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성읍 북천리의 한 건물에 세들어 살던 세입자 6가구는 지난 19일부터 횡성축협 하나로마트 입구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 달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순덕 씨 건물에 1300만원에서 2700만원에 이르는 전세보증금을 내고 입주했던 원성복(입주자대책위 대표)씨 등 7가구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7가구 중 2가구만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을 제외한 세입자들은 경매가 진행되기 전에 이미 이사를 나갔다. 원성복 씨 등은 거주기간 동안 건물에 계속 하자가 발생해 계약기간보다 일찍 이사를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건물주인 장순덕 씨는 이사를 나간 이후 전세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신규 입주자가 들어왔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세입자 원성복 씨와 김정숙 씨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건물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지만 5월 14일 경매결과 채권을 행사한 것은 농협 쪽이었다. 건물주였던 장순덕 씨와 남편 고영재 씨는 이미 해당 건물을 포함해 서원면 유현리 소재 토지 등을 담보로 농협으로부터 5억여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이다. 경매결과 보증금이 2000만원이 넘는 세입자들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고 건물에 남아 있던 세입자들마저 새 건물주의 요구에 따라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세입자들은 하나같이 형편이 좋지 못한 가정들이다. 직업이 없는 기초생활수급권자이거나,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안정된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다. 수급권자인 장선익 씨는 친척의 도움으로 마련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당장 이주할 여력조차 없다고 한다. 김정숙 씨는 대출을 받아 새로운 곳으로 이주한 상황이이어서, 전 재산이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빚만 늘어나는 처지가 된다. 역시 수급권자인 고동열 씨는 암수술 후 회복기간에 있어 경제활동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세입자들의 상황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데도, 건물주였던 장 씨 가족은 “기다려 달라”는 말 외에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건물소유주의 남편 고영재 씨는 “아내, 아들과 관계가 단절된 지 10년이 다 됐다”며 전세계약에 관한 내용은 아들이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계약을 주도한 장 씨의 아들은 세입자들의 시위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밝혔지만, 며칠째 세입자들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입자들이 시위장소를 축협 앞으로 정한 까닭은 고영재 씨의 친형이 고명재 축협조합장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유력한 인사로서 동생 가족의 행위를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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