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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국가결산보고서가 말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1년 차 재정 운용 성적표가 담긴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가 총선 바로 다음 날인 4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되었다. ‘국가재정법’에 의하면 국가결산보고서는 기획재정부가 4월 10일까지 기획재정부가 감사원에 제출하고, 감사원은 이를 결산 검사하여 5월 20일까지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송부하며, 이 자료를 5월 30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법정기일을 넘긴 적이 없고, 심지어 3월에 제출된 적도 있는 이 보고서가 4월 10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4월 11일에 통과된 것은 상당이 이례적인 경우이다. 총선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022년도에 경우 전 정부가 편성한 예산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2023년도 결산은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윤석열 정부의 성적표이기 때문이고, 보고서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문재인 전 정부의 방만한 재정을 비난하며 ‘건전 재정’을 강조하고, 관리재정수지(국가의 살림살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재정지표) 적자 비율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며 긴축을 재정의 최대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7조 원으로 GDP 대비 3.9%로 집계되었다. 예산안에서 편성되었던 58조 원보다 29조 원이나 늘어난 수치이다.
현 정부는 2022년 117조 원보다는 재정 적자가 30조 원이나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예산안 대비 총수입은 52조 원 정도가 줄었다. 당연히 더 많은 적자가 났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나타난 데에는 꼼수가 있다. 외환 위기의 충격으로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운용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이란 것이 있는데 예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 기금의 여유 재원을 가져다 쓴 것이다. 또한 예산을 편성하고도 실제 쓰지 못하는 돈인 불용이 있는데, 특히 이 중 18조 6천억 원에 이르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주지 않는 것으로 처리했다. 즉 부담을 전가해 적자를 작게 보이게 하는 통계적 착시로 이를 전부 감안하면 실질적 재정 적자는 110조 원에 달해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2022년도의 적자는 윤석열 정부가 2021년도의 53조 원이나 되는 초과 세수를 이유로 중소상공인 지원금(코로나19 지원) 등 대규모 재정 지출을 했던 시기로 2023년도와 비교의 대상도 될 수 없음에도 적자를 무마하기 위해 지난해와 비교하고 있다.
또한 재정 적자와 더불어 국가부채는 처음으로 국내총생산의 50%를 넘어섰다. 그토록 재정건전성을 강조했지만 2022년 결산에서 1천조 원을 넘어섰고, 2023년도에는 1,126조 7천억 원으로 국내총생산의 50.4%에 달한 것이다. 물론 국가 재정의 규모가 커지면서 부채는 늘어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50%가 넘었다는 것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수치이다.
이러한 적자 기조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 동향 4월호를 보면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91조 6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정 기조를 바꿔야만 한다. 당연하게도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미 쓸 곳이 정해진 지출을 줄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수입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세금에 대한 기조는 감세이다. 감세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세법을 고쳐야 하는 감세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시행령으로 하는 감세가 5년간 80조 원이 넘는다. 물론 정부는 경기 악화로 인한 세수 감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주된 이유는 감세 정책 때문이다. 이렇듯 곳간은 비는데도 불구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생토론회’를 열어 수십조 원의 추가 재정 지출을 약속했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약속이다. 이러한 지출은 복지와 공공서비스 부분이 아닌 대부분 서민 생활과 직접 관련이 적은 건설 등에 집중되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총선을 의식한 재정 조기 집행 등으로 지난 1분기 한국은행에서 33조여 원을 마이너스통장 식으로 빌려 써 이자만 638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익부·빈익빈’의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복지 재원으로 활용해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반대 방향을 가고 있다. 각종 감세 정책으로 정부의 세원을 줄이고, 이로 인한 재정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서 빛을 늘리거나 복지를 축소하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의 불안으로 환율은 치솟고, 유가도 올라 서민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암울하다. 총선에서의 참패로 현 정부는 다급해진 듯 보인다. 그러나 야당 대표를 만난다고 해서 감세의 기조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국가의 살림살이와 서민의 살림살이 모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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