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군 갑천면 외갑천로, 횡성호가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아름다운 요양원’이 있다. 노인장기요양시설인 아름다운요양원은 지난 4월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년 장기요양기관 평가’결과, 최우수(A)등급을 받은 곳이다. 평가대상이 된 전국의 3664개 장기요양 입소시설 가운데 최우수등급을 받은 곳은 342곳이다. 강원도 내에서 ‘10인 이상 30인 미만’ 규모의 장기요양시설은 모두 53곳이며, 이 가운데 아름다운요양원은 유일하게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전체평가결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www.longtermcare.or.kr에서 확인가능).
아름다운요양원의 정상환(62세) 원장은 기자와 자리를 하자마자 ‘노인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학대받으면서도
자식 걱정”하는 노인들
“노인학대는 자식한테서도 많이 이뤄지지만 드러나질 않죠. 노인들한테 기초생활수급비 나온 걸, 자식이나 사위가 등쳐먹기도 해요. 어떤 분은 부양능력이 있는 아들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안되요. 그러면 자식들이 모셔야 되잖아요. 그런데 방치되고 있어요. 그 분은 군청에서 요청해서 일시보호로 여기 6개월간 있었어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 해도 자식들이 협조를 안 해주는...나쁜 사람들이죠. 어떤 며느리는 여기 와서 ‘우리 어머니 때려주라’고 하질 않나 … 그게 다 학대거든요. 자식들은 밖에 돌아다니면서 어머니 아버지 방에다 가둬놓고. 참 심각한데 부모는 부모이기 때문에 절대 그 얘길 안하죠. 자식한테 누가되는 얘길 안한다는 거에요.”
정상환 원장은 ‘영서노인학대예방협회’를 만들었다. 원주와 횡성, 평창, 정선, 영월을 아우른다. 영서지역의 협회를 만들게 된 것은 이 지역에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현재 춘천과 강릉 두 곳에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정 원장은 인구가 많은 원주권에도 관련기관을 하나 더 설치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도청에 요청을 하다 보니, 원주시도 나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증질환 돌보다
집안 파탄 나는 건 막자
장기요양시설은 중풍,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누군가가 6개월 이상 밀착해서 돌봐야 한다고 판단되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입소해 돌봄을 받는 시설이다. 중증질환이 있는 사람들 외에도 보호자가 없거나, 갑자기 재해를 당했거나, 혹은 학대가 있었던 사람들도 등급판정 여하에 따라 입소생활이 가능하다.
“그런 어른들을 가족 중에 누군가 한사람이 모시고 있다 보면 집안이 파탄나잖아요. 그러니까 정부는 ‘그분들을 요양원으로 모시고 당신들은 일해라. 요양시설은 정부에서 관리하겠다’고 하는 거죠.”
정 원장이 사회복지법인 아름다운요양원을 설립한 것은 2008년. 10억원의 자본금이 들었고, 시설을 마련하는데 정부 지원도 받았다. 그가 요양사업을 시작한 것은 부친과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횡성군노인회 지회장을 10년 정도 하셨어요. 아버지를 모시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노인들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걸 점점 느끼게 됐죠. 아버지랑 약속을 했죠. 노인복지 하겠다고. 아버지 돌아가신 다음에 시작했어요. 후회가 되는 건 아버지 살아계셨을 때 못했다는 거에요.”
노인을 상품으로 보는,
‘있어선 안 될’ 시설도 있어
요양원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밥 세끼를 제공하고 약복용, 목욕, 병원진료 등을 돕고, 24시간 입소자들을 돌본다. 각종 놀이와 문화프로그램도 제공하는데, 전체비용의 10~20%를 차지하는 본인부담금은 월 5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장기요양보험이 부담한다. 단,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정부가 책임을 진다.
아름다운요양원은 어떤 점이 특별했기에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을까. 정 원장은 “다 잘해야 해요. 정부에서 요청하는 것이 다 구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라고 했다. 특별한 게 있어서가 아니라 갖추어야 할 요소를 잘 갖춰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원장은 “식사와 프로그램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치매를 늦추기 위한 프로그램. 무료하지 않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구요. 비교적 강사초청을 많이 해요. 노래자랑 같은 거, 영화, 합창단, 연극.”
정부 평가에서 최하 등급(E등급)을 받거나 폐쇄조치를 받게 되는 곳들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정부에서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거죠. 이제는 주먹구구식으로 가족끼리 운영하던 거는 안될 거 같아요. 정부에서 원하는 걸 정확히 읽고 쫓아가야 하는데, 우리는 어느 정도 그게 된 거에요.”
“있으면 안 되는 시설도 있어요. 서비스, 식사, 이런 걸 보면, 노인을 그냥 상품으로 보는 거죠. 그래서 무조건 끌어다 놓고, 돈도 좀 덜 받고. 그런데 어르신들 덕에 경제성장도 된 거에요. 자식들한테 다 쏟고, 막상 요양원 들어가려고 하는데 자기가 요양원 선택할 권리가 없어진 거죠. 자식이 경제권을 갖고 있다 보니까. 자식은 아버지 어머니가 어느 시설에 가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면 좋겠다기 보다는 단 5만원이라도 싸면 그 시설의 서비스가 좋던 나쁘던 생각하지 않고 그쪽으로 가고 그걸 노리는 사람이 있구요. 그래서 개탄스러울 때가 있죠. ”
시설 내 인권보장은 어떻게.
“엊그제도 직원들한테 교육을 했어요. 노인학대에 대해서. 춘천에서 (시설)직원들이 노인학대를 했어요. 묶어놓고. 자기들이 관리하기 편하니까. 우리 직원들 모아놓고 교육을 했어요. 당신들이 볼 때 노인학대라고 생각되면 지체없이 나한테 얘기를 해라. 그런데 이런 경우는 있어요. 한 할머니가 하루종일 서 있길래 우리가 다음날 의자에 앉혔어요. 좀 쉬시라고. 근데 그 아들이 그걸 보고 어머니 묶었다고 학대라고 생각한단 말이죠. 생각의 차이, 관점의 차이 때문에 그럴 수는 있어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을 해요. 외부강사도 모시고 인권, 욕창방지 그런 거 해요. (교육을) 시설자율에 맡기지 말고, 협회나 정부, 군청 이런 데서 해주면 정말 좋죠. 시설에선 형식적으로 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우수사례도 발표했으면 좋겠고.”
“횡성에 노인종합복지관
만들어야 한다”
노인복지사업의 일선에 있는 정 원장은 노인복지사업의 ‘컨트롤타워’ 격인 ‘노인종합복지관’의 설치를 강하게 주장했다.
“노인복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노인복지관을 만들어 독거노인서비스도 하고 노인정 프로그램도 관리해주고, 장애인과 청소년과 연계도 시켜주고 그러면 횡성군이 훨씬 발전될 것으로 봐요. 나도 여기에 어린이들 자꾸 놀러오게 하거든요. 할머니들은 어린이들 그립잖아요. 장애인도 어른들과 같이 어울릴 적에 제일 좋아요. 여기 어른들 모시고 드라이브를 했는데, 복지관 가서 영화도 한편 보고 프로그램 있으면 모시고 갔다 올 수 있고 그런 걸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분산됐던 걸 한 군데로 모아서 하면 경비도 절감되지만 서비스도 골고루 될 수 있잖아요. 복지관이 컨트롤타워가 돼서 판단을 해서 종합적인 서비스를 결정 짓는 거에요. 그러면 횡성에서 이상적인 노인복지 정책이 될 거 같아요.”
생의 마지막을 챙겨드리는 일
정 원장은 요양원 일이 “보람 하나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른들은 여기 와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시는 거에요. 그 삶을 내가 그 마지막을 챙겨드리는 거죠. 어떤 분이 들어왔는데, 그분한테 해준 거 별로 없어요. 목욕시켜드리고 밥 떠넣어 드리고 대소변 받아내고, 약 드리고. 그리고 그분이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직원들이 사진 찍어서 주민등록증을 만들었어요. 설날에 내가 해마다 한복을 갈아입고 세배하고 세뱃돈을 드리는데, 나한테 세배를 받고 막 우는 거에요. 짐작컨대, 그렇게 평생 살다보니까 세배는커녕 무슨 낙이 있었겠어요. 그런데 절도 받고 그러니까 감동이 되셨는지...”
“그 어른이 돌아가실 때가 됐는데, 병원에서 내가 임종을 지켰어요. 면사무소 하고 군청에 전화해서 가족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장례비 50만원이 나온다는 거에요. 관도 안 쓰고 화장하면 50만원이면 된대요. 근데 우리집에 1년 이상 모셨던 분인데 그럴 수 없어서 영안실에 모셨어요. 영정사진은 주민등록증 만들 때 찍은 걸로 하고 제가 상주를 했죠. 그런데 빈소를 찾아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요. 다른 빈소에는 수백명이 오는데. 나는 혼자잖아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나를 계속 쳐다보고. ‘저 새끼 생긴 거 멀쩡한데 지 아버지 돌아가셨는데 아무도 없네’ 하는 눈으로 보는 거에요. 다음날 장례를 치르고 유골을 모시고 돌아와서 저 소나무 밑에다 모셨어요. 그 분은 나한테 인생의 밑바닥이 어딘 지, 그 밑바닥을 보여주신 거죠. 장례 끝내고 났는데 내 마음이 편안했어요.”
“하루는 어떤 할아버지가 날 찾아와서 기초생활수급자인데, 여기 와 있으면 안 되겠냐고. 풀도 뜯고 생활하게 해주면 대신 수급비를 나한테 주겠다고 해요. 대신 조건이 있다고. 죽으면 장례 좀 치러달라고. 아까말한 그 병원에 입원했던 사람이에요. 자식은 있는데, 워낙 만나본지 오래돼서. 죽은 뒤에 까마귀가 파먹을 건지 누가 시신을 거둬줄 건지 모르니까 불안한 거죠. 그런 분들을 내 손에서 거둬드렸다는 게 보람이에요.”
또 하나 정 원장이 받은 큰 감동은 아들로부터라고 한다. “제 아들이 나를 도와 낮에는 할아버지들 목욕시켜드리고 기저귀 갈아드리고 병원모시고 다니고 하면서 공부를 했어요. 얘가 ‘아버지 나 인생공부 여기서 했어요’라고 해요. 자식이 인생공부를 요양원에서 했다고 말하는 것만큼 큰 보람이 어디 있어요. 그게 큰 보람이잖아요. 무엇과도 바꾸지 못하는 그런 보람이 있는 거에요.” 정 원장은 “아들이 ‘나중에 잘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자랑도 빠뜨리지 않았다.
당당히 말하기!
‘니가 나를 학대하고 있다’고
다시 ‘노인학대’문제로 이야기를 옮겼다. 정 원장은 금년 여름부터 노인정을 돌아다닐 것이라고 했다.
“노인들이 학대가 있더라도 발설을 못 하잖아요. 자식에 누가 될까봐. 학대에 관해서는 횡성군민 전체가 교육을 받아야 해요. 일차적으로 금년 여름부터 노인정을 다 다닐 거에요. 슬라이드 보여주면서 이게 학대입니다. 그럼 어른들이 이런 말씀하실 거에요. 그걸 우리한테 보여주면 어떡하냐, 자식들한테 보여줘야지. 근데 어르신들도 이거 알아야지 ‘니가 나한테 학대하고 있다’고 얘기하셔야 된다는 거죠. 이제부터는. 본인들도 방어를 해야 된다는 거죠.”
정상환 원장은 할 이야기가 무척 많았다. 외지로 나간 자식들이 좀 더 자주 부모를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구상한다. “자식들이 일년에 두 번 찾아오면 잘 찾아온다는 경우도 많아요. 부모들은 그게 서럽고 힘들고.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식들이 몇 번만 더 찾아오면 행복해지는 거에요.”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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