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병상일기>으악! 정맥혈전? 한방에 ‘골로 갈’ 뻔했다
이창조 기자 | 승인 2014.04.07|(0호)

 



3월 20일(목) 저녁 6시경, 걸어서 10분 남짓한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빨리 하는데 평소와 달리 무척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꾹 견뎌내고 약속자리에서 고기와 술을 양껏 들었다. 다음날 수영하러 갔다. 넉 달 전부터 일주일에 평균 세 시간 정도 수영을 한다. 수영 도중 또다시 숨이 가빠졌다. 몸 상태가 다른 게 확실했다. 수영 멤버인 한의사 선생님께서 심장 쪽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운동을 중단하라고 해서 수영을 중단했다. 
 
토요일인 22일, 횡성에서 서울까지 2시간 반 정도 차를 몰고 갔다. 점심 먹고부터 허벅지 위쪽에 묵직하고 둔중한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음날에도 하루 종일 허벅지 위쪽에 통증을 느꼈다. ‘괜찮아지겠지’하며 하루를 보내고 밤 9시쯤 횡성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걷기가 부자연스러울 만큼 다리가 붓고 통증이 심해진 것을 느꼈다. 집에 들어가 바지를 걷어보니 ‘맙소사!’ 오른쪽 다리가 퉁퉁부어 코끼리 다리가 되어있었다.
 
인터넷을 뒤졌다. 서울에 있는 아내도 힘을 보탰다. ‘정맥혈전’의 가능성으로 의견이 모였다. 밤늦은 시간이라 병원에 가는 건 미뤘지만, 잠이 쉬 오지 않았다. 다리 통증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젠장! 진짜 혈관이 막힌 거면...’ 고민 끝에 읍내 병원의 응급실을 찾아간 게 새벽 2시30분. 평소 어떤 통증도 ‘버티기’가 특기인 나였지만, ‘공포’를 이길 수가 없었다. 평생 처음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됐다.
 
 하루에 두 번 응급실 침대에 눕다

 
응급실에서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섞은 링거를 맞았다. 문제가 된 ‘내 다리에 대한 육안조사가 없어 좀 찜찜했지만, 자다 말고 뛰쳐나오신 의사선생님이 안쓰러워 가만히 있었다. 피와 소변을 채취했는데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세한 검사결과는 화요일에 나온다고 했다.
 새벽 5시, 별로 좋아진 느낌은 없지만 응급실을 나와 일을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하루 종일 운전을 하는 날이었다. 횡성에서 원주로, 춘천으로, 우천으로, 공근으로, 다시 원주로. 
 
일을 마치고, ‘주치의’(선생님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여기고 있다)가 계신 원주의 밝음의원(의료생활협동조합)에 갔을 때는 오후 3시가 넘었다. 선생님은 “전공분야가 아니어서 확실하게 진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초음파를 통해 내 정맥의 일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이어서 원주기독병원까지 가봤자 앞선 환자들에 밀려 진료받기가 어려울 듯했다. 가까운 성지병원에서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진료를 받았지만 “정맥혈전이 의심되니 곧바로 기독병원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오후 6시, 결국 기독병원에 갔다. 외래진료는 끝난 후였고, 나는 하루 동안 두 번이나 응급실 침대에 눕는 처지가 됐다.  
 
CT촬영 결과는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이었다. 다리의 정맥 내에 생긴 피떡(혈전)들이 허벅지 위를 지나가는 정맥의 혈관을 막아 다리를 붓게 만들고, 그 피떡들이 폐혈관까지 날아가 숨이 가빴다고 했다. 내가 좀 더 미적거리고 ‘자연치유’를 고집했다간, 피가 통하지 않는 다리가 ‘괴사’로 이어질 수 있었고, ‘그놈의 피떡’들이 폐혈관을 제대로 막았으면, ‘골로 갈’ 수도 있었다.   
 
아내가 뽑아온 ‘동맥혈전보다 치명적인 ‘저승사자’... 정맥 혈전, 국내에 통계조차 없는 심각한 질환’(시사저널 1028호)과 같은 섬뜩한 제목의 자료들. 무언의 압력이다. ‘앞으로 똑바로 살라!’는.

 
고인물은 썩는다
 
콜레스테롤 등으로 혈액이 끈적해져서 발생하는 동맥혈전(심근경색과 뇌경색의 주원인)과 달리, 정맥혈전은 오랜 시간 비행기좌석에 앉아 있거나, 장시간의 운전, 책상업무 등 혈액의 흐름을 정체시키는 상황이 주원인이다. 병원수술 후나 입원 중에 발생하는 경우가 특히 많은데, 오래 누워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썩는 것과 같다. 외상으로 혈관이 손상되는 것도 원인이 된다고 한다. 
 
한쪽 또는 양쪽 다리가 심하게 붓거나 종아리 뒤쪽에 통증과 열이 생기면 정맥혈전증을 의심해보아야 하는데, 다리가 붓거나 통증이 생길 정도면 이미 혈관이 꽉 막힌 상태일 수 있다. 폐(동맥)색전증으로 혈관이 막히면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이 있고, 환자 중 10~25%가 증세를 보인 지 2시간 만에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건 역시 예방이다. ‘금연, 정기적 운동(최소 일주일에 150분),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체중유지’ 등이 기본이다. 
 
일주일간 꼼짝없이 병원에 갇혀서 피떡을 녹여 없애는 약물치료를 받았다. 퇴원은 했지만, 몇 달간 약을 먹으며 점검을 받아야 한다. 의사들은 ‘(나처럼)젊은 나이에 정맥혈전이 발생하는 건 흔하지 않다’며 원인파악이 쉽지 않다고 했다. 내 혈관이 나이보다 훨씬 늙었거나 다른 원인이 있을 거라며 암검사를 한다고 피를 또 뽑아갔다. 
 
입원한 다음날, 의료생협에서 내 상태를 물어보는 전화가 왔다. 주치의란 이런 거다. ‘전공(專攻)’이 아니라 ‘전심(全心)’으로 환자를 대하는 거. 막힌 관은 쉽게 뚫리지 않는 거 같다. 퇴원하는 길에도 걷는 건 여전히 불편하니까. 어찌됐든 ‘한방에 훅! 갈 뻔’ 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오싹하다.

 

 

 

 

▲ 평생 처음 입원해본 거라 기념사진을 남겼다. 웃고 있지만 다리의 혈압을 높여 정맥의 혈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 다리엔 압박스타킹을 신은 상태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