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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강릉간 철도공사 편입농가,“축사이전도 폐업도 안된다면 어쩌란 말이냐?”
철도시설공단, 터무니없는 이유 내세워 ‘폐업보상’ 거부
이창조 기자 | 승인 2014.08.04|(0호)
▲ 축사 앞에 선 박순환씨. 그 뒤로 서 있는 방음벽 너머 철도공사가 한창이다.


‘축사이전가능하다’했던 횡성군 막상 신청하자 불가 판정

 원주·강릉간 철도노선 공사에 따라 토지를 수용당하는 농가에 대해, 정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서로 보상책임을 미루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관마다 이유를 내세우곤 있지만, 결국은 현실을 반영 못하는 규칙과 ‘관료적 형식주의’ 때문에 해당 농가만 피해를 보게 될 상황이다.  
 

 횡성읍 생운리에서 소를 키우는 박순환 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생운리 246번지의 축사가 곧 철도공사부지로 편입될 예정이어서, 지난해 가을 한국철도시설공단 쪽에 ‘폐업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설공단 쪽은 지난해 12월 박 씨에게 ‘폐업보상은 불가하다’는 회신을 보냈다. 문제는 그 이유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박 씨가) 인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전해서 영업(축산업)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 있어야만, 박 씨에게 폐업보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설공단측은 이와 관련해서 횡성군으로부터 ‘축사시설 설치가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기 때문에 폐업보상이 불가하다고 박 씨에게 통보했다. 즉, 횡성군 관내 어디든 축사를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폐업보상은 해줄 수 없으며, 그 대신 ‘이전에 따른 비용’ 보상은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폐업보상을 받으려면 횡성군으로부터 ‘축사이전은 불가하다’는 공식입장을 다시 받아오라는 것이다.
 폐업보상이 불가하다는 통지를 받은 박 씨는 구 축사의 이전을 시도해봤다. 철도공사부지로 편입되는 자신의 토지 바로 옆에 축사를 신축하려고 지난 3월 횡성군에 건축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횡성군은 박 씨의 요청을 ‘개발행위허가’ 심의사항으로 결정해 ‘횡성군 군계획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 지난 5월 ‘축사의 신축을 불허한다’고 통지했다. ‘주변지역의 토지이용실태, 주변환경과의 조화 등을 검토해 볼 때, 부적합 지역으로 판단된다’는 매우 모호한 이유에서였다. 결과적으로, 축사를 이전하려는 박 씨의 시도는 좌절됐다.
 박순환 씨는 인근 정암리나 우천면 우항리 쪽으로 축사를 이전하는 방안도 알아봤다. 그러나 주민들의 동의를 받기 어렵거나 땅값이 예상보다 높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설공단 쪽의 주장대로라면, 박 씨는 이전 가능한 공간을 계속 알아보고 건축허가도 계속 요청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건축허가절차에 드는 설계비용 등 각종 비용이 드는 것은 박 씨가 감수해야 한다. 만일 박 씨의 터전인 생운리로부터 수십 km 떨어진 횡성군 둔내면이나 청일면, 서원면 등지에 축사를 신축할 가능성이 있다면 박순환 씨는 폐업보상을 요구하지 말고 그쪽으로 이전을 해야 한다는 게 시설공단 쪽의 주장인 셈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철도공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시설공단은 ‘훨씬 저렴한 이전보상비’를 법원에 공탁하는 것으로 보상을 마무리할 가능성마저 있다.
 시설공단 쪽이 계속 폐업보상을 거부해온 근거는 횡성군의 무책임한 답변서 한 장이다. 즉, 지난해 10월 시설공단 쪽의 ‘축산업 이전 가능여부 의견조회’에 관한 횡성군의 답변, ‘개별법에 의해 허가를 얻으면 축사시설 설치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박순환 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박순환 씨는 이른바 ‘FTA 폐업지원금’의 대상에서도 제외되는데, 이중보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후속조처로 ‘FTA 폐업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축산농가들은 폐업시 마리당 80만원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이 확정된 경우는 이중 보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폐업지원금을 줄 수  없게  되어 있으며, 박 씨의 경우는 ‘철도개발사업’에 따라 수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폐업지원금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쪽도 저쪽도 모두 ‘형식과 지침’만 내세워, 농민의 현실적인 처지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시설공단측은 최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박순환 씨 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으니까 거기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보상’에 관한 각종 규칙들이 토지와 건물, 축사를 강제로 편입당해야하는 주민을 위한 것인지, 괴롭히기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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