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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과 타인의 ‘선’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23.12.22|(284호)
조만회 횡성희망신문 대표

시공을 초월하여 항상 옳은 가치란 없다. 누군가가 ‘선을 넘는다’고 판단될 때 다시 한번 나의 ‘선’과 타인의 ‘선’을 생각해보자.

 

"매사에 선을 딱 지켜. 내가 선을 넘는 사람들 제일 싫어하는데…“

영화 ‘기생충’에서 자수성가한 글로벌 IT 기업의 CEO인 박 사장의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다. 그는 자신이 설정한 선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호의를 베풀지만 그 ‘선’을 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는다.

영화 속 박 사장이 말하는 ‘선’이란 기대되는 정도나 예상되는 정도를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선을 넘는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것은 예의나 규칙상 예상되는 정도를 넘어서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거나 혹은 호의를 베풀거나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요즘 ‘선을 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 다른 사람의 기분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제멋대로 구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정치권의 상대를 향한 ‘도덕이 없다’, ‘암컷’, ‘젊은 놈’ 등의 날 선 막말들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을 넘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선’은 사람들 간에 합의된 사회적 규칙이다. 선을 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사회구성원 사이에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다양성의 증가와 관련이 깊다.

사회의 다양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 여지가 많아진다는 의미이고, 그 수많은 선택지 중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저마다의 기준과 원칙이 중요해지고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여러 사람에게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일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선을 넘는’ 이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해 왔다. 다른 나라들이 2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겪은 일들이 한국에서는 고작 수십 년 안쪽에 일어났다. 그동안 정치적으로는 왕조시대에서 일제강점기, 권위주의 독재 시절을 지나 민주화가 이루어졌으며, 경제적으로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시대,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한국인들은 비교적 단일한 규범체계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격동의 현대사는 서로 다른 가치와 생활 패턴을 가진 수많은 사람을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사회의 다양성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살아온 시대와 그 시대에 필요한 가치들이 다르다 보니 서로의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다양성들을 갑자기 받아들이기엔 변화들이 너무 빠르다는 데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왕조시대의 신민들과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이 같은 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해 뜰 때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던 산업화 시대의 역군들과 개인의 삶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들이 같은 회사에 근무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가치관과 ‘자신만의 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충돌하며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때문에 ‘선’을 넘지 않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

‘선’을 넘지 않는 것에는 타인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왜냐하면 타인을 존중했다면 자신의 확고한 신념일지라도 그것을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주입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을 존중하니까 배려하게 되고 그래서 서로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범위 내에서 언행이 이루어지며 서로 합의가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과도한 언행을 삼가하게 된다.

우리는 너무나 다른 시대를 살아왔고 그 결과 서로 다른 가치관들을 갖게 되었다. 그럴수록 내 생각만 옳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시공을 초월하여 항상 옳은 가치란 없다. 누군가가 ‘선을 넘는다’고 판단될 때 다시 한번 나의 ‘선’과 타인의 ‘선’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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