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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 계속 내야 하나
태준호 기자 | 승인 2023.07.12|(274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분리징수가 아닌 공영방송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2,500원!

한전 전기 요금에 포함되어 납부하는 ‘텔레비젼방송(KBS,EBS)수신료(이하 수신료)’ 납부액으로,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는 이 돈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절차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분리징수안을 의결했고, 이후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걸쳐 빠르면 이 달 중순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수신료는 시청료 개념이 아니어서 TV가 있다면 유료 방송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수신료를 내야 한다. 수신료 징수 방식이 바뀐다고 해서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리징수가 실시되면 수신료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신료 수입은 6,200억여 원 규모인데 이는 KBS 수입의 약 45% 가량이다. 여론 조사를 보면 수신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KBS측은 1천억 원대로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신료 거부 혹은 분리 징수의 역사는 길다. 1984년부터 시작된 시청료 거부 운동의 흐름 속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자당은 시청료를 수신료로 바꾸고 한전의 전기 요금에 통합하여 납부하는 통합징수 제도를 1994년 최초 시행하였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때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분리 징수를 주장했다. 그 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고,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통합징수 폐지를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정부 때는 자유한국당이 분리 징수를 주장했다. 30년 가까이 여야가 바뀌면 입장이 뒤바뀌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이번에는 야당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분리징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 점은 여당의 언론 장악력이 이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통령과 여당은 KBS가 자신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고 불만이다. 대통령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언급한 시점이 검찰 권력의 유력 인사로 손꼽히는 정순신 아들의 학폭 의혹을 KBS가 단독 보도해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시점 바로 이후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영방송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단지 재정위협을 가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사사건건 자신들이 공격받는 것이 언론,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받은 사장이 버티고 있는 KBS의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언론을 길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받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시키고 이동관을 임명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이 이런 이유로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 수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것은 여러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PC나 스마트폰 등 접근매체가 다양화된 시대에서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등 새로운 콘텐츠로 무장한 수백여 개의 채널 속에서 더 이상 KBS는 중요한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현재 KBS 모습을 보며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무에 대하여 공론화의 장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신료가 폐지될 경우 KBS가 택할 선택지는 분명해 보인다. 상업 광고 의존도를 높일 것이고,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은 축소할 것이다. 국가를 포함한 광고주들에게 바른 말을 할 수 없을 것도 자명하다. 요즘 TV를 시청하면 방송 중간 중간에 나오는 광고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국가 재난 상황이나 사회적 참사를 다루는 프로그램 중간에 아름다운 면만을 강조하는 광고가 나오는 것은 끔찍하다.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자구책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 언론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만들려는 정부의 시도도 없어야 한다. 지금까지 수신료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단지 분리징수가 아닌 공영방송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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