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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수능’으로 사교육을 줄일 수 없다
조만회 | 승인 2023.06.30|(273호)
조만회 횡성희망신문대표

경쟁체제의 완화와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공정 수능이 되어야 사교육 축소와 공정성을 확보라는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발언이 교육계를 강타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해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을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밝혔다. 이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나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융합형 문제 출제는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내용에서 문제가 출제됐느냐의 여부에 따라 수능의 공정성이 결정된다는 논리이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고난도의 소위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국민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공정 수능’ 의지를 천명한 윤 대통령의 의도대로 사교육 의존도가 줄지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공정 수능을 지향하는 것이 사교육 축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킬러 문항은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되는 문제이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게 되면 당연히 수능이 평이해지고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조금만 틀려도 2·3등급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더 고득점을 받아야 한다는 중위권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져 사교육을 통한 대비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1등부터 꼴찌까지 상대평가로 줄 세우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이유가 문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시험을 잘 봐 등수를 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교육 현장의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공정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단순히 채점방식이 공정하다고 해서 무조건 공정한 것이 아니다. 내용이 타당해야 공정한 것이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뽑을 것이냐가 내용의 타당성을 결정한다. 지금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학생들에게 강조되는 능력이 통합적 사고능력이고 그것을 측정하는 시험이 수능이다. 따라서 수능 시험에서는 통합 교과적 문제들이 출제되는 것이 당연하고 국어, 과학, 심리학 등 모든 분야 논리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킬러 문항에 해당하는 융·복합 문제가 출제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공정하다 할 수 있다.

학력의 의미가 무엇인지와 별개로 가령 학력 격차를 변별하기 위한 시험에서 학력 격차를 측정하기 어려운 쉬운 문제 위주로 출제가 된다면 학생 간 학력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 열심히 공부해 높은 학력 수준에 도달한 학생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어려워질 수 있다. 공정을 지향하다 또 다른 형태의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사교육을 줄이려면 서열과 경쟁을 중시하는 사회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학교 서열을 없애고 직장에서 직원을 뽑을 때 출신 대학을 보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없이 단순히 킬러 문항 배제와 같은 수능 난이도 조정으로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는다. 경쟁체제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은 기본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공정 수능에는 경쟁체제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수능의 공정성 확보도 공정성 기준에 대한 사회적 이해관계가 다양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의 독단적 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학부모, 교육계가 다 같이 논의해야 할 사항인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공정 수능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사교육 축소와 교육의 공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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