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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이 농정파탄법인가
태준호 기자 | 승인 2023.04.19|(268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양곡관리법 개정은 단지 몇 % 과잉생산되면 의무 매입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식량의 공공성과 농가소득의 안정성을 위해 국가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에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 본회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상태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농촌에서의 최저생산비 보장을 통한 소득의 안정과 식량자급률 확대를 통한 식량주권 강화 정책으로 나아가기보다는 편 가르기의 정치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사실 더불어민주당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개정한 것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매를 결정하는 요건을 ‘3% 초과생산’에서 ‘3~5%’로, 가격 하락 폭을 5%에서 5~8%로 완화했다. 또 의무 수매 확대가 쌀 증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벼 재배면적이 증가할 때는 정부가 의무 매입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 또한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게 하는 관련 시책·지원사업의 수립·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이 법이 쌀 과잉생산법, 농정파탄법이라며 비판하더니, 결국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농업 총수입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으로 나타나지만, 전체 농가의 51.8%가 쌀 생산 농가이다. 축산이나 과수재배 등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들의 소득이 농업소득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농가 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쌀의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로 정부는 혈세를 쌀에 투입할 수 없다고 강변하지만 농가 소득 안정, 국민 소득의 균형 발전을 위해 쌀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기후 위기로 인해 이상기후가 발생해 식량 생산량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가뭄 혹은 홍수가 나타나고 있고, 대한민국도 요즘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곡물가 인상과 식량의 무기화는 이미 오래된 정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식량 공급망 문제는 일시적이거나 우발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식량안보의 위기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식량자급률(곡물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한 대한민국이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나나타는 정책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주식인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함에도 이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가루쌀, 스마트팜 등이다. 가루쌀은 일본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둔 정책이라며 쌀 소비 증진의 대안이 될 듯 말한다. 그러나 소비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여러 정책 중 하나로 다룰 수는 있지만 이것으로 모든 대안이 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쌀 의무 수매에 들어갈 연평균 1조 원 예산이면 청년 수만명이 일하는 3천평짜리 대형 스마트팜 300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밥 한공기 비우기 운동’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미래 농업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는 모습일까?

양곡관리법 개정은 단지 몇 % 과잉생산되면 의무 매입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식량의 공공성과 농가소득의 안정성을 위해 국가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에 있다. 그동안 정부는 몇 차례의 쌀값 폭락 속에서 쌀의 생산기반 유지와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쳬계적이고 균형적인 양곡 정책을 수립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난 쌀값 폭락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그토록 강조하던 민생을 중시한다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 농업·농촌·농민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쌀값 문제가 아니라 식량과 환경 등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양곡관리법 논쟁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도 야당도 이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농업·농촌·농민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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