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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 칼럼] 간호법과 공공의료
태준호 기자 | 승인 2023.06.01 00:15|(271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간호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보건의료를 공공의 영역이 아닌 시장에 넘기는 행태다. 이러한 친시장적 행태는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논란이 되고 있던 간호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이 법의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재의결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재적 과반이 출석하고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과, 국회가 정책 토론보다는 극한 대립으로만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이 법의 통과는 불가능해 보인다. 간호법 반대 단체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지만, 간호사 단체들은 준법 투쟁 등을 통해 투쟁의 수위를 올리는 등 대립은 더욱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현 대한민국 정치의 축소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사회가 배운 것 중 하나는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보건의료의 가치 인정과 보건의료인의 존중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질병에 대한 국가의 신속한 개입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도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던 그때를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 중 하나가 간호법이다. 간호법의 목적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현행 의료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의료체계 붕괴법’이라며 이 법을 비난하고 있다. 대통령 본인도 후보 시절 ‘간호법을 제정하여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들을 의료체계 붕괴의 주범으로 비난하고 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입법권이다.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것인데, 현재에도 많은 법률이 있지만 이를 좀 더 세밀하게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이유는 다원화된 사회속에서 서로의 이해와 요구를 조정하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그래서 국회에는 수많은 법률안들이 상임위와 본회의 등을 거쳐 제정되고 있다. 간호법도 이러한 맥락속에서 제출된 안이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보완하고 토론하여 개정하면 될 일이지만, 이런 토론조차 거부한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정국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쟁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법이 나오게 된 배경인 간호사들의 업무강도, 병원 내 권력 관계, 노동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 임금, 환자와의 관계 등 이들을 둘러싼 사회 환경에 대해 알지 못하고, 어떤 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입장 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번 간호법의 제정은 간호법 그 자체보다 대한민국의 보건의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논의하는 시발점이 되어야만 했다.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는 공공의료의 영역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 줬다. 시장의 논리에 의존한 대책이 많은 사상자를 만들고, 사회를 패닉 상태가 되게 했는지 체감했다. 이 문제만이 아니라도 소아 전문 응급센터가 없어 치료를 요하는 아동이 병원을 전전해야 하고, 간병비 부담에 살인까지 나오는 등 현재 공공의료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시작도 해보지도 못하고 간호법이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보건복지부장관은 간호법의 대안으로 (가칭)‘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법’을 제정한 후 이 법에 맞춰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은 보통의 노인들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정부는 2023년 노인 돌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전년대비 노인복지 예산은 기초연금 등으로 인하여 11.6% 증가하였지만, 지난 3년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노인건강관리와 치매 관리체계 구축, 요양시설 확충 및 시설운영비는 심각하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단지 야당과의 힘겨루기를 넘어, 보건의료를 공공의 영역이 아닌 시장에 넘기는 행태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민간 보험회사들의 요양시설 진출을 돕기 위해 시설 규제를 완화하고자 노인요양시설 임대를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친시장 정책은 결국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총선을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유권자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여전히 그들의 본분보다는 권력의 독점과 그들의 사사로운 이익만을 추구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서민’들은 여전히 그들과 상관없는 타인일 뿐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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