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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우는 인재인가
태준호 기자 | 승인 2022.09.05|(253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위기로 인한 피해는 더욱 광범위해질 것. 폭우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효율적인 방재시스템은 무엇인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분간 비 예보가 없는 것을 보면 지난 8일부터 시작된 기록적 폭우는 이제 종료가 된 듯하다. 서울에는 1907년 기상관측 이래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집중적인 호우로 말미암아 많은 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집중적인 호우의 원인이 기후 변화(위기) 때문이라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기온 상승 때문에 가지고 올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증가하기 때문에, 똑같은 힘이 발생하더라도 더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에 대해서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현상만을 강조할 뿐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히고 있지 않다. 현 시대의 생산과 소비의 과잉, 이를 위한 화석연료의 사용과 환경의 무분별한 파괴 등 건드리고 싶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에 대해 많은 국가와 환경운동가들이 체제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가능하다보니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와 개인 모두 나서서 총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지금까지 위기가 서서히 찾아왔듯 위기의 극복 역시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미 파괴된 환경으로 인한 피해는 빈발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현재의 위기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이의 해결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폭우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누구인지와 효율적인 방재시스템은 무엇인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의 기억 속에 있는 폭우로 인한 피해의 주된 원인은 강의 범람이었다. 장마나 태풍으로 인해 강둑이 무너져 농경지나 마을이 피해받는 것이 전형적인 뉴스 거리였다. 그동안 국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을 넓히고 강둑을 높이는 등의 방재 대책을 마련하여 강의 범람은 더 이상 뉴스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국지성 호우로 말미암은 도심 지역의 침수와 산사태 등으로 인한 피해이다.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욕망의 산물이다. 전문가들이 도심 지역 침수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빗물 처리 시설 부족과 물이 빠지지 않는 땅의 면적이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도시가 개발되면서 땅이 고층 아파트와 아스팔트로 대체되어 물이 흡수될 곳을 잃고 말았다. 고급 고층 아파트 개발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저소득자들은 반지하로 내몰렸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보도하며 ‘강남 스타일’과 ‘영화 기생충’을 언급했다고 한다. 침수된 고급승용차들이 상징하는 강남의 화려한 이면과 ‘영화 기생충’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반지하의 삶 - ‘기생충’에서 그들은 탈출에 성공하지만, 현실은 사망으로 이어져 더 비극적인 – 이 대비되어 진다. 고급승용차들이야 보험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반지하의 삶은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산사태의 경우도 가파른 산을 깎아 택지나 공장 등을 만들다 보니 발생한 것이다. 둔내에서 사망사고를 가져온 산사태도 인근에 태양광 단지가 있다. 물론 이것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 수는 있지만 어찌됐든 인간이 가져온 욕심이 이번 폭우 피해를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피해의 원인을 단지 ‘어쩔 수 없는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족하다. 서울시의 경우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겪은 후 시간당 100㎜의 강우량에 대처할 수 있는 방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더욱 광범위해질 것이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폭염·폭우·한파 등 매년 피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문제는 이 피해가 ‘강남’과 ‘반지하’의 경우처럼 평등하게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일수록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반지하를 없앤다’며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감이 없다. 주택 공급 정책을 민간에 주기 때문에 이들이 서민 주택보다는 고급아파트 시장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해 현장에 나가 “비가 오면 좋겠다”는 헛말을 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는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방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여당만의 문제가 아닌 야당의 문제이기도 하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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