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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 칼럼] 대화가 필요해
태준호 기자 | 승인 2024.03.04|(289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강경 대응을 멈추고 공공과 지역을 위한 의료는 무엇인지 사회적 협의안을 만들기 위한 대화를 할 때이다.

정부가 지난 2월 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천 명 늘리기로 확정해 발표한 후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실 이번 정부의 2천 명 증원 발표는 뜬금없기는 하다.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도 끊임없이 추진된 문제임에도 19년 동안 아무 결실이 없었다. 그러므로 의료 단체와의 논의는 물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심사숙고해 안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날치기하듯 안을 발표한 것은 다분히 낮아진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꼼수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는 20%대에 머물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30%대로 올라섰다.

어쨌든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6%가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이고 정부는 강행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진료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정부와 의사단체도 이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의대 정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곳 강원도만 봐도 군 지역의 경우 5∼6억 원을 주고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지역 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의사가 없어서 제때 치료받고 있지 못하고, 응급실 의사가 부족해 응급실을 찾아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헤매는 현실, 서울 지역의 큰 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은 의대 정원 문제, 의사 수 확대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협회나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자기 밥그릇만을 지키겠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러나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현재도 많은 의사가 인기 있는 몇몇 의료분야로 쏠리면서 소아과 등 비인기 분야의 의사 수는 갈수록 부족해져 가고 있다. 지역에서 근무하기를 꺼리니 지역 의료원은 의사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들이 인기 있는 의료분야를 고집한다면 그들 간의 경쟁만 심화될 뿐 공공·지역 의료를 살릴 수는 없다.

의대 정원 확대가 성공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의사가 공공의료·지역의료에 배치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아닌 별도의 공공 의대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배출된 의사들이 지역과 공공의 영역에서 의료 행위를 하게 하여 더 이상 의료 부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의사단체들이 요구하는 ‘환자를 살리려는 의사들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해법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안대로 2025년도에 2천 명의 의대생이 증원되더라도 이로 인한 효과는 2030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이미 오래전에 논의되고 대응 방안이 마련되었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더 걸린다고 문제 되지는 않는다. 정부와 의사협회 혹은 전공의들은 서민들을 볼모로 자신의 주장만 외치며 파국을 맞이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현재 의료체계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 공공과 지역을 위한 의료는 무엇인지 사회적 협의안을 만들기 위한 대화를 할 때이다. 그리고 이 대화는 그들만의 대화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대화여야 한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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