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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지난 6월 베트남을 방문한 윤석열대통령은 평생을 공산주의 혁명가로 살았던 호치민의 무덤을 찾아가 머리 숙여 참배해... 정부와 여당에서 지금 이 시기에 독립운동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이념 투쟁을 불을 붙인 이유는
‘홍범도 장군(이하 홍 장군)’은 대한민국의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과 싸워 처음으로 크게 승리한 봉오동 전투를 이끌고 이후 청산리 전투 등에서도 김좌진 장군 등과 함께 초창기 항일무장독립투쟁을 이끈 항일무장독립투쟁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생각하는 홍 장군의 모습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육군사관학교가 홍 장군 흉상 철거를 강행하겠다고 하고, 한덕수 총리는 해군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개명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30년 전에 이미 사라진 소련에서의 공산당 가입 전력과 소련 공산당의 지도자였던 레닌에게 권총을 선물 받은 것 등을 문제 삼아 그의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해방 이후 홍 장군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2년 건국훈장(대통령장)을 추서했고, 노태우 정부도 유해의 국내 봉환을 시도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한민국의 7번째 해군 잠수함을 ‘홍범도함’이라고 명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21년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유해를 봉환 받아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했다. 그의 공산당 이력은 보수와 진보세력 모두에게 문제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일본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루기 위한 그의 노력을 공산당 이력으로 평가절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철 지난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기에 여념이 없다. ‘중앙일보’는 29일 여권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윤석열 대통령이 “(홍 장군이)지금의 육사보다는 독립기념관 같은 곳에서 기리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독립운동 투사이기에 독립기념관에게서 기리는 것은 일면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육군사관학교에 항일무장독립투쟁 영웅의 흉상을 세운 것은 육군사관학교의 뿌리가 해방 이후 미군정과의 군사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군사영어학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광복군과 독립군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항일무장독립투쟁이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임은 “대한민국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정신과도 일치한다. 이 투쟁의 중심에 있던 홍 장관의 흉상이 육사에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대한민국 국군이 항일무장독립투쟁의 정체성을 계승하는 의미를 갖는다.
국방부는 그의 공산당원 전력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현 시대는 이념이 사회를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을 내세우며 중국 사회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었다. 쥐를 잡는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 말은 현 사회에서도 통용된다. 이념적으로 달리하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 작금의 사회이고, 국제정세는 그만큼 다변적이다. 1920년대 홍 장군이 활동하던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독립을 위해 많은 투사들이 항일운동을 하던 시기였고, 그들에게 좌-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공산당원이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의 행보이다. 홍 장군의 이력을 보면 항일 무장투쟁뿐만 아니라 군자금 마련을 위해 협동농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동포들의 성금 등으로 군자금을 마련했었는데 헐벗은 동포들에게 더는 군자금을 기대지 말자는 그의 의지였다. 스탈린 정권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지역으로 이주한 이후에도 그는 고려인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의 삶 어디에도 호의호식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고 대한의 독립과 동포들에 대한 애정이 있을 뿐이다. 이런 그의 모습이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북한과 연대하고 평생을 공산주의 혁명가로 살았던 호치민의 무덤을 찾아가 머리 숙여 참배하였다. 그는 베트남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지만 여당의 논리라면 비난받아야 마땅한 태도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에서 지금 이 시기에 독립운동의 영웅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이념 투쟁을 불을 붙인 이유는 자명하다. 오염수 처리 문제, 경제의 불안정성, 재난과 재해에 대한 정부의 대응 등에서 불거진 자신들의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서이다. 이미 대통령과 여당은 더불어민주당과의 극한 대립을 통해 실리를 챙겼다. 다가오는 총선 등에서 다시 이익을 챙기려 지금의 극한 대립을 자초하고 있다. 이 속에서 가장 중요한 서민들의 삶은 당연히 관심 밖의 일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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