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육으로서 횡성한우는 그동안 판로걱정만큼은 없다고 자부해 왔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품질좋은 수입소고기와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브랜드 간 경쟁에 대응해야하고 축사환경으로 인한 지역내 갈등 역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축산농가들이 힘을 모아 생산과 유통의 혁신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공동체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경상북도 예천 ‘지보참우마을’사례를 통해 횡성한우 브랜드의 변화와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편집자 주>
‘지보한우마을’ 이렇게 태어났다
경상북도 예천군 지보면 ‘지보참우마을’은 한우생산농가들이 생산과 유통, 판매 등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마을이다.
2004년 비용절감 위한 공동 작목반 구성이 모태
예천군의 마을만들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여 한우 사육 농가들이 한우사육에 필요한 배합사료, 생균제, TMR사료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참우생균제 작목반’을 설립했다. 한우사육에서 경영비에 가장 큰 비중을(80%) 차지하는 배합사료를 공장 직거래를 통한 공동구매로 비용을 약20% 가량 절약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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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된 이 사료장은 5천㎡ 터에 연간 2천 마리의 비육우에게 공급할 수 있는 660㎡의 사료생산시설(6천t/년) 1개소와 조사료 저장고 3동, 조사료 생산 장비 3종 등을 갖추고 있다. |
참우 작목반은 현재 연간 50만포를 약 45억원에 공동구매 함으로서 9억 원의 경영비를 절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체공장을 설립해 직접 발효 생균제를 농가에 기존의 5분의 1 가격에 공급하여 5억원의 경영비 절감은 물론 50억원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보고 있다.
생균제는 미강(쌀겨)과 옥수수 가루를 주원료로 물과 당밀(설탕물), 유산균·바실리스균·효모균·곰팡이균 등 각종 생균원액을 첨가해 ‘살아 숨 쉬는 먹이’로 소의 소화를 돕고 사료의 이용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한우 농가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사료첨가제다.
사료 자체 제작으로 사육원가 대폭 낮춰
TMR로 불리는 섬유질 배합사료 역시 주변 농장에서 쌀겨, 깻묵 등을 싼값에 사들여 직접 제조함으로서 판매 단가를 낮췄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에 비해 품질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외 한우 사육에 필요한 기자재들을 공동구매하여 생산비를 절감하고 있다. 농민들은 공동으로 사료구입, 생균제 생산, 기자재 구입을 하면서 소 한 마리를 키우는데 약 110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게 되자 자연스럽게 싼 값에 고기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미국산 쇠고기 불안해할 때 ‘지보참우마을’ 설립
‘참우작목반’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등의 여파로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자 2006년 ‘지보참우마을’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농가에서 생체 700kg 거세한우 한 마리를 640만원에 팔았을 때, 소비자는 백화점 경우 1200만원을, 고급식당의 경우 2400만원을 지불해야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도축, 분류, 운송, 포장 등 중간 유통비용이 더 들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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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우마을 식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고객들.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먹으러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가게는 늘 붐빈다. |
그러나 ‘지보참우마을’에서는 공동구매로 한우 사육에 들어가는 경비를 줄이고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해 소고기 가격을 시중가격의 60%에 판매했다. 한우 가격에서 도축비와 각종 비용을 제외한 후 600g 당 1천 원만을 남기고 판매하는 셈이다.
한우를 싼 값에 판매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연간 10여 만명의 외지인들이 고기를 먹기 위해 ‘지보한우마을’을 찾기 시작했다. 당초 한 달에 20여두의 소를 도축할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한 달 평균 100~120여두를 직판장과 식당을 통해 출하해 예천지역 전체 도축물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자리 잡았다. 축산 농가는 거세 한우만 생산하면 판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작목반 조합원의 소를 우선적으로 구입해 주고 모자라면 예천군 내에서 충당하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은 100% 소를 출하하도록 보장 받는다. 처음 20여 가구에 그쳤던 참여 농가는 현재 121가구에 이른다.
‘지보한우마을’에 어떤 일이
김대중 정부시절 정부에서는 농가부채해결방안을 위한 정책공모를 진행했다. 이때 최병용 대표는 ‘공동축사’를 제안 했다고 한다. 정부가 개별 농가들에게 우사를 지으라고 유도하는 것은 농사에 빚만 지는 일이니, 정부에서 우사를 짓고 농가들은 소만 갖다 키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동축사로 빚 안지고 축산업 하게 돼
실제로 축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축산 농가마다 평균 6039만원(2010년 기준) 정도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획기적인 제안이었다.
비록 채택은 안 되었지만 다행히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작목반 회원 5명과 500여 평의 부지에 공동축사를 지었다. 지금은 축산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나 자본이 부족해 우사를 지을 수 없는 농가에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3농가가 약 200두정도의 거세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전기료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여 사용료를 납부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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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이 부족하거나 축산업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을 위한 축산농가 인큐베이팅이 이루어지는 ‘참우 생균제작목반’ 소유의 공동축사. 현재 3가구가 약 200두의 거세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
수익금 지역사회 환원, 마을 전체가 풍요
이들의 경제적 성과는 대단하다. 현재 지보면 내에 ‘지보참우마을’ 다섯 곳과 개인 식당 네 곳을 합해 아홉 곳이 영업 중이며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몰려든 외지인들로 마을에 작은 지역상권이 생겨났다.
참우 작목반이 2006년 12월 28일 매장을 설립하며 농민에게 거둔 투자비는 5000만여 원이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60억여 원에 이르렀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주식회사인 셈이다. 더욱이 조용한 마을에 외지인들이 몰리면서 인근 슈퍼나 주유소, 식당, 팬션, 농산물 판매 등도 수익이 늘어나 지역상권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나 유명세를 타고 높은 수익을 올리는데 농민들 중 누구하나 부농이 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더욱이 ‘지보참우마을’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수익금은 작목반 회원에게 단돈 10원도 배당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수익금으로 한우축제를 열고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나 인근 학교 학생들의 간식이나 장학금에 수익을 나누고 있다. 처음에는 조합원들 사이에 이익금을 나눠 갖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소를 키워 ‘나눠 갖는다’는 생각으로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판매했고, 마진이 남을 경우 지역사회에 환원한 것 이다. 농가들이 안정적인 판로로 한우를 출하하면서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가는 한우를 생산하고 공동체로 판매를 하는 유통구조는 협동과 연대를 통한 공동체의 복원을 의미한다.
단순하지만 민주적인 방식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운영
농민회 출신 최병용 대표는 ‘지보참우마을’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 그는 “토론을 하다보면 시시비비가 일어나 서로 감정이 상하기 쉽고 그렇게 되면 공동체가 와해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토론을 절대 하지 않고 투표를 한다.”고 했다. 200만원을 출자한 회원 중 한 명이 더 이상 농장을 운영할 수 없어 작목반을 나가게 되었을 때 투자금을 돌려주는 문제를 예로 들었다. 원칙대로 투자금을 돌려주면 안된다는 의견부터 이익을 나눠 주자는 의견까지 여러 주장이 나왔다. 이에 최대표는 조합원들에게 얼마를 주면 좋겠는지 금액을 적어 내라고 주문했다. 가장 적은 액수와 가장 높은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합계 평균의 돈을 돌려줬다. 단순하지만 민주적인 방식으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론을 도출해 내면서 모든 이의 의견이 존중되고 있다.
지보마을 사례보며 홍천축산농가 변화
최근 홍천의 축산농가들이 ‘지보참우마을’의 사례를 적극 검토하여 농장직영 정육점과 식당을 시도하고 있다. 홍천 사랑말 한우영농조합(대표 나종구, 48세)은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장점을 바탕으로 예천 ‘지보참우마을’의 판매 모델을 홍천에서 실현해보고자 4월 7일 ‘홍천사랑말 한우’라는 상호의 직영 정육점, 식당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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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천의 ‘지보참우마을’의 모델로 4월7일 문을 연 ‘홍천사랑말 한우’ 식당. |
‘홍천사랑말 한우’는 홍천한우만을 가격연동제를 지키며 판매하고 새로 생긴 식당 운영을 통해 한우 마리당 30~50만원의 가격을 더 보장받을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 소값이 하락해도 생산비를 보장하는 가격으로 구매하면서도 원가에 판매해 식당이나 정육점을 통한 이윤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업의 성공은 역시 품질과 가격경쟁력일 것이다. 2012년 현재 조합원의 사육두수 1000여 마리. 한우 한 마리를 장에 팔았을 때 농민의 손에 쥐여지는 가격이 600만원이라 가정하면, 일반정육점 가격이 1100만원, 일반 식당 및 소비자가격이 1800만원이나 되는 산지와 소비자의 거리를 어떻게 줄여 축산농가와 구매자 모두를 만족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미 FTA 발효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축산업 분야에서 ‘지보참우마을’의 성공은 풍요로운 농촌을 꿈꾸는 모두의 희망이 아닐까 한다. 소규모 축산농가들에게 현실적인 대안과 발전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지보참우마을’을 보면서 횡성한우는 변화하는 시장에 충분한 대응책을 갖고 있는지 질문해본다.
박이스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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