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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정상회담을 보며
태준호 기자 | 승인 2023.10.06|(279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 자국이익 우선의 미국, 대한민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일본,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되어가는 중국...모든 상황이 대한민국에 이롭지 않은데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동맹과 이념 갈등 조장에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포함한 5박 6일간의 러시아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다른 정상들의 회담과는 다르게 회담 후 기자회견이나 성명, 합의문 발표도 없었지만, 그간의 진행 상황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양국이 협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 명확해 보인다. 김정은은 “러시아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고, 푸틴은 북한의 위성 개발을 지원할 뜻을 밝힌 것이다. “같이 싸운다는 것”은 결국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한다는 것이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대가로 위성 등 첨단 군사 자원을 지원한다는 것일 것이다.

여기에 유엔이나 서방의 대북 제재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가 대북 제재를 논의하면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되고, 중국의 협조도 끌어낼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미국 주도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양국에 추가할 제재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침묵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5일째 한마디 말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대통령이 ‘분명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추가적인 제재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어쨌든 북한은 그동안 여러 번의 위성 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군사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러시아는 그동안 축적된 북한의 재래식 무기(북한의 무기 체계는 러시아의 영향 아래 있었기에 쉽게 사용될 수 있다.)를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련 몰락 이후 북한의 최대 목표는 미국과 친해지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이 북방외교를 통해 중국, 러시아와 국교를 정상화하고, 6자회담 등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느낀 북한은 핵을 통해 미국과 평화로운 관계를 열 수 있다고 믿었다. 핵 비확산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가로 북미 수교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평화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문재인 전 정부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루한 줄다리기 결과 북한은 과거와 결별하고 핵 무력을 선언하고 독자적인 길 걷기에 나섰다. 그 길에 러시아가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미국이 여전히 경제 제재를 유지하며 북한의 양보만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동안 북한과의 평화 정착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지만, 코로나19 등 산적한 민생 문제에도 국방비를 5년 동안 15조 원, 36.9%나 증액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를 ‘가짜 평화’에 취해 안보를 등한시했다고 공격하지만 문재인 전 정부 역시 힘의 우위에 의한 균형을 추구했던 것이고, 북한은 말과 행동이 다른 문재인 전 정부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이 위성 발사에 목을 매는 이유는 그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공유된다는 점도 있지만, 미사일 발사 경보 시스템의 구축도 있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의 미사일 성능이 대폭 향상되고 한미일 공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을 보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북한의 현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러시아가 지원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북러의 대화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의 이러한 시도는 대한민국의 군비 증강을 가져올 것이다. 남북 모두 정권을 쥔 자들이 자신들의 체제를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통제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군비 증강과 전쟁의 위험은 서민들을 고통스러운 길로 내몰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제적인 상황은 어떤가? 미국은 반도체 전쟁과 전기차 보조금에서 보듯이 그들의 경제 이익에 복무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딛고 반도체와 전기차에 투자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중국은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되어가고 있다. 경제적 이유였지만 미국조차 전수해 주지 않았던 위성 기술을 대한민국에 전수해 준 러시아는 이제 북한과의 밀월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상황이 대한민국에 이롭지 않은데 아직도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동맹과 이념 갈등 조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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