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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값 하락
태준호 기자 | 승인 2022.10.15|(256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정부는 좀 더 많은 사람이 농민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농가의 소득향상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출발점에 쌀값 문제가 있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물가 폭등, 특히 비료 등 농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벼 값은 사상 최대의 낙폭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수확기 전망을 보면 생산량은 작황 및 재배면적을 고려했을 때 386만 톤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19년 대비 15% 감소)에서 전체 쌀 소비량은 361만 톤 내외로 추정된다. 초과 생산량이 25만 톤 내외이다. 그러나 문제는 21년산 벼의 재고이다. 9월 말 현재 농협이 가지고 있는 벼의 재고량만 22만 톤으로 전년 같은 시기 7만 톤에 비해 15만 톤이 많다. 그러나 농협이 전체 벼 생산량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많은 양의 재고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산지 평균 쌀값은 20kg 한 포에 40,393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 53,816원에 비해 24.9% 하락했다. 역대 최고의 하락 폭이다.

정부는 쌀값 회복을 위해 수확기 역대 최고물량이라며 45만 톤을 시장격리(이 중 10만 톤은 21년산 구곡)를 하겠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산지 벼값은 40kg 한 포에 5만 원대 초반에서 결정되고 있다.

여기에 난감한 것은 농협의 햇벼 수매이다. 시장 가격에도 불구하고 민간RPC에 비해 양곡사업의 탄력성과 자율성이 떨어지다 보니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전년 재고조차 소진하지 못한 RPC가 많다 보니 규모에 따라 22년도에 이미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적자 결산이 유력한 상태이다. 문제는 농민들의 농협에 대한 적정 수매가 요구와 내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있다 보니 적정량의 수매량을 결정한다거나, 시장 가격 수준의 수매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곳 횡성도 한 민간RPC가 전년도 벼 대금도 다 지급하지 못한 상태이다 보니 농협RPC로의 쏠림이 심화되고 재고는 늘어날 전망이다. 어렵게 40kg 벼 한 포에 62,000원으로 결정됐지만 농민도 만족하지 못하고, 농협RPC도 시장 가격과의 차이로 적자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협에서는 쌀 판매 적자를 다른 사업에 전가할 수밖에 없어서 벼를 재배하지 않는 조합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정부가 주곡으로서 농민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벼를 시장 논리에 방치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양곡관리법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이상 하락할 경우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요건은 정해져 있으나, 의무 시행 조항이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안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시장격리 의무화’라는 단편적인 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민단체들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나마 ‘시장격리 의무화’가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럼에도 여당은 이에 극렬히 반대하며,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까지 행사하겠다며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들의 안중에 농민들은 더 이상 고려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물론 벼에 한정되어 농업의 지속가능성 전체를 말할 수 없지만 이미 농업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20년 농업총조사 결과 농가 수는 일백만 가구를 간신히 넘고, 40세 미만 경영주의 비율은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민’이 되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을 반영하는 수치이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출발점은 당연하게도 가격의 보장이다. 소득 증대를 통한 삶의 질의 향상이 전제되어야만 좀 더 많은 사람이 ‘농민의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와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가가 폭등하는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식량의 무기화라는 고전적인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농업과 농촌이 가지는 공공적 기여도를 생각할 때 농업에 대한 지원은 당연하다. 정부는 농촌에 건물만 짓고 도로망만 확충할 것이 아니라 농가의 소득향상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출발점에 쌀값 문제가 있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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