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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대사의 발언
태준호 기자 | 승인 2023.06.30|(273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고 한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지혜로운 실리 외교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대한 중국의 싱하이밍 대사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며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아마 앞으로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라고 대한민국의 대중국 정책을 비판한 것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식사나 하자.’라며 초대받은 자리에서 중국 대사가 발언을 하니 미처 대응할 수 없었고,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정책의 문제가 크지 않냐며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과 중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싱하이밍을 가리켜 “구한말에 조선 내정에 간섭했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싱하이밍 대사를 비난하며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중화 사대주의’에 빠졌다며 같이 비난에 가세했다. 그러나 그들의 비난 어디에서도 친미·친일 외교정책이 가져온 대중 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적자의 확대 등 현안에 대한 자성은 찾아볼 수 없다.

싱하이밍은 거침없는 언행으로 중국의 이해관계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싱하이밍은 위안스카이가 아니다. 오늘날 한중 관계는 140여 년 전처럼 중국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정부 스스로 자랑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군사력은 6위이고, GDP 기준의 경제력 순위도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싱하이밍의 이 발언도 이런 힘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부적절한 비유를 들며 한미일 동맹 강화 및 야당에 대한 비난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싱하이밍 발언의 배경에는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중 갈등이 더 첨예해진 상태에서 한중간에도 긴장이 쌓여 온 상황이 있다. ‘배팅’이란 말이 나온 이유도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비이든이 2013년 당시 친중 노선을 펼치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대편에 배팅하는 것은 절대 좋은 배팅이 아니다.”라는 말을 비튼 것이다. .

지난달 22일 한중 외교 국장급 회담에서 중국 정부는 ‘4불가’ 방침을 전해왔다.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고, 친미·친일 일변도 반대, 한중 관계 긴장 지속 시 시진핑 방한 등 고위급 교류 불가, 악화된 정세 아래 대한민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가 그 골자였다. 이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이라는 1992년 한중 수교의 근본정신을 훼손하지 말고,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반대이자 대중국 봉쇄 전략을 취하는 미국과 일본에 동참해 중국을 적대시하는 전략을 취하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싱하이밍의 발언은 이 연장선 속에 있다.

이재명 대표는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확대하는 것이 국민 삶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일각에서는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미국도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며 실리를 챙기는데, 현 정부만 유독 대중국 외교를 손 놓는 바람에 손해를 본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올해 초 중국의 정찰 풍선이 일으킨 긴장이나 반도체 전쟁 같은 경제적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운신 폭이 좁아진 것이다. 여기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글로벌 공급망을 좌우하는 수출 권력 1위 국가인 중국과 척을 지고서 한국경제를 제대로 유지할 수는 없고, 미국과의 군사동맹도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다. 조선 역사에서 왕의 칭호를 받지 못한 광해군이 실리 외교의 대명사로 재평가받는 것과, 임진왜란 전 일본의 전쟁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일본을 다녀왔으나 당파싸움에 매몰되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참혹한 피해를 자초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의 외교는 지금 이 점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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