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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에 실패한 위험사회
조만회 | 승인 2022.11.13 14:41|(258호)
조만회 횡성희망신문 대표

이태원 참사는 ‘조직화된 무책임’ 속에 재난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준비에 실패한 위험사회를 향해가는 우리 모두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다수의 인파가 뒤엉키면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 당시 이태원에는 핼러원을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는데 특히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열 골목은 보행로 폭이 4m 안팎의 매우 좁은 곳임에도 통행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156명이 희생되고 191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음에도 안전사고에 대비한 현장관리 및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참사 발생 이후 정부의 안일했던 대응과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한 질책과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경찰이 참사 전날인 28일에도 인파에 밀려 넘어진 사람이 여럿 있다는 신고가 112와 119에 접수됐고 참사 당일에도 축제 인파와 관련된 위험 신고 전화를 11건 받았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처럼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의 경우 선제적 안전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영국 BBC는 “한 총리가 사전 안전 관리가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정부 당국은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사고로 치부하고 있다”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형태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구멍 뚫린 재난 보고·대응체계도 민낯이 드러났다. 지난해 구축한 지자체, 소방 당국, 경찰 간 재난안전통신망이 참사 당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통신망은 버튼만 누르면 유관기관 간 통화할 수 있고 여기에 연결된 무전기를 쓰면 경찰, 소방, 지자체가 동시에 음성·영상으로 대화하면서 긴급한 현장에서 대처·공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참사 발생 당시 경찰 112 신고와 소방 119 신고가 따로 운용되면서 긴급 상황을 공유하지 못해 혼선만 가중됐다. 1조5천억여 원을 들여 구축한 단일 통신망이 이번 이태원 참사엔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지난달 127시간 30분간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와 이번 이태원 참사는 자연재해 같은 불가항력적 재난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인 환경과 결합 돼 나타나는 인위적 재난이다. 또한 재난 발생 가능성과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음에도 실제 예방 대책은 부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재난이 반복되는 원인에 대해 일찍이 인위적 재난의 위험을 경고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그 원인 중의 하나로 ‘조직화된 무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세월호 참사에서 한국 정부는 무능과 무지를 드러냈다. 국민은 분노했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조직화된 무책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의 지적은 이태원 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무도 위험에 대비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책임 전가나 회피에만 급급한 정치인과 관료들의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벤자민 플랭클린은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며 실패라는 위험에 대비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는 재난 예방과 대비에 실패한 그래서 ‘조직화된 무책임’ 속에서 재난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준비에 실패한 한 걸음 더 위험사회를 향해가는 우리 모두의 반성과 성찰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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