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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의 아이들] 설렘 반 걱정 반, 진학 앞둔 예비 고딩들“후배님들! 내 꼴 안 나려면 공부 좀 해라!”
이창조 기자 | 승인 2014.02.10|(0호)

 

▲ 김현기 (우천중 졸업생)
▲ 마충희 (우천중 졸업생)
    ▲ 배태연 (우천중 졸업생)

 

 

 

 

 

 

 

 

▲ 서영준 (우천중 졸업생)

 

 

 

 

 

 

 

 

▲ 한효진 / 최선희 (서원중 졸업생)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졸업과 입학 사이, 질풍노도의 시기 한 가운데 서 있는 ‘예비 고등학생’들을 만나봤다. 우천중학교를 졸업하는 네 명의 남학생과 서원중학교를 졸업하는 두 명의 여학생들을 각각 따로 만났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한 자리의 좌담처럼 엮었다.

 

 

 

 

 

 

 

 

 

 
■일시 : 2014년 1월 어느 날 오후
■장소 : 가상의 테이블
■참석자 : 기자, 김현기, 마충희(지각), 배태연, 서영준(이상 우천중 졸업생), 최선희, 한효진(이상 서원중 졸업생)

 
▶어디로 진학을 하나요. 각각 그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뭐죠.
 
태연/영준 : 횡고(횡성고)요. 그냥요.  
 
현기/충희 : 원주의료고로 가요.
 
현기 : 학비하고 기숙사비가 무료에요. 횡고에 가면 먹고살기가 힘들 것 같아서요. 대학을 가야 하니까요. 의료고에 가면 대학엘 안 가도 취업을 잘 할 수 있잖아요. 의료고에는 실습이 있고 기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줘요. 그리고 횡고는 남학교지만, 의료고는 남녀공학이에요. 여학생이 있으니까 좋잖아요(웃음). 성비균형이 맞아서 좋아요. 
 
충희 : 의료고는 취업률이 99%래요. 뉴스나 매체에서 워낙에 ‘취업, 취업’하는데 의료고는 취업이 보장되잖아요. 제 성적으론 인문계 가서 성공할 보장이 없어요.
 
효진 : 북원여고에 가고 싶었는데, 원주여고로 배정받았어요. 집(서원면 옥계리, 원주 호저면과의 경계다)에서는 원주 가는 게 횡성 가는 것보다 가까워요. 근데 원주여고는 제일 원하지 않던 곳이에요. 머니까요. 아빠가 매일 데려다 주실 건데, 나중에는 자취하는 것도 생각해 볼 계획이에요. 
 
선희 : 횡성여고요. 거기는 기숙사가 있어서 통학 안 해도 되고, 대학갈 때 ‘농어촌특례(입학)’도 있잖아요. 대학공부해서 간호사도 되고 싶고, 심리학자나 상담사도 되고 싶어요.


“집에서 놀기보다 차라리 학교 가서 수업 듣고 싶어요”


▶중학생으로서 마지막 방학인데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영준 : 게임하고 공부하고 먹고 자는데, 완전! 학교가고 싶어요. 별로 할 게 없거든요. 게임도 질리구요. 학교에 가서 딱딱 정해져 있는 틀에 맞춰 생활하고 싶어요. 취미생활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저한테 맞는 걸 못 찾았어요. 디아이와이(DIY: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공작(공예))를 해볼까 고민중이에요. 
 
태연 : 저도 수업 듣고 싶어요. 이렇게 지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시간을 죽이는 것 같거든요. 제 생각대로 스스로를 컨트롤 하는 게 힘들어서 차라리 수업이라도 들으면 나을 것 같아요. 운동 좀 하고, 만화 보고, 생각 날 때 공부도 좀 했어요. 어느 날은 잠깐 바람 쐬러 세 시간 정도 걷기도 했어요.  
 
현기 : 주말이 와도 기쁘지가 않아요. 소설(주로 판타지 소설) 보고, 게임하고, 만화 보고, 혼자 수학공부도 쫌 하고... 저는 퀼트 배워서 뭔가 만들고 싶은데요. 줄 사람은 없고 제가 가지려구요.    
 
충희 : 원주에 있는 컴퓨터 학원이랑 영어, 수학 학원 다니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운동장 가서 횡중 친구들 상대로 시합도 해요. 
 
선희 : 저는 문제지 사다가 집에서 공부해요. 고등학교 가면 반에서 1등 할 거에요. 전교1등은 힘들어요. 넘어야 할 산이 있거든요(자못 심각한 표정). 재은이요(서원중 동기생이다). 걔랑 같은 반 되면 안 되는데(목소리 데시벨이 높아졌다)... 일어나서 밥먹고 공부하다 싫증내고 웹툰보고 또 밥먹고 TV보고...별로 재밌는 건 없어요. 
 
효진 : 저는 학원 다녀요.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배우는데, (원주) 단계동에 일요일 빼고 저녁때마다 다녀요. 고등학교 가서 제대로 못 따라갈 것 같아서 걱정인데, 미리 (고등학교 과정)예습이라도 하면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집에 있을 때는 TV보고 그림도 그려요.


▶특별한 이벤트 같은 건 없었어요. 
 
현기 : 가족들이랑 해돋이 보러 태기산에 갔었어요. 산에 올라갔을 때 해가 딱 떴어요. 소원을 빌까 하다가 안 빌고 해만 쳐다봤어요. 왜 갔는지 모르겠어요. 
 
선희 : 설악산이랑 인제 빙어축제 다녀왔어요. 가족이랑 아빠 친구들이랑 같이 갔는데, 아저씨들이랑 오빠, 동생들 만나서 반가웠어요. 아! 효진이랑 원주 가서 <피끓는 청춘>(요즘 잘 나가는 청춘스타들이 주인공인 로맨스영화다)도 봤어요.


게임에 빠진 것, 공부 덜한 것 후회돼

 
▶중학교 생활이 이제 끝났어요. 돌아보면 어떤 일들이 기억에 떠오르나요. 
 
태연 : 저는 ‘악마의 게임’(한번 맛들이면 끊기가 어려워서 이렇게 부른단다)에 손 댄 게 기억에 남아요. 하루에 열 시간도 해 봤고, 3년이나 그 게임을 했어요. 이제는 질려서 빠져나왔는데, 게임을 아예 안 하니까 시간이 무료해요. 
 
현기 : 친구 재복이네 놀러갔던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가족 분위기가 아주 자유로웠던 게 인상 깊었는데, 침대 위의 이불이 아주 부드러웠던 것도 인상에 남았어요. 
 
영준 : 친구(기호) 손을 제가 칼로 쨌어요. 칼 가지고 장난하다가 그랬는데, 기호는 그 상처를 보면서 늘 저를 떠올릴 거에요. 
 
충희 : 체육시간에 수업 빼먹고 물가에 가서 수영한 일이 있어요. 선생님한테 잡혀가서 혼났어요.  
 
선희 : 3학년 1년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1, 2학년 때는 남들하고 많이 싸우고 친하지도 않았는데, 3학년 돼서는 허물없이 지내게 됐어요. 졸업여행 간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정동진 가서 바다 보고 왔는데, 3학년끼리만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이 뜻 깊었어요. 
 
효진 : 탁구대회요. 운동에 아무 재능도 없던 제가 큰 대회 나가서 상도 탄 게 신기하고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요. 훈련은 힘들었지만 좋았어요.


공부와 성적은 걱정, ‘큰물’에서의 생활엔 기대감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데, 기분이 어때요. 
 
현기 : 가서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그리고 여자 친구 생겼으면 좋겠어요.
 
태연 : 지금처럼 공부하면 안 될 텐데 하는 걱정, 그리고 횡고가 남학교인 게 맘에 안 들어요.
 
충희 : 낯선 곳, 안 가본 곳에 간다는 것 자체가 설레요. 친구들 새로 만나는 것도 설렘 반, 걱정 반이에요. 
 
영준 : 저는 고등학교 가서도 늘 젊었으면 좋겠어요. 
 
효진 : 작은 학교 있다가 큰 학교 가니까 기대되는 거 있어요. 축제나 동아리활동, 친구들  사귀는 거. 하지만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돼요. 성적도 걱정되구요. 중학교에 좀 더 남고 싶기도 하고, 좀 더 큰 곳에서 생활해 봐야지 하는 기대도 있어요. 
 
선희 : 걱정이 아주 많아요. 성적 걱정이 제일 커요. 친구는 필요 없어요(단호한 척!). 저부터 살고 봐야죠(새침한 말투로). 중3 말이 되면서부터 걱정이 많이 생겼어요. 1학기 때까지는 그저 놀겠지 했는데, 2학기 되고부터는 머리 속에 공부밖에 안 떠올랐어요. 이제 공부에 찌들어 살 거 같은데, 졸업하기 싫어요. 고등학교 무서워요.

 
▶중학생활에 아쉬움이 많나요.
 
충희 : 컴퓨터자격증을 땄으면 좋았을 텐데... 그거 있으면 취업할 때 가산점이 있어서 도움이 되거든요. 후회되는 행동을 많이 했어요. 학생회장으로서도 딱히 해 준 것이 없었구요.
 
영준 : 운동을 더 해서 뱃살을 뺏어야 했어요. 
 
태연 : 공부를 좀 더 했었어야 하는데, 너무 놀았던 거 같아요. 계속 같은 아이들과 학교에 다니니까(우천초등학교 때부터 늘 한 반에서) 시험을 봐도 변동이 별로 없어요. 성적이 올라도 오른 것 같지도 않고. 
 
효진 : 이제 와서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든 게 후회돼요. 좀 더 일찍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공부는 보험, 찍기는 도박, 얻는 돈이 성적이다!”

 
▶동생(중학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있어요. 
 
선희 : 후배들도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할 것 같아요. 큰 학교랑은 차이가 있으니까. 그리고 아이들이 가면 갈수록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효진 : 선생님들이 잘해 주시니까 아이들이 너무 편하게 생각해서 예의가 없는 것 같아요. 공부도 좀 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는 수업내용을 너무 아이들 수준에만 맞추지 말고 큰 학교 수준에 맞출 필요도 있는 거 같아요. 
 
영준 : 인생을 즐기라고, 즐거움을 추구하라고.
 
충희 : 나처럼만 되지 마라.
 
현기 : 인생은 레이스(race)다. 발버둥치지 않으면 따라잡힌다. 보험에 꼭 들어놓아라. 공부가 보험이면, ‘찍기’는 도박이죠. 얻는 돈이 성적이고. 
 
태연 : 학교를 잘 부탁한다. 특히 1학년들 공부 좀 해라.

서원중학교는 전교생이 30명도 안 되고, 우천중학교도 학생수가 10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들이다. 그렇게 작은 공간에서 지내던 아이들이 이제 좀 더 넓고 큰 공간으로 옮겨가게 된다.
“중학교 다니면서 놀기만 했다”는 후회들을 하곤 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에 비춰보면 전혀 늦은 후회가 아니다. 몸이 자라면서 마음과 생각도 조금씩 커가고 있는 이들의 활기찬 ‘고딩’ 생활을 응원해 본다.

 

 

▲ 우천중학교 3학년들의 소풍

 

 

▲ 정동진으로 떠난 서원중학교 3학년때의 여행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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