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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주한의사(한의학박사, 이현주한의원장) |
도저히 보양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에도 보양식이란 수식어를 붙여
양기를 보해주는 좋은 음식이라 소개하지만 밤이 없는 낮이 있을 수 없듯 양은 그 뿌리가 음에 있어 요즘처럼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무더워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들 중에 ‘보양식’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삼계탕을 필두로 장어탕과 같은 류의 식품들이 대표적인 보양식인 것은 맞지만 도저히 보양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에도 보양식이란 수식어와 함께 무더운 여름 양기를 보해주는 좋은 음식이라고 소개를 하기도 합니다.
차디찬 성질을 가진 오이를 채 썰어 넣고 또 찬 성질의 미역까지 더한 것에 얼음까지 띄워놓아 말 그대로 차디찬 오이냉국조차 보양식으로 돌변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얼음으로 불을 지핀다는 말과도 같은 것인데 왜 그런 표현을 쓰게 되고 왜 그런 표현에 현혹되어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까요.
한의학에서는 음과 양, 기와 혈의 조화와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병의 정의도 ‘음양의 조화가 깨진 것’ 혹은 ‘기혈의 균형이 어그러진 것’이라고 합니다. 질병의 치료에서도 제일 먼저 음양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그 치료법과 처방을 정하게 됩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양기는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 몸을 움직여서 동작을 하게 해주고, 일을 하게 해주는 것과 같이 주로 동적인 것들을 주관하는 기운이고, 음기는 체온이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제어해주는 역할, 일하고 난 뒤면 피로감을 느끼게 해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주는 역할과 같이 주로 정적인 것들을 주관합니다.
음은 정적이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잘 알아채지 못하여 푸대접 받기 십상이고, 양은 그 역할이 동적인 것을 담당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고 그 성쇠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일반대중에게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나 세상은 밤이 없는 낮이 있을 수 없으며, 골짜기 없는 봉우리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양은 그 근본을 음에 두고 있습니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은 기사거리요 자랑거리가 되지만 깊은 계곡에 발을 딛는 것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치장하고 연기를 하는 주인공은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모두의 관심을 끌고, 유명한 뮤지컬의 경우 매 공연마다 바뀌는 주인공이 누군가에 따라 객석점유율이 달라질 정도로 오로지 무대 위만 주목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명담당은 누구인지 세트구성은 누가 했는가와 같이 그들이 없으면 연극이나 뮤지컬이 있을 수 없는 존재임에도불구하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몸속에 양기가 아무리 많다고 한들 한 달 내내 쉼 없이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일을 한 것만큼 때로는 일을 한 것 이상의 휴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일의 능률 또한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더 오른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주인공 하나를 빛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조연과 무대 뒤에서 잡스런 일을 담당하는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손가락 하나를 까딱이는 작은 행동조차도 신장의 배설과 재흡수, 간의 영양대사와 해독작용 피로를 풀어주는 작용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전들의 결과물입니다.
원대의 유명한 한의학자인 주진형의 ‘양은 늘 남아돌고, 음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陽常有餘, 陰常不足)란 말은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할 뿐 조연이 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조연도 역사에 길이 남는 것을 모릅니다. 죽는 날까지 조연으로 만족해했던 제갈공명이 그렇습니다.
양은 그 뿌리가 음에 있습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결코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올 여름에는 음기 한번 보충해보시면 어떨까요.
강원희망신문 chamhop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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