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안고 한참가리 밭이랑에 혼자 서서
여기는 해발 1140미터의 드넓은 초지
나는 홀씨처럼 날고 싶어 한참가리 밭이랑에 혼자 서있다.
안개가 천지를 뒤덮어 멀리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허공에서 허공으로 안개를 밀어내는 바람은
운무 한 복판에 또 다른 허공을 만드는데
여기는 해발 1140미터의 드넓은 초지
풍력발전기는 바람을 따라 감실감실 돌고,
나는 홀씨처럼 언덕 위를 날고 있다.
허연 안개 기둥이 내 비상을 가로막는다.
새 한 마리도 날지 않고, 키 작은 풀들이 자라는 초지,
노오란 민들레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여기는 해발 1140 미터의 드넓은 초지
저 해들해들 웃는 민들레는 어떻게 천길 낭떠러지를 올라와
꽃을 피운 건지, 나무들은 바람을 따라 한 쪽으로 몸을 눕히고
밀대랑 갈대랑 바람에 휘어졌다 일어선다.
여기는 해발 1140미터의 드넓은 초지
나는 속을 비우는 게 바람을 이기는 지혜임을 깨닫고.
바람을 안고 한참가리 밭이랑에 혼자 서있다.
최보정 (시인, 수필가. 시낭송가)
최보정 chamhop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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