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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안흥찐빵, 이대로 방치하나?
이창조 기자 | 승인 2014.03.10|(0호)
▲ 인파로 북적북적하던 안흥찐빵축제 현장. 횡성의 간판 특산물이라는 과거의 영광을 명실상부하게 되찾기 위해서는 업자간 화합과 군의 적절한 지원이 절실하다.

횡성을 대표하는 ‘한우’가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왔던 상품이 ‘안흥찐빵’이다. 횡성한우축제보다도 5년 앞선 1999년 제1회 안흥찐빵축제가 열렸을 정도로 안흥찐빵은 외지인들의 발길을 끄는 횡성의 대표브랜드였다.
 
지금도 횡성의 얼굴인 횡성군 홈페이지 ‘특산물’ 코너와 ‘우리축제’ 코너에는 ‘안흥찐빵’이 ‘한우’와 나란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안흥찐빵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안흥찐빵에는 ‘전통의 맛’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전통적인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빚어낸 쫄깃한 맛을 내세워 고객을 늘려나갔다. 잘 나가던 안흥찐빵업계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4~5년 전부터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그 요인으론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찐빵업소들 내부의 갈등과 불화다. 일부 찐빵업소들이 기계화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손찐빵 업소들과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손찐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흥찐빵이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은 이유는 ‘손으로 만드는 전통방식’ 때문인데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기계화 업소의 대표는 “팥을 집어넣는 방식만 기계화했을 뿐, 팥을 삶고 발효시키는 방식 등은 다름없다”며 “법이 요구하는 시설기준에 맞춰나가야 한다”고 했다. 양자의 갈등은 ‘안흥찐빵’이라는 상표의 특허권을 둘러싼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화해하기 힘든 싸움으로 번졌고, 소송으로 인한 비용출혈과 ‘안흥찐빵’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 추락 등이 겹치면서 업계가 위기에 빠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찐빵사업을 위기에 빠뜨린 또 하나의 요인은 원재료값의 상승이다. 찐빵의 주원료인 팥값이 특히 2011년, 2012년에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원료비상승 부담을 이겨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 결과 안흥의 18개 찐빵업소 가운데 국산 팥을 원료로 사용하는 곳은 이제 다섯 업소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안흥찐빵의 주된 매력 가운데 하나였던 ‘국산팥 사용’을 더 이상 내세울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타 지역에서 경쟁업소들이 늘어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손찐빵 관계자와 기계화업소 대표 모두 2년 전부터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찐빵 관계자는 “잘 나갈 때는 안흥의 손찐빵업소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300명 정도까지 됐는데, 현재는 100명도 안된다”고 했다. 
 
안흥찐빵의 하향세는 지역에서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뿐 아니라, 농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흥농협 관계자는 “안흥·강림지역에서 2011년, 12년에는 오십 농가 정도가 팥을 생산했는데 지난해에는 열 농가도 안 되고, 생산량도 2000가마에서 80가마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팥 생산량 감소 원인을 찐빵사업 때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농가들로서는 안정적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작목과 판로 하나를 잃은 것이 사실이다.
 
코앞에 닥친 또 다른 난관도 있다. ‘식품위생’이 강조되면서 법적 시설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내년까지는 현재의 가내수공업적인 시설들을 전부 개선해야 한다. 손찐빵 관계자는 “자력으로 시설을 개선할 수 있는 업소는 거의 없어 이대로는 한 업소도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첩첩산중인 셈이다.   
 
“안흥찐빵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과 관련해 횡성군 측에서도 손찐빵과 기계찐빵 업소들 사이의 화해를 중재하려는 시도를 가진 바 있다. 그러나 2012년부터 3년째 중단되어 있는 ‘안흥찐빵축제’를 재개하자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손찐빵과 기계찐빵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손이니 기계니 떠나서 화합해야 한다.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면 된다”(기계찐빵 관계자). “화합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태다. 기계 쪽과는 경쟁이 안 된다. 축제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안흥찐빵을 살리려는 종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손찐빵 관계자). 어디서부터 가닥을 잡아야 할지에 대해 관련 공무원들도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대로 손을 놓고 있으면 추락을 막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총 18개 업체가 참여해 서울 한강공원에서 아홉 차례 진행됐던 ‘횡성농특산물직거래장터’에서 매출액 2천만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네 군데. 그 중 가격이 높은 한우와 잡곡 등을 빼고 서울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품목은 바로 안흥찐빵이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것이다. 안흥찐빵은 업소들만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횡성을 알리고 외지인들의 발길을 붙드는 지역의 자산이다. 이 횡성의 자산을 키워나갈 묘수가 무엇일지 지역민들의 지혜를 모을 방안이 절실하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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