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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국민심판을 자처한 이명박 정권[칼럼]
정대화 상지대 교휴 | 승인 2012.04.10|(0호)

▲ 상지대 교수, 한국정치학회 이사, 사학비리 국민행동 상임대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선거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난감하고 유감스럽다. 선거라는 것이 4년간 우리 유권자를 대신해서 정치해줄 대리인을 뽑는 과정이므로 누가 적임자인지를 가려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가 더 잘 하는지” 가려내는 과정이 되어야 신나고 재미있는 선거인데, 적임자가 누구인지는 제쳐두고“누가 더 나쁜지”를 판별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불문곡직하고 심판을 작정해야 할 상황이니 재미있을 까닭이 없고 흥겨울 수도 없다. 

 선거에서 통상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그 사람의 과거를 평가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그 사람의 미래 가치를 살펴 투표하는 방식이 있다. 앞의 것은 회고적 투표라고 하고 뒤의 것은 전망적 투표라고 한다. 회고적 투표는 과거의 잘잘못을 따져 투표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잘못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전망적 투표는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니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대목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본다면 선거에서 심판이란 회고적 투표의 가장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제는 불법사찰 문제가 총선과 만나면서 총선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총선의 유일한 쟁점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불법사찰 문제가 총선의 다른 모든 쟁점을 삼켜버린 셈이다. 과거 2000년 총선이 낙선운동과 만나 ‘낙선총선’이 되고 2004년 총선이 대통령 탄핵과 만나 ‘탄핵총선’이 되었던 것처럼 2012년 총선은 불법사찰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면서 ‘사찰총선’이 되어버렸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총선의 화두가 되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상황은 이명박 정권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정권이 국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것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다.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에서 인원을 차출하여 국무총리실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차려놓고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불법사찰을 자행했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모든 자료를 불법으로 삭제 혹은 폐기하는 만용을 부렸다. 그러나 완전범죄는 없는 법, 극히 일부의 자료가 폭로되자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불법사찰을 했노라며 어거지를 부렸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이렇게 단계 단계 잘못했다는 사과 한 마디 없다.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불법사찰은 주권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권력이 주권자를 능멸한 것이니 옛날 말로 하면 대역무도한 범죄행위가 된다. 선거에서는 출마한 후보의 인물과 경력, 정책과 공약을 꼼곰히 따져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골라야 하는 것이지만,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심판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주권자인 국민을 능멸한 권력, 국민을 기만한 정당의 정책과 공약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정대화 상지대 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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