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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 칼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통과되었지만
태준호 기자 | 승인 2024.05.21|(294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22대 국회는 상대를 헐뜯어 이익을 얻는 정치보다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지난 5월 2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강행해 처리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을 일부 수정하여 합의 통과시킨 것이다. 양당의 합의는 국민의힘이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했던 몇몇 조항을 삭제하는 것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다시는 이러한 참사를 반복하지 않을 대책의 마련, 핵심 관계자의 처벌 등 대부분 문제에서 미흡했다고 비판받았었다. 이번 특별법도 위원회의 구성 자체부터 여야의 기계적 균형을 맞추다 보니 위원들이 각 당의 이해관계에 의한 다른 해석 등을 할 여지가 많은 등 경계할 지점이 많다. 모두 알고 있듯이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었다. 그러나 1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미흡했다.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났듯 안전에 대한 불감증은 여전하다. 그렇기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 관련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이번 특별법이 이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에 산적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일단 여야 협의로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민생을 위한 협치의 성공이고, 이러한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요구해 이날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정쟁화할수록 진실규명이 늦춰질 뿐”이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채상병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었고,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같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라도 합의통과에 대한 노력을 보였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고 거부권이라는 손쉬운 선택을 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통령과 대통령실 보호라는 큰 틀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요구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 외에는 대통령에게 직접 화살이 닿지 않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인 듯하다. 물론 현재의 특검은 정치적 사안을 부각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에 ‘진실규명이 아닌 정치적 목적’이라는 국민의힘 의견을 일정 타당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특검 논의를 잠재우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대한 태도이다.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거나 기소조차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특검 이외의 방법이 없는 것이고, 현재 그들의 모습이 그렇다.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서 야당이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200석을 얻지 못한데 안주하며 협치는 안중에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 등과 같이 대통령이 연루되어 정치적 판단이 가미된 된 사안이 거부권의 주된 대상이었지만, 이뿐만 아닌 민생법안에 대해서도 계속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 등이 대표적이다. 21대 국회는 무려 9번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을 정도이다.

국회의 정치가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을 벗어나 정쟁으로 파행으로 치닫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또한 벗어날 수 없다. 상대방을 헐뜯어 이익을 얻는 정치를 하다 보니 정치적 책임을 묻기에 편리한 사안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국제 관계의 불안, 치솟는 물가 등 서민의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이에 관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 부당 승계 과정의 문제로 대한민국이 외국 투자회사에 1천억 원 이상의 배상을 해야 하고, 국민연금은 당시 6천억 원 대의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국회에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새롭게 출범할 22대 국회에서는 좀 더 서민을 위한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오직 민생’이라던 총선 당시 후보자들의 말들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할 때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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