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청 농정과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는 비료 지원, 비닐 지원, 경운비 지원, 농기계 지원과 같은 각종 보조사업들이다. 횡성군은 올해도 100억원이 넘는 농업보조금을 2만명이 넘는 농민들 중에 대상자를 가려 지급할 예정이다.
횡성군 농정과에서 농산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황원규 계장이
농업보조사업은 해마다 반복되는 일인데, 연초에 신청과 접수가 집중된다. 수작업이나 다름없는 자료정리 작업이다 보니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공무원들에게 과도한 업무부담을 가져다주는 일이기도 하다. 황 계장은 “각종 보조사업 관련 신청을 받고 자료를 정리하려면 엑셀 파일로 작업을 하는데, 머리 싸매고 몇날 며칠 야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업무부담뿐 아니라, 기존의 업무시스템에서는 잘못된 기록도 많이 남게 됐다고 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중복지원 또는 과잉지원 현상은 예산낭비로 이어졌다. 한편으론, 농민들이 고령화되면서 보조사업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도 많았다.
한두 달 걸리던 작업을
하루만에
이러한 ‘필요’들이 황원규 계장의 아이디어를 거쳐 새로운 전산시스템의 개발로 이어졌다. 황 계장은 본인이 직접 설계한 내용을 바탕으로 ‘농정보조사업 지원시스템 구축사업’을 제안했고, 2011년 가을 전산업체를 통한 개발을 거쳐, 이듬해인 2012년부터 프로그램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한 해동안 횡성군의 유관부서 담당공무원들에게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게 하면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하반기에 특허출원과 저작권등록을 마쳤으며, 연말에는 안전행정부가 선정하는 ‘자치단체 공동활용 우수정보시스템’으로 선정됐다.
황원규 계장은 “농업부문에는 이런 (전산)프로그램이 없어서 공무원들이 각각의 업무를 끝내도 정보공유가 안 됐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군청 본청에 근무하든, 면사무소에 근무하든 관련 공무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료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이-파밍 서포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횡성군 공무원은 농정과, 축산과, 농업기술센터, 각 읍면사무소 등의 63명에 달한다. 프로그램 도입 이후의 업무효율화는 말할 것도 없다. 황 계장은 “전에는 보조사업 신청 집계에만 한두 달이 걸렸는데, 지금은 하루면 된다”고 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으면서도, 중복자료를 걸러냄으로써 행정비용과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한다.
황계장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대하는 또 하나의 효과는 고령화되고 있는 농민들이 좀 더 편하게 보조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신청서식을 일일이 손으로 작성해야 했던 것을 전산프로그램이 대신해주는 것이다. 즉, 개별농가들의 각종 농업정보가 포함된 사업신청서를 자동으로 출력한 뒤, 해당 농민들에게는 자료의 수정과 확인, 자필서명만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횡성군은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한 결과, ‘몰라서 지원신청을 못했던 사례’가 줄면서 사업신청 농가가 평균 9%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스템을 운영하기 전인 2012년과 운영 후인 2013년의 자료를 비교해보면, 보조사업 대상이 된 필지의 규모는 줄어든 반면, 사업비를 지원받은 농가의 숫자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필지중복의 오류를 바로잡은 대신, 사업신청 농가의 숫자는 늘어난 것이다.
“업무상 필요한 건 독학”
프로그램 개발자인 황원규 계장은 전문적으로 전산프로그램을 공부한 적이 없다. 다만 “전산 쪽에 관심이 많았고, 업무상 필요한 건 독학했다”고 한다. 황 계장에겐 프로그램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현재의 큰 관심사다. “누구라도 쉽게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끔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앞으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도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다른 지자체에 판매하게 되면 횡성군은 프로그램 판매에 따른 수입도 얻을 수 있다.
황원규 계장은 “농업직 공무원이 직접 구상하고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 개발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프로그램의 개발은 남 보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황 계장은 말한다. “필요하면 하게 되요. 자꾸 하다보면 (개발이든 뭐든) 하게 되요.” 이런 자세라면 언제든 새로운 프로그램을 또 만들어낼 것 같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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