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언니, 누나들이 초등학생 동생들의 과학 선생님으로 활약하고 있다.
횡성여고의 과학동아리 ‘플라시보’ 회원들은 지난 5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횡성군청소년수련관에서 횡성지역 초등학생들과 함께 각종 과학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오전, 청소년수련관 2층 문화교실 내에선 다섯 명의 ‘언니(누나) 선생님’들과 아홉 명의 ‘동생 학생’들이 모여 <물먹는 꿀꿀이>라는 이름의 ‘제습기’(습기제거제)를 만들었다.
| ▲ ‘플라시보’ 동아리 회원들, 왼쪽부터 소현, 보현, 다영, 은혜, 희주 양 |
“이게 무슨 용도로 쓰이는 거니.”하고 선생님이 묻자 “공기 안의 수분을 없애는 거에요”라고 학생이 답한다. 한 학생은 질문을 했다. “누가 여기다(제습기 구멍위로) 물 부으면 어떡해요.” 그러자 선생님은 “‘그러면 안 돼요!’라고 말씀 드려~”. 이번엔 다시 선생님의 질문이다. “염화칼슘이 습기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자 한 학생이 “녹아서 구멍을 통해 내려가서 쌓여요”라는 멋진 답을 내놓았다. 이렇게 눈과 손으로는 바쁘게 실험을 해나가면서, 언니·누나들은 동생들에게 과학의 원리를 설명해주고, 동생들은 궁금증을 풀어내는 수업이 이어졌다.
<꿀꿀이>가 다 완성되고 나자, 두 번째 실험에 들어갔다. ‘유리병 속에 꼬마 배 띄우기’ 실험이다. 식용유와 작은 병, 색소, 색종이 등을 도구로 해서 물과 기름의 밀도차이를 공부해보는 실험이었다.
실험 도중 원리를 설명하던 선생님이 잠시 멈칫했다. 원리를 까먹은 거다. “뭐지....뭐지....” 약간 당황하던 ‘언니 선생님’을 대신해, 또 한 명의 ‘언니 선생님’이 설명을 보완해줬다. 그렇게 ‘선생님’들도 가르치면서 조금 더 확실하게 배워나간다. 실험을 마친 뒤의 감상을 물어봤더니, 김지수(횡성초 6년) 양은 말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뻐요^^. 친근한 언니들이랑 실험하는 게 재밌어요.” 유진(성남초 6년) 군은 “밀도의 차이를 알게 됐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고, 다른 어린이들도 “신기했어요”라고 입을 맞췄다. 누나들과의 과학실험에 대해 유진 군은 “평소에 못 보던 것 보는 게 좋아요. 화산실험을 했었는데요, 찰흙으로 화산모양을 만들고 그속에 소다랑 식초랑 넣으면 용암처럼 흘러나오는데 아주 신기했어요”라며 아주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
여고생들이 운영하는
자발적·자율적 동아리
‘플라시보’는 지난해 말 횡성여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 만들어낸 과학동아리. 현재 19명의 학생들이 동아리 회원으로 모여 있다. 초등학생들과의 토요실험 때는 5~6명씩 한 조가 되어 돌아가면서 ‘동생들’의 실험을 지도하고 도와준다.
이 동아리의 특징은 ‘자율성’이다. 학생들을 모아 동아리를 만들어낸 홍희주(2학년) 학생은 “활동의 주제를 정하는 것도 우리들”이라고 말했다. 1학년 엄은혜 학생도 “학생들이 중심이 돼서 운영하는 동아리라는 게 맘에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2학년 박소현 학생은 “어릴 때 엄마랑 실험을 많이 해봐서 과학을 좋아해요. 이 아이들도 과학을 좋아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현 학생은 “학생들 중에는 과학이 어렵다고 무서워하면서 포기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며 “나중에 이과도 많이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들과의 과학실험 주제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아이디어와 소재를 얻는다고 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실험교재를 구입하는 것도 쉽다.
그러면 실험교재를 구입하고 장소를 마련하는 등의 비용은 누가. 그것은 횡성교육지원청에서 부담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의 행복나눔교육복지센터가 교육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사업예산을 편성했고, 초등학생들을 모집했다. 청소년수련관은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5월말 시작된 ‘토요과학실험반’은 4주씩 한 한기로 구성해 올해 12월까지 모두 네 학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면 단위 초등학생들의 참여가 없다는 점이다. 별도의 차량운행이 없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존재한다.
| ▲ 학생들이 직접 만든 제습기인 ‘물먹는 꿀꿀이’와 물과 기름의 밀도차이를 이용한 ‘유리병 안에 배 띄우기’ 작품들 |
| ▲ 실험에 몰입중인 초등학생들 |
| ▲ 초등학생들은 친근한 언니(누나) 선생님들이 지도해주는 과학실험이 재미있다고 한다 |
언니·누나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눈높이 수업은 초등학생들에게 놀이와 학습의 즐거움을 한꺼번에 전해준다. 동시에 선생님의 입장에 있는 고등학생들에게는 ‘과학에 대한 자신감’과 ‘가르치면서 배우는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간이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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