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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회 횡성희망신문대표 |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말은 국민에게 불신과 불안을 준다. 위기 극복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품격있는 대통령의 정제된 언어 사용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국회에서 이ⅹⅹ들이 승인을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MBC가 지난달 유엔 연설 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한 자막 보도 내용이다. 이 보도를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윤 대통령은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아니라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이라고 발언했다며 MBC가 의도적으로 자막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 차원을 넘어 정쟁으로 비화되면서 국민까지 ‘바이든’파와 ‘날리면’파로 분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 발언의 본질적 문제는 ‘바이든’이나 ‘날리면’에 있는 게 아니라 ‘이ⅹⅹ’와 ‘쪽팔려서’라는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데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장대로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 했다고 쳐도 ‘이ⅹⅹ’와 ‘쪽팔려서’라는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번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해프닝(?)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말실수여도 문제이지만 아니라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말실수였다면 윤 대통령의 자질과 전문성, 대통령으로서 준비가 아직도 부족함을 드러낸다. 말실수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말처럼 ‘억눌러져야 할 생각이 입 밖으로 표출됨으로써 난처한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즉 말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덜 절제되거나 덜 다듬어진 한마디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말실수라고 치부한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전문성, 준비가 부족한 사람에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맡기는 꼴이 된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가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비속어 논란 초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말한 ‘이ⅹⅹ’는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의 국회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이ⅹⅹ’ 정도로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윤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인식이 이러하다면 비판세력의 존재와 견제를 인정하지 않고 국정을 전횡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정치는 더욱 양극화되고 다양성과 공존을 미덕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윤 대통령처럼 재임 시절 언어 문제로 구설에 많이 오른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직 못 해 먹겠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은 발언 당시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언론은 연일 기사, 칼럼, 사설을 통해 비판을 이어갔고 일반 국민들의 술자리 안줏감으로 회자됐다. 노 전 대통령도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무엇보다 말이 문제였다. 나는 구어체 현장 언어를 구사했으며 반어법과 냉소적 표현을 즐겨썼다. 원래 그렇지 않았는데 인권변호사로서 민주화운동을 할 때 이런 언어 습관이 생겼다. 대통령 후보가 되고 선거를 하는 과정에서 언어 습관을 고쳤어야 했다. 권위주적 대통령 문화는 극복해야 할 문제였지만 국민들에게 믿음과 안정감을 주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 일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회한을 토로했다.
대통령제 나라에서 대통령의 말은 권력이자 정책이고 외교이다. 대통령은 말로 통치하고 그의 말은 천금과 같다. 노 전 대통령의 회한처럼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말은 국민에게 불안과 불신을 주게 되고 국정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신냉전 시대의 도래와 이에 따른 안보위기, 고물가 고환율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위기 극복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제되고 품격있는 대통령의 말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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