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은 비록 고통스럽지만 질병이 주는 고통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의 잘못된 것을 일깨워 주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경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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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주(한의학박사, 이현주한의원장) |
낙타 등에 마지막에 올려놓은 바늘 하나가 낙타를 쓰러지게 한 원인이 아니라 낙타가 쓰러질 만큼 많은 짐을 실은 것이 낙타가 쓰러지게 된 근본원인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럼에도 질병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시한 채 마치 낙타를 쓰러트린 것이 바늘이니까 바늘만 치우면 낙타가 다시 힘을 내어 벌떡 일어설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대응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왜일까요.
한의학에서는 감기, 설사, 복통과 같은 가벼운 질병조차 지난 계절 내 섭생의 잘못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오늘 날씨가 갑자기 추웠기 때문에, 혹은 찬 음식을 갑자기 많이 먹어서, 음식을 급하게 먹어서와 같이 누구나 쉽게 그게 그 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접근방식입니다. 한의사들이 양의와 달리 올바른 식습관을 강조하고,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충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흔히 요통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하는 것이 ‘추간판탈출증’입니다만, 서양의학의 교과서에서조차 추간판탈출로 인해 발생하는 요통은 전체 요통환자의 4%미만에 지나지 않고, 수술을 해야 할 정도의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통이나 슬관절의 통증과 같은 각종 관절의 통증은 대부분 그 관절을 지지하고 운동하게 하는 근육의 힘이 약해져서 발생합니다.
다시 말하면 현대의 편안한 생활이 운동부족으로 이어지고, 운동부족은 근력의 약화를 가져오고, 충격이나 하중을 견뎌낼 수 없게 되어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치료는 당연히 운동을 통해서 근육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마땅한 것입니다. 현실에서 소위 치료라고 하는 것은 어떤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까. 수술과 물리치료가 대부분입니다. 왜일까요.
1934년에 조헌영 선생께서 쓰신 ‘통속한의학원론’의 한 문장을 인용해 봅니다. “비유를 하면 산소가 결핍된 실내에서 신음하는 병자에게 한의는 창호를 개방하여주고, 양의는 산소를 흡입시켜주는 것과 같다. 문 열어준 값을 많이 달라고 한 사람도 없고 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술 한 잔만 얻어먹어도 대단한 일이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근본적으로 이 고통을 영구히 제거하였건마는 고마운 줄 모르고, 문은 그대로 닫아 놓고 고통이 심할 때 산소를 흡입하여주면 고통은 영구히 계속하고 산소를 흡입하여 줄 때마다 감사해 하고 돈을 많이 주고 하는 형편이다”
글에서 말하듯 질병의 근본을 밝히고 질병의 원인을 영구히 제거하여 질병을 완치하는 것이 의사의 사명인데, 창문은 닫아두고 질식할 때만 기다렸다가 산소 호흡기를 들고 달려가 마치 구세주인양 폐 속으로 산소를 밀어 넣고는 의기양양해 하는 것이 현실이고, 더 큰 문제는 그런 현실이 더 큰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질식해 사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창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이 질병의 근본을 치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기도 하고, 때론 열어놓은 창문으로 비바람이 몰아쳐 들어와 방바닥을 적시기도 하고, 찬바람이 들이쳐 감기에 걸리는 것과 같은 작은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결코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습니다.
질병은 비록 고통스럽지만 질병이 주는 고통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의 잘못된 것을 일깨워 주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경고일 뿐입니다. 질병을 극복하고 치료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 본인의 마음과 노력에 달린 것입니다.
이현주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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