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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회 횡성희망신문 대표 |
특권의식에 기반한 갑질이 만연한 사회는 병든 사회다. 갑질이 사라진 사회, 인간 존엄성이 존중받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학부모 갑질로 교사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으면서 갑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횡성문화원에서도 사무국장 갑질 논란이 일었다.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들은 퇴사하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어느덧 갑질이라는 괴물이 일상으로 들어와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갑질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세상이 된 것 같아 갑갑하기만 하다.
어느 TV 개그 프로에 옷가게 짜장면 배달 장면에 나온 대사는 이런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갑질의 단면을 잘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 아까 출발했다면서 왜 지금 오는 거야? 단무지는 뭐 이렇게 적어? 옷도 거지같이 입고 다니네." / "아, 예. 맛있게 드십시오." / "인사성은 더럽게 밝네." 잠시 후 청년이 다시 들어왔다. "꺼지라니까 왜?" / "옷 사러 왔다. 거지 같다고 해서 옷 사러 왔다고. 저거 얼마야?" / "아 예, 만원인데요." / "더럽게 비싸네." / "8천 원에 드릴게요." / "2천 원이나 바가지 씌우려 했던 거야? 인터넷에 올려야겠구먼." / "아, 죄송합니다." / "야, 그게 죄송한 표정이냐?“
누구나 갑질할 수 있는 사회에서 지위나 위치가 바뀌면 얼마든지 갑질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개그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세태를 어떤 이는 계약 관계에 따라 ‘누구나 갑질을 주고받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사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 부당행위를 하는 것이 ‘갑질’이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3.3%가 ‘지난 1년 동안 갑질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갑질 유형은 모욕·명예훼손(22.2%)이 가장 많았다. 부당 지시(20.8%), 폭행·폭언(17.2%), 업무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갑질을 경험한 응답자 10명 중 1명(9.3%)은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을 경험한 뒤 신체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 정신적 건강이 악화돼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겪었다는 응답 비율도 37.8%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신고를 한 이들은 28명에 그쳤으며 이들 중 60.7%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갑질을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갑질은 마땅히 누릴 것을 누리고 있다는 특권의식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나는 특별하다’는 특권의식이 사회적 통념을 기반으로 한 도덕성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도덕 체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특권의식으로 인해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갑질이 행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사회처럼 특권주의와 출세주의, 승자독식주의가 팽배한 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래서인지 갑질은 사회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상사와 부하직원, 손님과 사장, 학부모와 교사 등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갑질 문화는 이제 일상이 된 것이다.
모두가 모두에게 갑질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유권무죄(有權無罪)·유전무죄(有錢無罪)’의 불의가 정의를 몰아내고 사람 간 차별을 강화해 공동체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갑질의 폐해로 병든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선 특권주의와 출세주의를 관통하는 승자독식주의를 약화시키고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뿌리 내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무엇보다 갑질의 기본은 서열에 의한 ‘인간 무시’에서 오는 것이므로 인간관계에 있어 서로를 존중하는 인간의 존엄성 회복도 필요하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에는 갑질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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