시각장애인 안마사(2명) 파견사업 3579만원, 장애인 보호작업장 보람원 운영사업 1억2000만원, 한우리 장애인보호작업장 운영사업 1억5000만원 등, 모두 5억원 가량이다. 경증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사업 예산이 늘긴 했지만, 중증장애인들을 사회에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은 제자리걸음이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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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2014년 횡성군(주민생활지원과) 장애인 관련 주요 예산 |
예컨대, 한우리작업장이나 보람원과 같은 곳은 고용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매개가 되고 있는데, 관련 예산은 확대되지 않고 있다.
횡성군 주민생활과 윤상경 계장은 “한우리작업장에서 일하는 22명 모두 중증지적장애인들이다. 하루 작업량(화장지 포장)이 100개도 안 되지만, 그들이 작업장에 나와서 일하고 놀고 어울리다 보니 많은 발전과 변화가 생기고 부모들도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정한 성과가 나타나는데도 사업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는 것은, 관련 예산을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관련 예산을 모두 자치단체에 이양하다 보니, 자치단체는 오히려 예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는 점이다. 중증장애인들은 ‘표(유권자)’로서 매력이 없다는 점도 예산편성에 영향을 미칠 소지이다.
횡성군은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교육훈련→미숙련 노동 참여→숙련노동 습득→일반 고용시장 진입’이라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일반고용시장으로 진출한 장애인은 7명이라고 횡성군 측은 밝혔다. 윤상경 계장은 “중증장애인이 집에 머물러 있으면, 부모가 따라다녀야 하고 경제적으로 손실이 많다.
그러나 이용시설을 많이 늘려서 그들이 일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다면, 당장 예산이 더 들어가더라도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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